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1~2월에 중국에 마스크 7억 개 수출”?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03.2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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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달 2월달 7억 개 정도에 마스크가 중국으로 수출 했다는 게 진짜인지 거짓인지 궁금합니다”.

 

기사 링크와 함께 팩트체크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링크된 기사는 ‘일요서울’의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7382명...야당 “중국 유입된 마스크 6~7억개 추산돼...한심”’이라는 제목으로,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담은 3월 9일자 기사입니다.

미래통합당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미래통합당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심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스크 대란은 문재인 정권의 무능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비판하며,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달에는 중국의 마스크 수출이 60만 달러였다. 그러나 두 달 뒤인 2월 달에는 1억 2천만 달러로 200배가 늘었다. 한 마스크 생산업체 대표가 지난달 말에 인터뷰한걸 보면 ‘1월·2월 두 달간 6억개에서 7억개 정도가 중국에 넘어갔을 것이다’라고 추산하고 있다. 6억에서 7억개이면 5천만 우리 국민이 하루에 하나씩 쓰고도 열흘 넘게 쓸 수 있는 분량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심 원내대표의 “1~2월 두 달간 6억에서 7억 개의 마스크가 중국으로 갔다”는 발언의 근거는 ‘한 마스크 생산업체 대표’의 인터뷰였습니다.

해당 인터뷰는 지난 2월 26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마스크 제조업체 웰킵스 박종한 대표의 발언입니다. 웰킵스는 국내 최대 마스크업체입니다. 박 대표는 방송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양이 제가 개인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금 1월하고 2월, 두달에만 한 6억 개에서 7억 개 정도가 넘어간 것으로 보이는데요”라고 말했습니다. 또, 박 대표는 3월 6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당시 마스크 대란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며, “1월 말부터 2월 중순 무렵까지 중국 지방정부로부터 무역 업무를 위탁받은 국내 대행사들, 그리고 보따리 상인들이 주도한 마스크 매집으로 대략 5억장 안팎의 물량이 빠져나갔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스크 제조업체 대표 추산과 관세청 통계가 근거

우선 박 대표의 추산방법을 확인했습니다. 박 대표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국내 주요 마스크 업체의 일일생산량과 재고 등을 감안해 추산했다. 당시 재고는 각 사별로 500만 개, 웰킵스의 경우 2천만 개였다. 1~50위 업체의 생산량을 감안해 추산해 보니 최소 5억 개 정도로 봤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언론소셜미디어에서는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들이 인용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월 각각 1355톤, 1753톤의 마스크가 중국으로 수출됐습니다. 금액으로는 1월에 5902만3000불, 2월에 1억3514만8000불을 기록했습니다. 2월에 수출중량에 비해 금액이 더 늘어난 것은 마스크 수요 증가로 인한 가격 상승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인 2019년 1월과 2월에는 각각 36톤과 27톤, 금액으로는 81만5000불, 64만2000불 어치를 중국에 수출했습니다. 올해와 비교하면 수출물량은 약 50배, 금액 기준으로는 133배가 증가한 셈입니다.

출처: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홈페이지
출처: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홈페이지

그런데 이들이 인용한 관세청 품목번호(HS코드) 63-07-90-9000에는 마스크 외에 섬유로 된 기타 제품도 일부 포함됩니다. 관세청도 “마스크뿐 아니라 패브릭 제품, 유아 힙시트, 마스크팩 등 여러 품목이 포함돼있다는 점을 감안해 통계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늘어난 양은 대부분 마스크 수요에 의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유통업계에서도 마스크 수출 증가에 따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미래통합당 조경태 의원과 현 정부에 비판적인 유튜브 채널 등 일부에서는 증가한 가격 비교를 통해 마스크 수출물량을 파악했는데, 해당 기간에 가격폭등을 감안하면 금액비교는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해당 통계를 관리하는 관세청에 마스크 수출개수 현황을 문의했는데, "개별 업체에 일일이 협조요청을 해야 하는 사항이라 정확한 개수 파악이 쉽지않다"고 답했습니다.

 

1~2월 증가한 물량을 계산해보면 대량 6억개 수출 추산

늘어난 중량비교를 통해 물량을 추산했습니다. 지난해보다 1월에는 1319톤, 2월에는 1726톤이 증가했습니다. 웰킵스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마스크 한 개당 무게는 약 5g정도라고 알려왔습니다. 종류나 모양이 달라도 큰 차이는 없다고 했습니다. 1~2월 증가분인 3045톤을 단순하게 계산하면 6억9백만 개가 나옵니다. 상자 등을 감안하면 개수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확진자 폭증이 시작된 31번 확진자 발생 이후 국내에서 마스크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현재까지도 마스크 구매에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생산능력이 현재 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초반에 사재기 및 해외 수출을 막지 못한 데 있는 것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2월 18일 이후 신천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예측이 어려웠다는 것을 감안해도 정부가 조금 더 빨리 마스크 수출제한 등의 대응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2월 26일부터 마스크 수출을 통제하는 긴급 조치를 취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출금지 조치가 더 일찍 됐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정리하면, “지난 1~2월에 7억 개의 마스크가 중국으로 갔다”는 주장은 7억개라는 숫자만 정확하게 따지면 틀렸다고도 할 수 있지만, 주장하는 맥락이 ‘마스크 수출 규제가 늦어서 대량의 물량이 중국으로 갔다’는 것이어서 대체로 사실로 판정했습니다.

* 이 팩트체크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가 운영하는 <SNU팩트체크>에 제안된 내용입니다. <뉴스톱>은 <SNU팩트체크>의 제휴언론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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