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클래스가 다른 홍콩 코로나19 검사? 자랑마라 한국??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4.0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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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유튜브 채널이 한국의 코로나19 진단검사에 대해 '자화자찬할 거리가 안 된다'고 비난했다. 상ㆍ하기도 검체 검사 중심의 한국 진단 방식보다 혈액ㆍ소변검사를 추가로 보는 홍콩 방식은 '클래스가 다르다'며 극찬했다. 하지만 이는 불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성급한 일반화와 확증편향에 따른 허위정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보수싱크탱크를 자처하는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는 지난달 30일 <간결한 출근길/개방성 포기이제 뭐 자랑할래문재인>(3/30)에서 한국보다 홍콩의 코로나19 검사 방식이 더 우수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차례 한국이 채택하는 진단 방식의 정확성에 문제가 없다는 보도가 있었음에도 또다시 해묵은 이슈를 꺼내들었다. 정권 비방 목적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방송 내용을 살펴보자.

[63:44]

진행자 :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아내가 홍콩에서 코로나19) 검진을 받으러 갔더니, 코 양쪽을 이렇게 스왑을 하고, 목 뒤에 검체 채취를 하고, 객담이죠. 그 다음에 피를 뽑았습니다. 그리고 소변을 받았어요. 4가지를 한 거예요. 4가지를. (코로나19 검사할 때) 대한민국은 코 찌르는 것까지만 해요. 여러분 어떤 게 더 정확하겠습니까. 지금 ‘검진을 빨리 한다’라고 자랑할 만한가요. 아니 (홍콩의 코로나19 검사는) 너무 안심이 되는 거예요. 그 정도로 샅샅이 테스트를 하니까. 너무 안심이 되는 거예요. 조금이라도 바이러스, 혈청으로 검사를 하면요. 코로는 그 양성반응이 나올 만큼의 바이러스가 없을 때도, 바이러스가 일부라도 있으면 어느 정도 캐치가 가능하죠. 그러면은 또 추적을 하겠죠. 해당 사람에 대해서는 뭔가 의무경력이 있거나, 그런 식으로 추적을 하겠죠. 클래스가 다릅니다. 대구 17세 소년이 소변이 양성이었다. 그런 거 생각하면요. 이건 검체 채취하기 전에 엑스레이부터 찍었습니다. 엑스레이 찍고, 이걸 다한 거예요. 폐가 어떤 상태인지도 확인하고, 이걸 다 했어요. 대한민국 빨리빨리 많이많이 한 거 자랑할 게 아닙니다. 그것만 자랑해가지고 될 게 아니에요. (중략) 왼쪽에 보이는, 왼쪽에 보여드린 비용들이요. 보통 민간병원에 가면요. 한국 돈으로 50만 원 이상, 5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 됩니다. (코로나19) 검진을 몇 종류를 하느냐에 따라서, 제 아내는요. 180달러 냈어요. 한국 돈으로 총 300달러 냈는데, 검사비용은 180달러 냈습니다. 한국 돈으로 3만 원이 안 돼요. 3만 원 정도 될 겁니다. 지금 환율로는 한국 돈 3만 원이 되고, 이 검사를 다 받았어요. 지금 한국이 그렇게 자랑할 게 그렇게 많지 않아요. 제 아내요. 음성 나왔습니다. 음성 나왔는데..

[67:18]

진행자 : 홍콩은요. 본인이 의심 증상이 있어서 가도, 돈 그냥 3만 원 내면 다 검진해줘요. 한국은 ‘16만 5000원을 낼래요, 그냥 갈래요?’ 이러고 있었습니다.

 

진행자는 아내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다녀온 경험담을 전하면서 한국의 검사 시스템을 비판한다. 정부가 코로나19 검사를 빨리 많이 한다고 자화자찬 할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팩트가 많이 틀렸다.

이번 팩트체크의 주요 쟁점은 ①한국의 코로나19 검사는 부정확한가? ②홍콩의 코로나19 검사는 어떻게 이뤄지나? ③비용 부담은 어떻게 하나?  등이다.

 

①한국의 코로나19 검사는 부정확한가?

