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말바꾸기" 황교안, "황교안 신뢰한다" 이낙연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4.0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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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황교안 두 후보가 6일 처음으로 TV토론에서 맞대결했습니다. 종로구 선거방송토론회가 주최해 서울 강서구 티브로드 강서제작센터에서 열린 이 토론회에선 두 후보가 지역 이슈를 넘어 국가적 아젠다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습니다. <TV 토론에서 격돌한 이·황>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사실상 대선 전초전

이낙연·황교안의 첫 TV토론회는 대선 전초전이라는 수식어에 부응할 정도로 거시적 주제를 놓고 두 후보가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습니다. 서울 종로구 이슈와 관련해서는 광화문광장 이전, 교남동 초등학교 신설 정도가 눈에 띄었을 뿐이며 대부분 코로나19 대응, 경제정책, 조국사태, 위성정당 등 정치권 혹은 국가적 이슈였습니다.

토론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황 후보의 공격으로 토론이 시작됐습니다. 황 후보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국내에서) 1만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183명의 희생자가 생겼다최초 방역에 실패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생긴 측면이 크다고 공격했습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세계 언론과 각국 지도자가 한국을 칭찬한다많은 (해외) 언론은 한국의 투명하고 개방적인 민주주의가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황 후보는 외국의 평가는 헌신적인 의료진과 우리 시민이 받아야 할 평가라고 재반박했고, 이 후보는 국민들 덕에 잘한 게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평가하며 자신감을 갖고 함께 극복하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받아넘겼습니다전체적으로는 황교안 총리가 공세를 펼치면 이낙연 총리가 받아치는 모양이 많이 나왔습니다. 지지율이 뒤처지는 황 후보가 더 공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두 후보는 각각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총리였고, 각 당의 선대위원장이며 서울 반포에서 살다가 종로로 이사해 출마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1위 대선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만약 참패를 한다면 향후 대권가도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게 됩니다.

 

2. 또 소환된 조국 

미래통합당은 전략적으로 최근 조국 사태를 자주 언급합니다. 조국 사태로 촉발된 한국사회의 불공정과 계급사다리 이슈를 언급하는 것이 선거에 불리할 것이 없다는 인식에 기반합니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5일 대전 선대위에서 “‘조국 살리기경제 살리기중 무엇이 우선해야 하는지 삼척동자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사람(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작년에 이미 국민 마음속에서 탄핵받아 물러난 사람이라며 이 사람을 살리려고 멀쩡한 검찰총장 윤석열이라는 사람에 대해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최근 채널A 기자에 대한 MBC 보도로 '검언유착'이 이슈가 되자 친여진영의 조국살리기 프레임을 들고 나온 겁니다.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도 6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정권의 가장 문제는 자신들이 '공정 사회'를 내걸었지만, 기회, 과정, 결과 어느 하나도 '공정'에 맞지 않는 일들을 조국 사태를 통해서 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황교안 후보 역시 조국 이슈를 환기시켰습니다. 황 후보는 이낙연 후보에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는 검찰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가 이후에는 마음의 빚이 없다고 손절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공격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조 전 장관에 대해선 개인적인 마음의 빚이라든지 그런 판단을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것이고 검찰 수사를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적극적으로 반박하기 보다는 이슈를 슬쩍 피하는 방식을 취한 겁니다.

이 후보는 역공에 나섰습니다. 그는 황 후보는 현 정부를 좌파독재라고 한다. (하지만) 황 후보와 소속 당만 좌파독재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이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2~3년 안에 멀쩡한 나라였다면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은 왜 있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조국 사태와 박근혜 탄핵이 양당의 취약점임이 잘 드러난 토론이었습니다. 

 

3. 신뢰·사랑 vs 각세우기

지난 4일 이낙연 후보는 종로 명륜동 유세에서 우선 저부터 황 대표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미워하지 않겠다우리는 협력해서 나라를 구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습다. 이 위원장은 혹시 제 마음속에 미워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나온다면 입을 꾹 다물고 반드시 참겠다황 대표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황교안 대표는 페이스북에 언제부터 망했다는 험한 말이 자기를 소개하는 말처럼 돼버렸다모든 건 무능한 정권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권력에 눈 먼 자들이 제구실을 못해 우리가 지금 험한 꼴을 보고 있다이들을 미워한다.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했다. 하지만 미워한다는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 뒤 새 글을 올렸습니다. 황 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저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다만 소중한 대한민국을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로 만든 이 정권에 국민과 함께 분노할 뿐이라고 했습니다.

TV토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황교안 후보는 비례위성정당, 부동산, 조국사태 등에서 이낙연 후보가 말바꾸기를 했다며 공격을 가했습니다. 황 후보는 이 후보가 말 바꾸는 모습을 보이는데 어떻게 협력하겠나라며 지도자의 말 바꾸기는 정치 불신을 초래한다. 지도자 생명을 갉아먹는 것이다. 조국 반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낙연 후보는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황 후보가 말 바꾸기를 하더라도 황 후보를 신뢰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앞선 상황의 이낙연 후보는 지속적으로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전략을 택했고,' 추격자' 황교안 후보는 뒤처지는 사람으로서 공세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앞으로 이 전략이 선거유세기간 이어질지, 효과가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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