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양구의 코로나19] '후각상실' 감염 의심해도 된다

  • 기자명 강양구 기자
  • 기사승인 2020.03.3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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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로나19 바이러스, 한국은 정점을 찍었나?

한국의 방역이 성공했다 실패했다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다. 2020년 3월 30일 현재로서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입출국을 막지 않고 엄청난 자원을 동원한 수색을 통해서 환자를 가려내고 관리하는 접근이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운도 따랐다. 예를 들어, 대량 집단 감염이 서울, 수도권이 아니라 대구-경북이었다는 점 등이 그렇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지난주에 전문가 여럿이 이구동성으로 밝혔듯이, 대구-경북 통계를 제외하면 서울-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확진 환자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증가 추세는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부로부터의 바이러스 유입이 더해져 가속화할 수도 있다.

외부 압력만 놓고 보면 지금이 2월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중국만큼이나 교류가 잦은 유럽, 미국에서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고, 여러 이유로 그곳에서 국내로 내국인, 외국인이 입국하는 상황이다. 방역이 조금만 무너지면, 오는 4월에 대량 집단 감염 사태가 서울-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어디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지역 사회 감염의 잔불도 꺼지지 않고서 여기저기 남은 상태다. 대구-경북 이외 지역, 그러니까 서울-수도권의 지역 사회 감염이 어느 정도로 확산되었는지도 불확실하다. 서울-수도권 집단 감염이 전체 지역 사회 감염의 5% 정도가 산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빙산의 일각”(최재욱 고려대학교 교수)이라는 주장이 있을 정도다.

하루 발생 확진 환자 숫자를 100명 밑으로 관리하면서 집단 감염을 예방하는 일이 한두 달 동안 계속된다면 한국은 일단 한숨 돌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만에 하나 또 다른 걷잡을 수 없는 대량 감염 사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시 한 번 운이 따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월 30일자 코로나19 전 세계 현황. 존스홉킨스대 홈페이지
3월 30일자 코로나19 전 세계 현황. 존스홉킨스대 홈페이지

 

2. 4월 6일 개학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앞에서 분석한 상황을 비유하자면, 지금은 국내 곳곳에 잔불이 계속되고 있고 또 확인 못한 불씨(바이러스)가 곳곳에 숨어 있는 상황에서 외부에서 계속해서 불씨가 쏟아지는 중이다. 이런 이중의 위험을 염두에 두면 4월 6일 개학은 방역의 일관성만 놓고 보면 무기한 연기하는 것이 옳다.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학교에서 아이들 사이에 어떻게, 얼마나 전파될지 판단할 만한 데이터가 없다. 휴교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에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를 놓고도 국내외 역학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휴교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상징이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개학은 방역에 분명히 심각한 문제를 낳을 테다.

현재 1주, 2주 같은 식의 개학 연기도 바람직하지 않다. 방역 당국이 “안전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그리고 학교가 ‘코로나 시대의 교육’을 감당할 준비가 될 때까지 무기한 휴교를 선언하고, 개학에 대한 ‘판단’과 ‘준비’가 섰을 때 2주 전에 예고하는 일이 낫다. 이렇게 당분간 학교가 문을 열지 못한다는 전제가 있을 때, 중장기적인 교육 행정도 새로 짤 수 있다.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서 지금 이야기되는 ‘온라인 개학’이 실효성 있는 방안인지 확신을 못하겠다. 다만, 미취학 아동,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 중학생, 고등학생(특히 고3)의 접근이 달라야 한다. 이런 종합적인 판단조차도 평가와 분석, 정책 수립과 연습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4월 6일은 너무나 조급한 일정이다.

 

3. 이탈리아 사망률 11%, 독일은 0.87% 왜 차이가 나나?.

바이러스 유행은 그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응축해서 보여준다. 예를 들어, 3월 29일 오전 0시 기준으로 3만 명이 넘는 전 세계 사망자 가운데 3분의 1이 집중되어 있는 이탈리아의 11%가 넘는 사망률을 이해하려면 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웃 나라 독일(30일 현재 0.87%)의 비교적 나은 대응과 비교하면 한국 사회에도 여러 시사점을 준다.