한국이 채택하고 있는 검사방법은 'RT-PCR(실시간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 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달 15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어느 나라도 다른 방식의 진단법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WHO(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고 있는 최종 확진방법은 바이러스 존재 자체를 확인하는 RT-PCR 뿐"이라고 말했다. 이 검사법은 환자의 몸에서 채취한 소량의 검체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만 수백만배로 증폭한다. 이후 코로나19에서 발견되는 특정 유전자를 검색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유전자 가운데 어떤 부분을 검색하느냐에 따라 세부 방식이 나뉘기도 한다.

PCR검사는 상기도(입 또는 콧구멍부터 후두까지)와 하기도(후두부터 기관지, 세기관지를 포함)의 검체를 채취해 검사한다. 상기도 검체는 콧구멍 또는 구강 점막에 면봉을 집어넣어 분비물을 채취한다. 하기도 검체는 환자가 뱉어내는 객담(가래)을 채취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추가 검체가 필요할 경우 혈액과 대소변을 검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질본은 상기도 및 하기도에서 2종류의 검체를 반드시 채취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가세연이 주장한 "대한민국은 코 찌르는 것만 해요"라는 주장은 거짓이다. 다만, 피검자의 가래가 없을 경우에는 억지로 가래를 수거하지 말라고 규정하고 있다. 가래를 뱉어내려고 억지로 노력하다 에어로졸이 생성돼 감염 전파 우려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혈액을 분석해 항체를 검사하는 항체검사(혈액검사) 방법으로 코로나19 진단을 내리는 방법도 있지만 정확도가 PCR방식보다 낮아 보조 수단으로 활용된다. 항체검사는 분석을 마치는데 수분~수십분 정도의 시간만 필요할 정도로 PCR방식에 비해 신속성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 검사는 면역반응으로 충분한 항체가 만들어지기 전인 감염 시작 며칠 이내로는 진단이 불가능할 수 있다. "혈청으로 검사를 하면요. 코로는 그 양성반응이 나올 만큼의 바이러스가 없을 때도, 바이러스가 일부라도 있으면 어느 정도 캐치가 가능하죠."라고 한 진행자의 말은 사실과는 다르다.

   

홍콩의 의료정보사이트 AD MediLink 화면 캡처
홍콩의 의료정보사이트 AD MediLink 화면 캡처

 

②홍콩의 코로나19 검사는 어떻게 이뤄지나?

홍콩의 검사 방식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홍콩에서 채택되고 있는 코로나19 검사 방식을 현지 의료보험 정보 사이트를 통해 검색했다. 기본적으로 PCR 검사를 가장 신뢰하고 있으며 혈액검사를 보조적으로 활용한다. 혈액검사는 주사기로 뽑은 혈액을 공공의료기관의 중앙 검사소로 보내 진행하는 혈청검사와 손끝을 바늘로 찔러 혈액 샘플을 진단 시약에 떨어뜨리는 방식(finger prick)으로 진행되는 검사도 있다. 

가세연 동영상에서 진행자는 아내의 개인적 경험을 소개했다. 검사비로 180달러(홍콩달러로 추정:한화 약 2만8400원), 총 300달러(한화 약 4만7000원)가 들었다고 전했다. 홍콩 현지에선 두가지 경로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공공의료시설에서 코로나19 검사는 무료로 진행된다. 홍콩에는 43개의 공공의료시설이 있는데 의사에게 진찰을 받은 뒤 의사의 판단에 따라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환자는 의사에게 진료비 180홍콩달러만 지불한다. 검사는 무료. 의사는 확진자 접촉 유무, 증상 발현 등을 기준으로 검사를 받게 할지 판단한다. <The doctor you see will determine your eligibility for a test (depending on your symptoms, travel history and any close contact with people who tested positive for COVID-19).>

의사의 진료 결과 코로나19 검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비는 무료이지만 진료비는 부담해야 한다. 진행자 아내가 냈다는 180달러는 진료비인 셈이다. 진행자는 아내가 검체 4종(입, 콧구멍, 혈액, 소변)을 채취하고 X레이도 찍었다고 전했다. 총 300달러 중 나머지 120달러는 X레이와 혈액, 소변 검사 비용인 것으로 추정된다. 진료비 180달러를 제외하면 검사비 무료에 약간의 실비 만을 징수하는 셈이다.

