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미 의회가 한국 코로나 검사키트에 의문 제기?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03.23 04: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 FDA가 한국 코로나19진단 키트 부적합 판정?”, “한 번도 본 적 없는 공포의 폐렴?”, “감염력 4배의 악성으로 코로나 2차 파동 우려?”. 지난 주 논란이 됐던 발언과 루머입니다.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1. 미 의회가 한국 코로나 검사에 의문 제기?

“미국 식품의약국 FDA가 한국의 코로나19 진단법을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미 의회가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내용이 일부 언론 보도에 이어 유튜브에서도 확산됐습니다. JTBC에서 확인했습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JTBC 방송화면 갈무리

유튜브에서는 우리 코로나19 진단법이 알려진 것과 달리 신뢰할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고, 그래서 미국 FDA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의회에서 이런 폭로가 나왔다는 주장도 있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국내에서 의혹의 단초가 됐다고 지목된 발언은 지난 12일 나왔습니다. 공화당의 마크 그린 의원이 “‘한국의 진단법이 적합하지 않다’는 FDA 답변서를 확보했다. ‘FDA가 응급용 사용 승인도 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내용이 국내 온라인에서는 ‘국내 진단검사 방식이 정확하지 않거나, 신뢰성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 거부했다’는 식으로 퍼졌습니다.

하지만 청문회 전체 내용을 보면 사실이 아닙니다. 미국 하원 코로나 청문회는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열렸는데, 청문회 첫날 한국의 진단법을 놓고 왜 미국이 한국보다 못하냐는 분위기에서 민주당 짐 쿠퍼 의원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로버트 레드필드 센터장의 질의와 응답이 있었습니다.

짐 쿠퍼 의원의 “미국의 의사와 환자들이 한국의 검사를 주문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로버트 레드필드 센터장은 “한국과 우리 검사의 차이로 인해 사용하기 위해서는 규정된 절차와 FDA 승인을 거쳐야 한다. 지금까지는 규제 때문에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레드필드 센터장은 FDA 승인이 어려운 이유로 “CDC가 우리 진단법을 개발할 때, 우리의 공립연구기관의 플랫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발했다. 한국이 사용해온 플랫폼은 대량신속처리 방식이다. 우리와는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레드필드 센터장은 한국 진단 키트를 당장 도입하기 어려운 까닭을 여러 번 설명했습니다. 핵심은 한국과 미국의 진단 기관들의 체계나 장비가 달라서 키트를 수입해봤자, 당장 쓰기는 어렵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4일 한 온라인 매체가 검증 없이 받아썼고, 다음날 일간지도 온라인 기사를 냈습니다. 논란이 일자 결국 방역당국과 학계에서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한국 진단법이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린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도 곧 한국과 비슷하게 할 거다”라는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2. ‘한 번도 본 적 없는 폐렴?’ 가짜뉴스로 공포 부추기는 언론

“한 번도 본 적 없는 폐렴”, “증상 없다가 4일 만에 뿌예진 폐”, 조선비즈의 17일 기사 제목입니다. 코로나19가 기존 폐렴과는 매우 다른 병리학적 특성을 갖고 있으며 자신도 모르게 폐 전체에 퍼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댓글에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나라를 경험한다”, “이렇게 심한 바이러스를 다른 언론은 가볍게 보도한다”며 정부와 언론을 비난했습니다. YTN에서 확인했습니다.

YTN 방송화면 갈무리
YTN 방송화면 갈무리

해당 기사에 주로 등장한 서울아산병원 도경현 교수입니다. 하지만 병원이나 도 교수는 취재 요청조차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출처는 지난 12일 도 교수가 참석했던 코로나19 포럼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사 내용도 발표 취지와 다릅니다. “증상이 없는 듯 보이다 4일에서 7일 사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침투”한 환자, “우하엽 CT에 하얀 음영이 나타난 환자”는 각각 별개의 사례였습니다.

그런데, 기사는 두 사례를 한 문장으로 묶고, ‘통상’, ‘평균적’이나 ‘특히’란 단어로 일반화한 뒤, 중국 다른 환자의 CT사진과 함께 실었습니다. 그러면서 폐가 뿌예지는 게 대부분의 폐렴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코로나19만의 독특한 특성이 아니라는 발언은 뺐습니다.

임상 결과 20∼30%는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했다는 내용도 한국이 아니라 중국의 초기 상황이었습니다. 도 교수는 포럼에서 큰 의미를 차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지만, 조선비즈는 기사화하지 않았습니다.

또 조선비즈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폐렴’은 중앙임상위원장 오명돈 교수의 3주 전 발언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오 교수가 코로나19가 기존 폐렴과 다르다고 말한 건, 환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회복된다는 것입니다. 기사는 중요한 부분을 생략했고 대중의 공포심은 커졌습니다.

 

3. ‘코로나 2차 파동 우려’ 한균희 교수 글은 진짜?

“현재 이탈리아에서 번지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보다 감염력이 4배나 되는 악성으로 변형된 것이다. 그래서 의약계에선 코로나 2차 파동을 우려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약학대학 학장인 한균희 교수팀이 밝힌 내용으로 퍼진 글입니다. KBS에서 확인했습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KBS 방송화면 갈무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은 있지만 유행 속도나 치명률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해당 주장은 얼마 전 발표된 중국 연구진의 논문에서 나왔습니다. 연구진이 총 100여 개의 코로나19 유전체를 분석했더니 신종 코로나의 변형된 형태인 S형과 L형이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S형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유사하지만, L형이 전염력이 훨씬 강했다는 분석입니다.

그런데, 이 연구가 공신력 있다고 보기엔 어렵습니다. 일부 학자들이 L형의 발병이 더 많다는 점만으로 L형이 더 공격적이라고 판단하는 건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논문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또, 2003년 사스가 퍼졌을 때도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감염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갈수록 사람 간 전파가 어려운 쪽으로 변이를 일으킨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소멸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탈리아에서 번지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근거가 없는 주장입니다.

다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본적으로 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종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형태로 변이하게 될지는 알 수가 없고, 방역대책의 변수로 작용할 수는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도 변이 패턴에 대해서 계속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관계자는 “한 교수가 사석에서 코로나19 관련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변종 바이러스에 대해 언급을 하거나 유포 글에 나온 ‘2차 파동’이라는 말을 한 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4. 지지 정당 밝혔더니 여론조사 전화 끊겼다?

여론조사 기관이 특정 정당 지지자의 답변만 듣는 식으로 여론 조작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SBS에서 확인했습니다.

SBS 방송화면 갈무리
SBS 방송화면 갈무리

해당 여론조사 업체에 확인한 결과, 특정 정당 지지자는 설문에 참여할 수 없게끔 조사를 설계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당내 경선 여론조사, 즉 공천 심사의 기준으로 삼기 위한 여론조사라고 했습니다.

다른 정당 지지자가 일부러 손쉬운 상대를 고르는 ‘역선택’을 할 수 있어서, 해당 정당 지지자만 골라 조사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업체들도 지금껏 그래 왔던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선관위 역시 당내 경선을 위한 여론조사여서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당 내부 규정에도 관련 내용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 특별 당규에 일반 유권자 여론 조사는 지지층과 무당층을 그 대상으로 한다고 규정했고, 미래통합당은 당헌에 여론조사는 지지자 등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