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맥주, 라떼보다 싸졌다? 한국경제의 위기 징후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4.0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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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심상치 않습니다. 올해 초 서부텍사스유 기준 배럴당 60달러선이던 유가가 최근엔 20달러로 떨어졌습니다. 30일엔 장중 19.27달러로 떨어져 조만간 10달러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20023월 이후 18년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경제가 얼어 붙은데다 산유국이 감산 대신 오히려 증산을 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CNBC석유1통이 맥주 1잔보다 싸졌다고 방송했습니다. <물값보다 싼 기름값>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1100대 눈앞

북미에서 거래된 비주력 유종인 서부캐나다산셀렉트는 배럴당 4.2달러에 거래됐습니다. 1배럴은 158.98리터. 리터당 0.026달러입니다. 현재 환율 1달러당 1220원으로 계산하면, 기름 1리터에 32원입니다. 품질이 좋아 배럴당 20달러에 거래된 서부텍사스유도 1리터당 150원입니다. 물값보다 싸다는 게 과장이 아닙니다. 블룸버그는 캐나다산 유가가 스타벅스 단호박라떼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묘사했습니다. 3월 중순 한때 미국 와이오밍산 아스팔트용 고유황유 가격은 배럴당 마이너스19센트로 책정됐습니다. 석유 저장고가 부족하니 돈을 주고서라도 기름을 파는게 이득인 상황입니다. 

국제 유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떨어지지 않던 국내 기름값도 최근엔 눈에 띄게 하락했습니다. 331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390원 안팎입니다. 서울 강서구에는 리터당 1200원대 휘발유가 등장했고, 충청북도에서는 1100원대 주유소가 등장했습니다. 경유의 경우 리터당 1020원도 등장해 조만간 900원대 경유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9주 연속 하락중인데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계속 떨어질 겁니다.

 

2. 미국이 다급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기구 OPEC과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국이 포함된 OPEC 플러스 국가들은 3월초 감산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습니다. 이에 따라 공동 감산 합의가 유효한 시점은 3월말까지였습니다. 어제부터 모든 국가의 무제한 원유 생산이 가능해진 겁니다.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사우디와 러시아가 증산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일일 생산량을 1200만배럴로 최대치로 늘리겠다고 했고, 러시아도 지금 유가에서도 10년은 버틸 수 있다며 물러서지 않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급해진 건 미국입니다. 사우디나 러시아는 석유회사가 국영이기 때문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개입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에 난립한 셰일가스 업체들은 이들에 비하면 규모가 영세합니다. 게다가 채굴 난이도가 높아 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 이상은 되어야지 채산성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고유가로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만 이득을 봤다고 판단하고 있어 아예 이번 기회에 시장에서 퇴출시켜버리겠다는 생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연쇄 전화회담을 가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 에너지 시장 안정의 중요성에 대해 서로 공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나가기로 했다이대로라면 산업이 붕괴하고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전세계 무대로 펼쳐지고 있는 치킨게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3. 수출 비상걸린 한국

저유가는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제 발표된 3월 수출 실적은 전년대비 0.2% 감소해 선방했으나 수출 계약은 통상 2~3달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반영이 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 중 하나가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인데 제조원가를 줄이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수출단가도 그만큼 떨어집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석유화학 부문의 수출단가는 t1000달러로 1년 전보다 173달러(14.7%) 낮아졌습니다. 한국 석유화학 4개사의 1분기 적자는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4월입니다.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19 봉쇄는 3월에 본격 시작됐으니 이게 4월에 반영될 겁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입장에선 비상상황을 상정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저유가 상황은 경기침체의 신호탄이자 장기침체의 견인차 역할을 합니다. 해고와 실업이 이어지면 국민경제는 더 힘들어질 겁니다. 국가의 비상대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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