지금까지 이탈리아의 높은 사망률 또 이웃 나라 독일의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사망률을 비교해서 설명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1) 이탈리아는 초기부터 지역 사회 고령 환자가 많이 발생한 탓에 환자 평균 연령이 높았다(60세 이상). 반면에 독일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으로 스키 여행을 다녀온 청장년층 중심으로 환자가 발생해서 평균 연령이 낮았다(50세 이하). 환자 평균 연령 차이는 중증 환자 발생에 영향을 줬다.

(2) 이탈리아는 북부 지방에 집중적으로 환자가 발생하면서, 해당 지역의 의료 체계에 부하가 걸려서 결국 중증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반면에 독일은 비교적 전국에 고르게 환자가 발생하면서, 해당 지역의 의료 체계에 아직까지는 부하가 걸리는 정도는 아니다.

이 정도가 표면적으로 나타난 객관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을 주는 또 다른 쟁점이 숨어 있다. 크게 두 가지다.

(3) 마강래 중앙대학교 교수의 『지방 분권이 지방을 망친다』(개마고원 펴냄)는 지방 분권 맹신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지적한 도발적인 책이다. 인구 감소, 산업 쇠퇴 등으로 재정 상태가 엉망인 지방 정부에게 이것저것 권한을 줬을 때, 득보다 실이 많은 이유를 조목조목 지적한다. 마 교수의 책에는 이탈리아 사례가 없지만, 이탈리아는 그 전형적인 본보기다.

알다시피, 이탈리아는 유럽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지방 정부에 상당히 많은 권한이 이양된 지방 분권 선진국이다. 당연히 방역과 중증 의료 행정 등이 포함된 의료 서비스도 지방 정부가 권한을 가졌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 이탈리아 경제가 전체적으로 휘청거리면서 지방 정부의 재정 상황도 엉망이 되었다.

지방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앞장서 의료 서비스 투자를 줄였다. 이탈리아는 뿌리 깊은 남북 갈등이 심하다. (맞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이야기한 ‘남부 문제’가 아직까지 지속된다.) 살 만한 북부는 덜 줄였고, 가난한 남부는 더 줄였다. 독일에 2만5000개가 있는 인공호흡기가 이탈리아에 3000개밖에 없는 상황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바이러스가 이탈리아를 덮쳤다. 공교롭게도 형편이 조금 나은 북부부터 덮쳐서,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의료 체계를 초토화시켰다. 북부 사람들이 평소에 멸시하고 깔아보던 남부로 탈출하면서 상황은 더욱더 악화된다. 그들이 도피하려던 남부는 북부보다 의료 체계가 더욱더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탈리아 사례를 놓고 ‘공공 vs. 시장’에서 ‘공공’의 경쟁력 없음을 보여준 탓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능력에 넘치는 권한을 넘겨받은 지방 정부가 시장 논리로 의료 서비스를 축소하면서 재앙을 준비한 것이다. 지방 분권과 시장 논리가 의료 체계를 망가뜨리고 그 틈을 바이러스가 파고들어 사람을 공격했다.

기시감이 있다. 2012년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을 폐업했다. 진주의료원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H1N1)가 유행할 때, 지역 거점 병원으로 활약했다. 당시 진주의료원은 1만2000명의 환자를 돌보면서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만약 지금 진주의료원이 있었다면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한 경상권의 코로나19 대응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4) 이 대목에서 (역시 지방 분권 선진국인) 독일의 사례는 흥미롭다. 독일은 유럽의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공공 의료 기관의 비중이 낮다(!). 병상 기준으로 봤을 때, 영국(96%), 이탈리아(73%), 프랑스(65%) 등이 100%에 가깝거나 3분의 2를 넘는 수준이라면 독일(47%)은 절반이 되지 않는다. 물론, 한국(9%)보다는 훨씬 높다.

그렇다면, 독일이 이탈리아, 영국 등과 비교했을 때 코로나19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을 민간 의료 기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탓으로 해석해야 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독일 병원은 “지방 정부가 공공 재정으로 재정을 투자하고, 각종 보험(의료 보험, 민간 보험)과 본인 부담으로 경상 운영을 하는” “이중 재정”(김창엽 서울대학교 교수)이 특징이다.

