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에서 침방울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3.1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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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마스크 쓰고 지하철 타셨나요? 저는 마스크를 쓰고 탔답니다. 다른 승객들도 90% 이상 마스크를 쓰셨더군요. 하지만 간혹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코밑에 내려쓰는 분들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을 잘 관찰하는 편인데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 분들을 상당수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 잘 쓰셔야 하겠습니다.

신도림동 콜센터 집단감염 사례 이후 서울 수도권 지역도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콜센터 확진자 다수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대중교통 감염 우려도 따라서 커지고 있지요. 뉴스톱이 관련 연구 보고서를 찾아봤는데요.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등 무방비 상태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상당한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습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펴낸 [유해물질 및 소음진동의 객차 간 확산방지 연구]보고서 표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펴낸 [유해물질 및 소음진동의 객차 간 확산방지 연구]보고서 표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2017년 12월 <유해물질 및 소음진동의 객차 간 확산방지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습니다. 철도시스템 내에 유해물질 확산방지 기술 개발과 고속철도차량 연결부 소음진동 저감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 결과를 담은 보고서입니다.

이 가운데 ‘철도차량 내 감염성 입자의 전파경로 도출’이라는 항목이 눈길을 끕니다. 연구원은 KTX산천 열차의 객실에서 시뮬레이션 실험을 했습니다. KTX-산천 객실의 공조장치 가동 환경에서 실내기류의 특성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해석하고, 승객이 뿜어낸 침방울(토출비말)의 위치를 특정 좌석의 승객에서 발생한다고 가정한 뒤 수치를 해석했습니다. 침방울 크기와 좌석 위치에 따라 침방울이 객차 내에서 어떻게 움직이다가 가라앉는지를 예측했습니다.

연구진은 KTX-산천 객실의 3A, 7B, 11C 좌석에 침방울을 뿜어내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진은 KTX-산천 객실의 3A, 7B, 11C 좌석에 침방울을 뿜어내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48석(4열 12줄) 규모의 KTX-산천이 만석인 경우를 시뮬레이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객실내 모든 공간을 2000만개의 격자로 나눠 침방울의 움직임을 나타냈지요. 그 결과 기침 또는 재채기를 한 승객의 주위 3~4칸 정도가 비말로 인한 오염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20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입자들은 50% 정도가 가라앉지 않고 객실 내를 떠다니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좌석 위치에 따라 침방울이 확산된 모습입니다. 가까운 거리일수록 침방울로 더 많이 오염돼 붉게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좌석 위치에 따라 침방울이 확산된 모습입니다. 가까운 거리일수록 침방울로 더 많이 오염돼 붉게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감염자가 탑승한 객실에서 피감염 재실자의 토출비말입자에 대한 흡입 또는 접촉에 의한 감염 위험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특정 좌석의 배치 혹은 공기정화장치를 활용한 부유 비말의 저감과 객실 좌석 및 내장재 등에 항균 또는 멸균소재 적용을 통한 감염 가능성 저감 등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철도,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시설의 감염 예방을 위한 뾰족한 대책이 마련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승객 탑승 공간과 정류장, 역사 등에 대한 소독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코레일은 “KTX 열차는 하루 평균 4.5회 방역하고 전국 모든 역사를 하루 2회 이상 소독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시설 소독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내 옆에 바이러스를 뿜어내는 환자가 마스크 없이 타고 있다면 소독은 의미가 없게 됩니다. 개개인의 방역대책이 가장 중요한 셈이지요. 그래서 전문가들이 혼잡한 곳에선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다른 연구 결과를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2010년 한국대기환경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입니다. <전산수치해석 모델을 활용한 지하철 객실공기질 예측기술>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권순박 박사는 지하철 객실 내부의 입자 흐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하철과 같이 사람이 밀집된 공간에서 재채기와 대화 등을 통해 인체에서 배출되는 감염성 입자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예방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입니다.

지하철 내부의 에어컨 및 환기 시설(공조 설비)과 승객에 따른 유동장 변화를 수치 해석적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는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지하철 객실 내부의 공기 흐름을 나타내는 그림입니다.
지하철 객실 내부의 공기 흐름을 나타내는 그림입니다.

첫번째 그림은 지하철 객실 내 유선(stream line) 패턴입니다. 공기의 흐름에 따라 입자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나타냈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좌석 위 승객들에게서 발생되는 입자들의 움직임을 나타낸 그림입니다.
좌석 위 승객들에게서 발생되는 입자들의 움직임을 나타낸 그림입니다.

두번째 그림은 좌석 위 승객에 의해 발생되는 입자의 궤적입니다. 승객들의 머리 위와 주변으로 입자들이 어지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입자는 옷에서 나오는 먼지일수도, 승객의 입에서 튀어나온 침방울일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 연구가 알려주는 것은 무수히 많은 입자들이 승객으로부터 튀어나와 객실 내를 떠돈다는 것이지요.

두개의 연구 결과를 살펴본 결과 뉴스톱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지하철, 버스, 철도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마스크 착용이 감염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내 손이 교통수단 어딘가에 닿았다면 깨끗이 손을 씻는 것도 중요합니다.

서울교통공사는 1월 27일부터 3월 11일까지 지하철 역사내 방역을 6만7500회, 전동차 내 방역을 3만4000회 실시했다고 16일 밝혔습니다. 서울메트로는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모든 전동차 객실의 배기 장치를 풀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객차 1량당 2개의 배기장치가 있는데 시간당 15.8회 정도 환기를 시킬 수 있는 용량이라고 합니다. 지하철 객실이 밀폐상태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는 취지입니다. 혼잡하고 붐비는 곳, 특히 대중교통을 위해서는 불안해 할 수도 있는 옆사람을 위해 마스크를 꼭 착용하는 것이 몸과 마음의 방역을 위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민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특히 마스크 사용과 관련해 당국이 정확하고 일관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마스크를 써야하는지, 마스크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어떤 마스크를 써야하는지에 관한 정보를 초기부터 제공했다면 '마스크 대란'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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