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소독제 대란'은 끝났다...의료용 알코올이 우선이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3.2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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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소독제 품귀 현상이 사실상 종식됐다. 마스크 대란도 완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손소독제 생산으로 자원이 쏠리면서 시중 소규모 의료기관에선 소독용 알코올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현재 온오프라인 주요 유통채널을 살펴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찾을 수 있다. 한 때 '돈 주고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이었던 마스크와 손소독제가 이젠 '평소보다 비싼 값에 팔리는 상품' 정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내 발병 초기 품귀 사태가 빚어졌던 손소독제는 이젠 편의점 앞 길거리 매대에서 팔리고 있다. 대형마트, 약국 등 어느 곳에서도 물건을 구하지 못해 소독용 알코올을 구매해 글리세린과 섞는 '수제 손 소독제' 도 더 이상 만들 필요가 없어 보인다.

시중 편의점 길거리 판매대에 진열된 손소독제
시중 편의점 길거리 판매대에 진열된 손소독제

 

◈손소독제 품귀 현상 종식= 원인은 크게 두가지 정도로 분석해 볼 수 있다. ①수요 폭발 진정과 사용 특성 ②증산 유도 정책 효과이다.

①손소독제는 마스크와는 달리 여러차례 사용이 가능하다. 일단 구매해 놓으면 몇일이고 쓸 수 있어 재구매까지 기한이 마스크보다 길다. 구매 의사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손소독제를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손소독제의 회당 사용량을 2~3㎖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따르면 500㎖ 한 병을 구매했을 때 166~250회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 3시간에 한번씩 하루 4회 정도 사용한다고 치면 41~62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4인 가족일 경우에도 10~15일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손소독제가 없으면 비누로 손을 씻으면 그만이다.

전문가들은 3시간에 한번씩 손을 씻는 것이 적당하다고 권고한다. 손을 씻은 뒤 1시간 경과 후 64마리에 불과했던 세균이 3시간 후에는 26만 마리로 급증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증은 바이러스로 전파되기는 하지만 비말로 인한 접촉 전파가 주요 감염 경로가 되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 손에 달라붙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소독제가 됐든 비누가 됐든 손을 깨끗이 씻기만 하면 그만인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KF 허가 제품에만 매달렸던 마스크와는 사정이 다르다.

마스크와는 달리 정부의 증산 유도 시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도 품귀현상 종식의 원인이다. 손소독제의 주원료인 에틸 알코올은 국세청이 생산과 유통에 걸친 전 과정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일사불란한 대응이 가능했다. 에틸 알코올은 희석식 소주를 만드는 주정과 같은 성분이고 세율이 높아 밀거래 등 유통구조 왜곡의 유혹이 큰 품목이기 때문에 국세청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업용 수입주정(에틸 알코올)을 손소독제 원료로 사용했다. 그러나 손소독제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입주정의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상승했다.

이에 국세청은 주류용 주정을 생산하는 A사가 손소독제 원료를 공급하기 공법으로 변경하기 위한 제조방법 변경 신청의 승인 기간을 대폭 줄였다. 검토와 감정 등에 평소 15일 걸리던 기간을 3일로 대폭 줄여 승인을 내준 것이다. 소주회사들이 주류 제조용 주정을 지자체에 방역용으로 기부하려 했을 때도 국세청은 전례가 없었음에도 적극적으로 행정해석을 내려 신속한 기부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치과용품 전문 인터넷 쇼핑몰 이덴트. 소독용 알코올은 거의 다 품절이다.
치과용품 전문 인터넷 쇼핑몰 이덴트. 소독용 알코올은 거의 다 품절이다.

 

◈알코올을 의료기관으로 = 사실상 모든 알코올이 손소독제로 쏠려있는 동안 의원 등 소규모 의료기관은 소독용 알코올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병원에서 가장 선호하는 소독약인 알코올이 공급 부족을 나타내며 비축량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뉴스톱 취재 결과 소독용 에틸알코올은 코로나 19 발병 이전보다 5~10배 정도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쿠팡 등 인터넷 쇼핑몰에는 재고가 있지만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거래하는 의료용품 쇼핑몰에는 재고가 없는 상황이다. 의약품 도매상들도 물량을 구할 수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원료가 되는 에틸 알코올이 대거 손소독제 생산으로 투입되고 일반인들도 키보드, 핸드폰 등 일상 소독용으로 소독용 알코올을 구매하면서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교통정리가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다.

 

3월19일 현재 모바일 앱 네이버와 다음에서 판매되고 있는 마스크들
3월19일 현재 모바일 앱 네이버와 다음에서 판매되고 있는 마스크들

 

서울시가 지하철 구내에서 나눠 준 면마스크와 손소독제. 마스크 양보, 면 마스크 쓰기 운동에 동참하라고 권유한다.
서울시가 지하철 구내에서 나눠 준 면마스크와 손소독제. 마스크 양보, 면 마스크 쓰기 운동에 동참하라고 권유한다.

◈마스크 대란은 언제?= 마스크 대란도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하철역 구내매점에서도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시중에 물량이 풀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마스크를 구할 수 있다. 중국산 제품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KF 허가를 받은 국내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단 가격은 공적 마스크(장당 1500원)보다 비싼 장당 3000원 이상이다. 정부는 공적마스크 판매를 6월까지로 계획하고 있다. 코로나 19 확산이 멈추고 지역 사회 전파 위험이 낮아져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 예정보다 빨리 공적 마스크 판매가 종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 판매에 익숙해지고 일부는 마스크 양보하기 운동을 펼치면서 수요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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