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민식이법, 정말 과잉처벌인가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04.0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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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일명 ‘민식이법’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입법 당시에도 ‘운전자 과잉처벌법’이라는 주장이 있었는데, 시행 첫날 ‘1호 사고’라는 영상이 알려지면서 반대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유튜브 한문철TV 영상 갈무리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김민식 군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은 스쿨존에서의 교통안전 시설을 늘리고 교통사고 발생시 운전자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관련 법 개정안을 말합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모두 포함됩니다. 이 가운데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내용인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의 사고를 막기 위한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횡단보도 신호기 설치’, ‘불법주차 금지 의무화’ 등에 대해서는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쟁점 ① 형벌비례성 원칙 어긋나는 과잉처벌 여부

가장 큰 논란은 사고 발생 시 처벌에 대한 것입니다. 개정된 ‘특정범죄 가중 처벌안’에 따르면,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여 아이가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과잉처벌을 주장하는 측은 “음주 또는 약물을 하고 운전을 해 사망 사고를 냈을 경우에도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을 선고받는데, ‘민식이법’도 이와 같은 수준으로 처벌한다”는 것입니다. ‘형벌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 같은 주장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도 등장했고, 5일 만에 20만 명이 청원에 동의했습니다.

형벌이 ‘과실’과 ‘고의’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고의성 있는 범죄의 형벌이 3년 이상 징역인데, 과실일 가능성이 높은 스쿨존 내 사고에 3년 이상 징역이라면 균형이 안 맞는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논란은 운전자가 법을 다 지켜도 스쿨존에서 어린이 사고가 나면 무조건 처벌된다는 주장입니다. 정차해 있는 차량에 와서 부딪히는 경우도 벌금을 내고, 최악의 경우 “합의금을 목적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일부러 차량과 접촉사고를 낼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연합뉴스는 이와 관련해 “‘책임이 없으면 처벌도 없다’는 형법상 ‘형벌책임주의’에 반하기 때문에 우리 법체계에서는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정차중인 차량에 부딪힌 사고는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현재까지는 과잉처벌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민식이법이 적용되어 처벌받은 판례가 쌓여야 실증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쟁점 ②'어린이 안전에 유의해 운전한다'는 기준이 모호

또 다른 논란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시속 30km이상 과속하지 않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했다면 해당 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면책 조건에서,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행한다’는 조항입니다. ‘안전에 유의했다’는 조건은 객관적인 기준이 없습니다. 또한 최근 판례는 차량과 보행자 간 사고에서 주로 차량에 과실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스쿨존에서 어린이 사고가 나면 무조건 운전자가 처벌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어린이가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를 타고 갑자기 차 앞으로 들어오거나 무단횡단을 한 경우에도 운전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운전자의 의무사항을 제대로 다 지켰다면 사망사고가 날 확률은 극히 드물지만, 돌발적인 접촉사고가 날 경우에 운전자가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행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증명을 위한 법적인 절차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소액에 합의하는 게 편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쟁점 ③ 반대측에서 부정적인 사례만 일반화

민식이법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사례만을 모아 일반화했다. 기존에 처벌했던 것들을 가중처벌하는 것일 뿐 안 하던 걸 하는 게 아니다"고 반박했습니다. ‘노키즈존’ 논란에서처럼 아동의 보행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채 ‘민식이법 무력화’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동에게 스스로 지킬 능력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운전자가 특별히 조심하라는 것이 민식이법의 취지”라며 “차와 보행자 중 약자는 무조건 보행자”라고 말했습니다.

매년 교통사고 1위를 차지하는 항목은 과속이나 신호위반이 아니라, 전방주시 태만 등의 안전운전 불이행 사고입니다. 최근에는 주행 중 스마트폰이나 내비게이션 조작 등으로 사례가 더욱 늘고 있습니다. 또한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한국의 스쿨존에서 어린이 10만 명 당 사망자 수는 0.4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0.3명)보다 1.5배 높습니다. 결국 운전자들이 바뀌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현재는 운전자중에서 민식이법에 대한 반대여론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어린이를 보호해야한다는 당위성과 한 사람의 억울함도 없어야 한다는 법의 원칙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지 출처: 도로교통안전공단
이미지 출처: 도로교통안전공단

스쿨존에서는 안전운전 및 방어운전 필수

제한속도 외에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지켜야 할 법규는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27조(보행자의 보호), 제48조(안전운전 및 친환경 경제운전의 의무), 제49조(모든 운전자의 준수사항 등)입니다. 특히 49조에는 ‘어린이가 보호자 없이 도로를 횡단할 때, 어린이가 도로에서 앉아 있거나 서 있을 때 또는 어린이가 도로에서 놀이를 할 때 등 어린이에 대한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는 것을 발견한 경우 일시정지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스쿨존을 지나갈 경우 횡단보도 앞 정지선에서 무조건 정지하고, 불법주차나 반대쪽 차선의 차량 때문에 보행자에 대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면 일단 정지 혹은 서행을 하는 게 안전운전 및 방어운전의 방법입니다. 이번 민식이법 논란의 핵심은 ‘스쿨존에서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 처벌을 강화한 것’입니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범죄예방에 효과가 있는가는 오랜 사회적 논란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형제 등의 강력한 처벌이 범죄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보편적으로 퍼져있지만 아직까지 검증된 사례나 연구는 없습니다.

이번 논란으로 운전자들은 스쿨존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고 내비게이션 회사들은 아예 스쿨존을 회피하는 기능까지 추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처벌강화로 범죄예방 효과’를 증명하는 사례가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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