의심 증상이 없거나 여행력, 확진자 접촉 등이 없어 의사가 진단 검사의 필요성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 또는 본인이 필요에 의해 사립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는 상기도(면봉 검체 채취), 하기도(객담), 혈액 검사 등 모든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자부담인 경우 1000~3000홍콩달러 정도하는 검사비에 500홍콩달러 이상의 진료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해외 입국자들은 자가격리 상태에서 검체를 스스로 채취해 실험실로 보내는 검사 방법도 사용된다. 이 경우에는 콧 속을 후빈 면봉과 객담(가래)을 밀봉해 실험실로 보내게 된다.  진행자의 아내가 받은 검사 방법이 모든 홍콩인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홍콩에서 의사 소견 없이 환자 본인의 희망 만으로 사립 의료시설에서 검사를 받을 경우 오히려 한국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다.

③비용 부담은 어떻게 하나? 

가세연은 동영상에서 "홍콩은요. 본인이 의심 증상이 있어서 가도, 돈 그냥 3만 원 내면 다 검진해줘요. 한국은 ‘16만 5000원을 낼래요, 그냥 갈래요?’ 이러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이 아니다. 일단 홍콩도 의사의 소견이 있어야 코로나19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동영상 진행자가 명확하게 전달하지는 않았지만 진행자의 아내는 확진자를 접촉했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접촉했다는 정황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는 코로나19 의심 소견으로 검사를 진행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방역당국의 코로나19 대응지침에 따라 다음 세 가지 경우에 코로나19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된다.  ① 의사의 소견에 따라 원인미상폐렴 등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자 ② 해외 방문력이 있으며 귀국 후 14일 이내에 발열(37.5℃ 이상) 또는 호흡기증상(기침, 호흡 곤란 등)이 나타난 자 ③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국내 집단발생과 역학적 연관성이 있으며, 14일 이내 발열(37.5℃ 이상) 또는 호흡기증상(기침, 호흡곤란 등)이 나타난 자이다.

의사가 진료한 뒤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보건소에 신고하면 결과가 음성이든 양성이든 검사비는 전액 국가 또는 건강보험에서 부담한다. 검사비는 16만원 정도이지만 상급종합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음성으로 판정될 경우 진료비, X레이 처치비 등 추가비용이 붙을 수도 있다.  의사가 코로나19 검사가 필요없다고 하는데도 본인의 희망에 따라 검사를 받을 경우에는 음성으로 판정되면 모든 검사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한정된 자원을 높은 우선 순위에 쏟아 사회 전체적으로 감염 위험도를 낮추겠다는 목표이다.

선별진료소 등에서 채취된 검체는 실험실로 보내져 PCR 테스트 등을 실시한다. 실험실에서도 판정의 우선 순위가 존재한다. ① 확진환자의 접촉자 중 유증상자 ② 국내 집단발생과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유증상자 ③ 의사소견에 따른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유증상자 ④ 확진환자의 추적검사(격리 해제 기준) 순이다. 증상이 없는 사람은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결론: 한국과 홍콩의 검사는 별로 차이가 없다

"샅샅이 살펴보는 홍콩의 검사가 너무나 안심이 된다.", "한국은 검진을 빨리 많이 한다고 자랑할 만한가?"라는 홍콩 예찬, 한국 정부 비판에 대해 살펴봤다. 그러나 홍콩과 한국의 코로나19 검사는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한국의 코로나19 검사의 검체 채취는 상기도와 하기도 2곳의 검체를 채취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대한민국은 코 찌르는 것만 한다'며 정확하지 않다는 가세연의 주장은 근거가 사실과 다르다. "홍콩은 본인의 의심증상이 있어서 가도(의사 소견 없이 본인의 판단으로 검사를 받아도) 3만원 내면 다 검진해준다"는 가세연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팩트체크 요청에 의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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