이런 식이다. 병원의 소유 주체와 무관하게, 즉 민간 의료 기관도 지방 정부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병원이 지방 정부의 투자를 받으려면 (해당 지역의 의료 서비스 계획에 맞춘) 정부의 요구 사항을 수용해야 한다. 지방 정부는 이런 투자를 통해서 해당 지역의 병원, 병상, 전문 과목 등을 규제(!)한다.

바로 이런 똑똑한 정부 개입의 결과가 바로 독일이 유럽에서 절대 숫자든 인구 대비 숫자든 가장 많은 2만8000개의 중환자 병상과 2만5000개의 인공호흡기를 보유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이런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공격했을 때, 독일은 의료 체계를 방어하면서 중환자를 관리할 수 있었다.

물론 독일 지방 정부가 이렇게 의료 서비스에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유럽의 다른 나라, 특히 이탈리아와 같은 남부 유럽 국가와 비교했을 때 좀 더 나은 경제 사정이 뒷받침되었을 것이다. 독일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코로나19를 선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4. 후각 상실, 코로나19 감염의 중요한 증상?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 이비인후과학회(3월 22일), 영국 이비인후과학회(3월 26일) 등에서 권고한 대로 후각 상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할 상당히 신빙성 있는 증상이다. 코 막힘 증상이 없는데도(!) 냄새를 맡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덩달아 맛까지 보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취하는 것이 낫다.

뜻밖에도 전 세계 이비인후과 전문가가 이런 사실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대한민국 대구였다. 대구시의사회가 3월 8일부터 24일까지 자가 격리 중인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진 환자 2191명을 대상으로 문진을 실시했다. (환자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버거웠을 텐데, 이런 데이터까지 확보한 대구시의사회 여러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런 조사 과정에서 후각 또는 미각에 이상을 느낀 환자가 15.3%(488명)였다. 후각 이상 12.1%(386명), 미각 이상 11.1%(353명). 후각과 미각 모두 이상 7.9%(251명). 대구시의사회는 이어서 무증상 환자 1462명을 대상으로 2차 조사도 진행했다. 놀랍게도, 일부가 인후통, 발열, 흉통 같은 증상 없이 후각 이상(12.9%), 미각 이상(9,8%), 모두 이상(8.1%)을 보고했다.

이런 대구시의사회의 조사 결과가 언론 보도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미국, 유럽 등에 전해졌다. 미국, 유럽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던 의사들 역시 이런 후각 상실, 미각 상실 증상을 목격하던 참이었다. 명지병원 이비인후과 송창은 교수의 전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이비인후과학회장도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이 되었다. 그 자신의 증상이 ‘후각 상실’!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가장 쉽게 떠올리는 경우는 비염 등으로 코가 붓고, 콧물이 나오면서 코가 막히는 경우다. 이럴 때는 화학 물질이 코 안쪽의 후각 세포에 닿지 못해서 냄새를 맡지 못한다. 하지만 코가 붓지도 않고, 콧물이 없어도 후각 세포 자체가 문제가 생겨서 냄새를 맡지 못할 수도 있다.

다수의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코로나 바이러스 등이 원인이 되는 감기에 걸려도 약 15% 정도가 냄새를 맡지 못하는 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2003년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 가운데는 완치가 되고 나서도 후유증으로 후각이 상실된 드문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런 정황을 염두에 두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후각 또 같은 맥락에서 미각 상실과 같은 증상을 15% 정도 유발하는 일이 이해 못할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바이러스가 코, 입의 상피 세포에 감염되면서 후각 세포나 미각 세포를 일시적으로 파괴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배경에서 미국 이비인후과학회, 영국 이비인후과학회 등에서는 “후각 상실 증상이 나타난다면 코로나19로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자가 격리 같은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한국의 방역 당국에서도 전문가 논의를 거쳐서 코로나19 증상 가운데 하나로 권고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는 3월 26일부터 임상 사례 수집도 나섰다.)

알다시피, 코로나19 증상은 일반 감기와 구별하기 쉽지 않다. 일반적인 증상으로 알려진 발열, 잔기침, 인후통 등이 거의 없는 환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 막힘이나 콧물과 같은 증상이 없는데도) 냄새를 맡지 못하거나(후각 상실), 갑자기 맛도 보지 못한다면(미각 상실) 충분히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하고 조심하는 일이 합리적이다.

