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국자 격리는 하되, '국가 셧다운'은 안된다는 정부의 단호함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4.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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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부터 해외에서 입국하는 모든 사람들은 2주 동안 의무적으로 자가격리를 해야 합니다. 거주지 없이 시설에 격리되는 입국자는 내외국인 모두 14일간 하루 10만원씩 총 140만원 상당의 격리비용을 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 31일 화상 국무회의에서 늘어나는 해외 유입에 대해서도 더욱 강력한 조치와 철저한 통제가 필요하다. 해외유입 격리조치 위반시 강력한 법적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오늘부터 모든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사실상 봉쇄 전략

한국 정부는 유럽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322일부터 유럽발 입국자 전원을 시설로 보내 검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입국 인원이 급증하자 25일부터 유럽발 입국자 전원 검사는 포기하고 무증상자는 자가격리로 지침을 바꿨습니다. 27일부터는 미국발 입국자도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전격적으로 해외 모든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의무화를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9일만에 해외입국자 정책이 네 번 바뀌었습니다. 해외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반영한 겁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30일 기준 한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는 147개국, 격리조치는 14개국, 검역강화 및 권고 사항 등은 20개국으로 181개국입니다. 사실상 전 세계가 국가 봉쇄를 했거나 봉쇄에 준하는 조치를 취한 겁니다. 당초 한국은 소위 '셧다운'을 하지 않으면서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 적극적 검사, 확진자 동선 추적 및 공개 등으로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막고 있는 모범사례로 꼽혔습니다. 정부가 중국을 포함해 해외 봉쇄를 그동안 안했던 것도 이 부분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세계 확진자가 85만명을 넘어서 폭증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결국은 사실상 봉쇄 전략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습니다. 게다가 서울 강남에 사는 모녀가 자발적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제주도 일대를 돌아다닌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외입국자의 의무적 자가격리 조치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2. 부담스러웠던 호구프레임

지난 22일 정부는 유럽발 입국자 전원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고 14일 이상 격리되는 장기체류 외국인에 한달 45만원 가량의 생활비를 지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격리하게 되면 내외국인에 관계없이 일단 지원하도록 되어있는 감염병 예방법에 따른 겁니다. 하지만 이 조치 발표 이후 보수언론에서 '해외 퍼주기 논란', 그리고 '중국눈치보기 프레임'으로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중국발 입국제한을 안한 탓에 유럽 입국 막을 명분이 없다는 논리를 들이댔습니다. 

특히 외국인들이 임시생활소에 이동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사진을 퍼다 나르며 호구나라로 공짜 진료 받으러 왔다.” “이런 개 호구나라 어디에도 없다.” “2주간 호텔 격리에 호텔비 식비 일체 무료제공, 확진 땐 400만원 진료비까지 공짜등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돌아다녔습니다. 한국에서의 감염병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지만, 이런 프레임은 선거를 앞둔 정부 여당에 상당한 부담이었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31일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생활비 지원안하는 것을 브리핑에서 강조한 것도 이런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함입니다.

 

3. 자국민 보호는 확실하게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31일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자국민의 입국을 막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말했습니다. 일부에서 2주 자가격리가 아니라 해외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아예 막아버리는 '국가 셧다운' 필요성을 제기하자 이에 대해 반박한 겁니다. 김 차관은 "현재 미국, 유럽에서 국내에 들어오고 있는 입국자의 약 90%가 우리 국민"이라며 "국민이 자기 국가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법적으로도 관련된 법률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중대본에 따르면 3월 30일 기준 미국 입국자 1933명 중 95.2%, 유럽 입국자 1163명 중 89.2%가 내국인에 해당한다. 전체 입국자 6428명 중 외국인은 20.2%에 불과하다.

정부가 해외입국 금지 주장에 선을 그은 것은 자국민 보호라는 정부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일부 무리한 주장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기도 합니다. 선거를 앞두고 자국민까지 입국을 막았다가는 오히려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탈리아 교민 530여명은 4월 1~2일 순차 입국을 합니다.

중대본은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 차관은 "10%의 외국인 중엔 외교, 학술교류 등 필수불가결한 경우가 있다""적절한 방역 조치를 거쳐서 입국하는 것만을 허용한다면 사실상 입국이 대부분의 경우 제한되는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현재 코로나19 해외유입 확진자는 총 518명으로 전체 누적 확진자 9786명 중 5.3%를 차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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