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n번방 운영자·관람자, 신상공개와 처벌 가능한가

  • 기자명 권성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3.24 10: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0일 경찰 사이버 수사대가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서 여성의 성착취물을 제작·공유·유포한 사건인 일명 ‘n번방’ 용의자 '박사' 조주빈씨(25)를 검거했다. 조씨와 함께 아동 성착취물을 공유한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n번방 용의자를 신상공개하고 포토라인에 세워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 수가 24일 오전 9시 기준 250만 명을 넘으면서 역대 최다 청원을 기록했다.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한다”는 청원은 나흘 만에 150만 명을 넘어 뒤를 쫓고 있다. <뉴스톱>은 ‘n번방’ 사건과 관련해 국민청원에 올라온 3가지 사안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했다. 

23일 오후 5시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역대 최다 청원 동의자를 기록하고 있다.
23일 오후 5시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역대 최다 청원 동의자를 기록하고 있다.

① n번방 운영자 신상공개 가능한가

→성폭력범죄 특례법에 의거해 공개 가능

23일 오후 SBS 보도로 인해 조씨의 신상이 공개됐으며 모든 언론이 조씨의 신상을 공개한 상황에서 경찰이 공개하는 것이 어떤 실효를 갖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이 공식적으로 개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n번방 운영자의 신상을 공개할 법적 근거는 있다. 용의자의 신상을 공개 가능하게 하는 법적 근거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의 2에서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특정강력범죄사건의 피의자의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네가지 요건은 다음과 같다. ①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 ②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③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④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제2조제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ㅇㅇ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의 2. 얼굴 공개에 관한 구체적인 조항을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텔레그램에서 성범죄방을 운영한 '갓갓', '박사', '와치맨'을 기존 특정강력범죄 혐의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특정강력범죄를 살인, 강간, 강도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n번방 운영자의 경우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하는 범죄인데 이는 기존 특정강력범죄와 조응하지 않는다. 실제로 2019년 신상공개의 대상이 된 피의자는 김다운, 안인득, 고유정으로 모두 살해와 관련이 있고 역대 신상공개 피의자 21명 중 김수철을 제외한 20명이 살해를 포함한 범죄를 저질렀다.

n번방 운영자들의 신상 공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해서 논의될 수 있다. 성폭력범죄 특례법 25조에서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성폭력 범죄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볼 충분한 증거가 있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하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이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인한 신상공개가 처음으로 시행되는 것이기에 일정 부분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ㄲ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② n번방 관람자 처벌 가능한가

→ 관람자는 처벌 불가능, 소지자는 처벌 가능 

한국에는 아동·청소년 음란물 관전한 것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최소 1만에서 26만 명까지 알려지고 있는 관람자(중복포함)를 처벌하려면 관전자가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했어야 한다. 즉, 스트리밍으로 관람한 것이 아니라 다운로드를 해서 소지하고 본 관람자에 한해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로 처벌 가능하다.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 제11조에서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배포 제공하거나 전시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아동 청소년을 음란물 제작자에게 알선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봤을 때 관람만 한 것으로는 처벌하기 어렵고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에 해당 음란물을 직접 소지하고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 된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1조'. '관전'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률은 부재하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1조'. '관전'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률은 부재하다.

과거 2016년 소라넷 사건 때도 회원가입만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경우나 시청만 했다고 주장한 사람은 처벌할 수가 없었다. 이런 사례를 통해 봤을 때 이번 사건에서도 확실하게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한 것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하기 어려워 보인다.

 

③ n번방 관람자 신상공개 가능한가

→관람자는 불가능, 소지자도 경범죄라 공개 사례 없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는 “이용자도 공범이다”고 하며 26만 명의 이용자(중복 포함) 신상 공개를 요구했지만 신상공개를 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아동청소년 음란물 관전에 해당하는 ‘1년 이하의 징역’은 중범죄의 양형이라고 보기 어렵다. 

신상 공개를 가능하게 하는 성폭력 방지법에서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볼 충분한 근거가 있으면 가능하다"는 부분도 있지만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남용하지 말 것을 명시해뒀다. 즉, 피의자의 신상 공개는 매우 중대한 범죄에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관람도 아닌 ‘소지’를 처벌하기에 처벌 대상은 관람자에서 소지자로 더욱 축소 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1년 이하의 징역’은 중대한 범죄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텔레그램 n번방’ 이용자의 신상공개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다만 성착취물 소지자 신상공개의 경우 검찰 경찰 등 사법기관의 결단으로 시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