기왕에 얘기가 나왔으니 하나만 덧붙이자, 봄철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비염, 만성 비염 등을 앓는 환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더욱더 난감할 것이다.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 처지에서 덧붙이자면), 자기 알레르기 증상은 자신이 알고 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코 막힘, 맑은 콧물, 재채기, 눈이나 피부 가려움 등이 동반된다면 그냥 알레르기 비염이다.

 

5. 코로나19가 외부 환경에서 얼마나 생존할지 보도마다 다르다

‘이 바이러스가 인체(숙주) 밖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코로나19를 놓고서 자주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대다수 전문가는 플라스틱, 금속 표면에 바이러스가 일시적으로 생존할 가능성을 인정한다. 그러니 병실 손잡이, 사무실 탁자, 노래방 마이크, PC방이나 콜센터 키보드, 엘리베이터 버튼 등에 묻은 바이러스가 손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숙주 밖에서 오랫동안 생존하지 못한다. 그래서 외부 환경에서 시간이 지나면 타인을 감염시킬 정도로 의미 있는 바이러스 양이 그대로 남을 있을 가능성이 적다. 예를 들어, 택배 상자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대다수 전문가가 “난센스” 취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끔씩 이런 외부 환경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오랫동안(최대 2~3일) 생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이런 연구 결과는 어김없이 공포를 자극하는 기사로 확대 재생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이 최초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실험실에서 직접(!) 배양해서 여러 환경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맞다. 최근에 일부 언론이 “공기 중에 3시간 지속…에어로졸 전파 가능성” 같은 제목으로 보도한 그 연구다. (Aerosol and Surface Stability of SARS-CoV-2 as Compared with SARS-CoV-1) 이 논문의 핵심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서, 이런 기사가 얼마나 엉터리인지도 살펴보겠다.

(1)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결론은 이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가 2003년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SARS_CoV-1)와 비교했을 때, 외부 환경에서의 생존력에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높은 전파력이 2003년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교했을 때 외부 환경에서 생존력이 높아진 탓일까, 하고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이 연구를 통해서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

즉, 그 동안 WHO나 감염내과 전문의가 과거의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 등의 연구 결과를 염두에 두고서 “택배 상자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권고했던 내용이 사실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실험 결과다. 그러니까, 다행스럽게도 이 연구 결과로 특별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험이 높아지지 않았다.

(2) (2003년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표면 재질에 따라서 바이러스 생존력에 차이가 있었다. 실험실 환경(21~23도, 40% 습도)의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 표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생존할 가능성이 높았다(평균 최대 2~3일). 반면에 택배 상자 재질의 골판지(평균 최대 24시간), 구리(평균 최대 3시간) 순으로 생존력이 낮아졌다.

(3) 앞의 (2)의 내용만 보도한 언론이 대다수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의미 있는 정보는 앞에서 언급한 최대 생존 시간이 아니다. 왜냐하면, 실험실에서 여러 재질의 표면에 말 그대로 뿌려 놓은 다량의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멸하고, 비례해서 감염 가능성은 낮아진다. 연구진은 바이러스 절반 정도가 사멸하는 시간(Half-Life of Viable Virus)을 별도로 언급했다.

플라스틱은 6시간 49분, 스테인리스는 5시간 38분, 골판지는 4시간 30분(연구진은 골판지는 실험마다 오차가 커서 해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구리는 평균 46분이었다. 실험실 환경(21~23도, 40% 습도)과 다른 일상생활에서는 이보다 바이러스의 생존 시간은 훨씬 더 짧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까, 이 실험 결과를 기계적으로 받아들여서 집 앞 택배 상자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절반 정도가 4시간 30분 정도 생존하리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택배 상자 표면에 누군가 의도해서 다량의 바이러스를 뿌려 놓았을 가능성도 없고, 택배 상자의 운송 환경은 실험실 환경보다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훨씬 더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손 씻기가 중요하다!)

(4) “에어로졸 3시간 생존”의 진실은 이렇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병원 중환자실(환자가 다량의 바이러스를 호흡기를 통해서 내놓고, 기관 삽관 등의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말 그대로 의료진이 뒤집어쓰는 상황 등이 벌어지는 곳)에서 에어로졸이 생길 수 있다고 가정했다. 그러고 나서 일부러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에어로졸로 만들었다.

