대놓고 '코로나19 음모론' 퍼뜨리는 미국과 중국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3.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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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진원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1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코로나19 관련 전화통화를 한 뒤 이례적으로 상대방을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중국측은 미국에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오명을 씌우지 말라고 경고했고, 미국측은 중국에 코로나19사태 발발과 관련해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고 비난했습니다. 

지난 13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 모두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겁니다. 이에 대한 시진핑의 답변은 16일 나왔습니다.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는 시주석이 반드시 전력을 다해 발원지를 분명히 밝히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 주석의 발언은 32일에 나왔는데 이제서야 보도한 것은 미국측의 공격에 대한 반응으로 봐야 합니다. <코로나 발원지 전쟁 나선 미중>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중국을 때려야 사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일관되게 코로나19외국 바이러스라고 칭했습니다. 유럽입국을 30일간 막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혹은 외국의 바이러스라고 칭했고, 같은 날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보좌관은 중국의 은폐가 두달동안 세계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고 비난했습니다.

트럼프의 이같은 태도는 미국 정부에 면죄부를 주기 위함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전까지 계속 코로나19가 별 것 아니라는 태도를 취했지만, 미국 NBA 리그가 중단되는 등 파장이 확산되자, 갑자기 태세전환을 하고 유럽 입국금지에 이어 국가비상상태까지 선포했습니다. 물, 라면, 휴지 사재기에 이어 총기 판매가 급증하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 사태에 관련해 책임을 돌릴 대상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트럼프는 멕시코 불법이민자, 중국의 값싼 물품, 한국의 불공정 무역 등 '외국의 침략'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자를 자임했고,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으로 중국을 때리고 있습니다. 

 

2. 체제수호 나선 시진핑

지난 12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트위터 계정에 미군이 중국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온 것일 수 있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미국은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를 초치해 이 발언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이후 기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발언에 대해 묻자 그들은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안다. 우리는 모두 바이러스 어디에서 왔는지 안다고 답을 한 겁니다.

중국이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트윗을 공개적으로 올린 이유는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때문입니다. 더불어 코로나19에 대한 책임론을 희석시키기 위함입니다. 시진핑은 총 3차례에 걸쳐 코로나19의 발원지를 찾으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지난 2일에는 베이징 군사의학연구원과 칭화대학 의학원을 방문해 이같은 주장을 말했고, 지난 4일 열린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도 계속해서 바이러스 발원지 연구를 강화하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서 한숨 돌린 중국 정부는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각국에 전화를 해 도와주겠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낼 수 있다면 시진핑체제가 지속되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입니다.

 

3. 음모론의 국제정치화

보통 음모론은 체제에 대한 불신을 가진 민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9.11 테러 미국정부 자작설, 달착륙 기획설 등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를 둘러싼 음모론은 국가가 개입하는 국제정치 성격이 강합니다

지난 1월말 중국에선 지난해 1018일부터 27일까지 우한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참가한 미군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2월말에는 중국 호흡기질병 권위지 중난산은 출현은 우한에서 했더라도 발원은 아닐 수 있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최근 중국신문사도 최근 코로나19 관련 발원지 의문, 주간숙주 의문, 미국 요인 의문을 기사화했습니다. 미국 육군의 최대 생화학 무기 기지인 메린랜드 주 소재 포트 데트릭이 지난해 7월 문을 닫았는데 이 기지 폐쇄와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연관성을 밝히라는 겁니다.

지난 2월에는 미국 상원의원 톰 코튼이 우한연구소의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에서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주장을 했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 외교부 트위터에 미국 유출설까지 제기한 겁니다.

정부차원에서 음모론을 공식적으로 채택할 정도로 막나가는 지도자들, 스트롱맨들이 세계 주요국 정상에 앉아있다는 것이 우리가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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