그 다음에 그렇게 만들어진 에어로졸이 실험실의 통제된 공기 속에서 얼마나 생존하는지 측정했다. 최대 생존 시간은 3시간. 역시 바이러스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은 66분 정도였다. 연구진은 이런 에어로졸 형태의 생존력은 병원과 같은 환경(healthcare settings)에서의 전파 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고 당부하고 있다.

(5) 종합하면, 이 연구 결과는 이렇게 해석해야 합리적이다.

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외부 환경의 생존력은 과거의 바이러스(사스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슷하다. ② 특히 (21~23도, 40% 습도의) 실내에서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표면은 바이러스 오염에 취약하고, 골판지는 걱정할 수준은 아니고, 구리는 상당히 안전하다. ③ (일상생활이 아니라) 병원 중환자실 같은 곳에서 에어로졸 전파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6) 과학 상식 하나. 그런데 구리 표면에서 바이러스는 왜 생존력이 낮을까? 바로 은 이온이나 구리 이온과 같은 금속 이온의 ‘미량동 작용(Oligodynamic Action Effect)’ 또는 미량 살균 작용 때문이다. 은 이온이나 구리 이온이 바이러스의 대사 작용을 방해해서 사멸을 유도하는 효과다.

은 식기, 결투를 벌이다 콧등이 잘리고 나서 구리로 만든 코를 달고 다녔던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 대부분의 동전이 구리를 약 90% 포함하고 있거나 구리로 도금돼 있는 이유 등이 모두 이런 미량 살균 효과를 노린 탓이다.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고자 엘리베이터 버튼을 구리 이온이 포함된 시트로 덮는 곳이 있던데 마찬가지다.

 

6. 코로나19 바이러스 면역은 얼마나 지속되는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완치된 사람은 당연히 몸 안에 면역(항체)이 생긴다. 중국 연구를 보면, 붉은 털 원숭이 두 마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원숭이가 처음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가벼운 증상만 보였고, 4주 뒤 두 번째로 바이러스에 노출시켰을 때 재감염 되지 않았다. 인간도 이렇게 면역 항체가 생기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렇게 몸속에 생긴 코로나19 바이러스 면역 항체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과학자의 중요한 관심사다. 예를 들어,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염 후 15년이 지나도 몸속에 사스 면역 항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보고된 적이 있다. 하지만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환자가 회복되고 나서 바이러스 면역 항체가 몸속에서 급격히 떨어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느 쪽일까? 더구나 설령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항체가 몸속에 남아 있더라도, 그것이 추가적인 재감염을 막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예를 들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이 된 감기에 걸린 사람은 (면역 항체가 몸속에 있을 텐데도) 다시 코로나 바이러스 감기에 걸린다. 역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7.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전망은 어떤가?

미국의 모더나 테라퓨틱스 같은 생명공학 기업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서 임상 시험(1상)에 들어갔다(3월 6일). 백신의 안전성을 시험하는 동물 실험을 건너 뛴 임상 시험이라서 걱정하는 과학자가 많다. 안전성뿐만 아니라 그 효과를 놓고도 회의적인 과학자가 많다. 설사 효과가 있더라도 실제 접종까지는 빨라도 1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 독일, 중국 등에서 백신 개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의사, 과학자 다수가 시큰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번 유행(2020~2021년) 때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백신 개발 가능성은 낮다. 한 가지 희망적인 소식을 전하자면, 치료제는 백신보다 전망이 좀 더 밝다.

우선 다른 바이러스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항바이러스제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예를 들어, 길리어드가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한 ‘렘데시비르’가 대표적이다. 렘데시비르는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 썼을 때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어서, 국내 3개 병원을 포함한 국제 임상 시험(3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현재로서는 전문가가 가장 기대하는 약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화 항체를 찾아서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시도도 국내에서 진행 중이다. 완치자의 혈액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 항체를 찾아서 치료제로 개발하거나, 아예 그 혈액을 이용한 치료법 등이 궁리 중이다. 이론적으로는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로 효과도 있고 안전한 치료제가 빠른 시간 안에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이 기사는 과학 전문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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