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서 '구원자'는 자본주의나 종교가 아닌 '과학'이다

  • 기자명 김우재
  • 기사승인 2020.04.0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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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 드는 기업의 돈이 학문적 과학의 진정성을 오염시킨다지식추구가 상업화의 방향으로 전활할 때, 다음과 같은 의문이 어쩔 수 없이 뒤따른다. 경제적 성공을 갈망하는 것이 과학적 진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데 편향을 주지 않을까? 과학자에 대한 대중적 인식에 회의나 불신이 스며들지 않겠는가? 학계와 산업계 사이의 구분이 점차 흐려진다면 학문적 과학과 기업 과학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부정한 동맹>의 한 구절

 

코로나19로 인도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1억명에 가까운 인도의 비공식 노동자들은 인도 대도시 경제의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인도 전역 완전봉쇄조치로 이들은 도시를 탈출해 고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고, 인도의 거리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알고 있던 각 문명과 국가의 상식을 모조리 파괴하고 있다.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위기는 정치적 리더십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으로만 생각하던 유럽의 영국과 스웨덴은 백신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내겠다며 정신승리 중이고, 미국은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 속에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고, 일본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조차 없다.

위기 상황에는 한 사회가 지닌 저력이 빛나기도 하지만, 사회의 약한고리가 드러나기도 한다. 그리고 전세계적인 감염병 사태에서 한 사회를 떠받치는 과학이라는 기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과학은, 우리 삶과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버팀목이다. 우리가 평상시에 과학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는건, 이런 위기상황이 아니면 과학이 우리 삶에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과학이 얼마나 조용히 우리 사회의 바닥을 지탱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그리고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과학을 참칭한 가짜뉴스와 사기극이 횡행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평소에 과학을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다루어왔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준다. 과학은 어벤저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사회가 과학에 미리 투자해야 한다.

 

양자마스크, 코로나 부적 그리고 소 배설물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인도의 인민당 관계자는 소 오줌 축제를 열고 음용을 강요했다. 소 오줌에 항바이러스 성분이 녹아 있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는 비과학적 근거가 이 소동의 원인이었다. 인도의 가장 큰 양대 정당 중 하나인 인민당이 민간요법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하려고 축제까지 열었다는 사실이, 현재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국의 원인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과학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는 이렇게 사회의 바닥을 드러낸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예방한다며 소 오줌을 마시고 있는 인도인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예방한다며 소 오줌을 마시고 있는 인도인들.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각종 민간요법은 한국에서도 성행중이다. 코로나 목걸이는 목줄에 달린 용기 속 이산화염소가 30일간 반경 1m 내 제균을 도와준다며 각종 쇼핑몰을 장식 중이다. 코로나 부적도 등장했다. 하나에 3천원~10만원까지 하는 코로나 부적은 메르스 사태에서도 효과가 있었다는 광고로 소비자들을 현혹 중이다. 심지어 이 부적엔 극우세력의 혐오 메시지가 쓰인 우파 버전도 있다. 코로나19가 막 시작되던 1월엔 한 육군부대장이 내무반에 양파를 비치하라고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물론 양파는 바이러스를 막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 마늘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치료한다는 민간요법이 다시 기승을 부렸고, 면역력에 좋다는 비타민제가 코로나19 치료제처럼 팔렸으며, 어떤 한의원은 이 기회를 이용해 한약을 팔았다.

코로나19 예방 부적. 부적에도 좌파와 우파가 있다.
코로나19 예방 부적. 부적에도 좌파와 우파가 있다.

 

마스크 대란으로 시민들이 곤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양자마스크도 등장했다. 양자마스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양자에너지가 함침된 것으로, 자연의 오행양자를 마스크 원단에 전사해 미세먼지입자를 밀어내는 원리를 적용한 것이라고 한다. 하긴 한 위성정당의 공동대표라는 명문대 교수가 퀀텀에너지라는 정체불명의 이론을 검증하는 과제를 수행할 정도니, 평범한 시민들이 양자 마스크에 현혹되는것 자체를 탓하기도 어렵다.

양자마스크나 코로나 부적 등은 웃으며 넘길 수 있다.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유사과학이긴 하지만, 그 피해는 일차적이기 때문이다. , 코로나 부적이나 양자마스크에 의한 피해는 소비자 개인에 대한 일차적 피해로 국한되게 마련이다. 유사과학으로 공공에 피해를 주긴 하지만, 이들로 인한 심각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으며, 과학이 아무리 발달한 사회라 해도 이런 종류의 유사과학까지 모두 없애는건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과학이 부재함으로써 혹은 과학을 악용하는 세력에 의해 발생하는 더욱 중요한 범주의 사기에 촛점을 맞춰야 한다. 유사과학은 거대한 경제적 이익과 관련되어 있을 때, 그리고 정치적 권력에 의해 악용될 때 공공에 큰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음양오행과 양자코팅으로 질병을 막는다는 양자마스크
음양오행과 양자코팅으로 질병을 막는다는 양자마스크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뉴스톱은 한 제약사가 마스크는 물론 옷깃에만 붙여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선전한 상품이 제대로 인증받지도 않은 허술한 제품이라고 폭로했고, 해당 기업으로부터 고소 위협을 받았다(편집자주:  해당 기업에서 뉴스톱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다).

내가 고소를 당했던 유사과학단체도 그랬지만, 기업의 이익과 관련되었을 경우에, 특히 주식시장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을 경우에, 많은 기업들이 주저하지 않고 과학을 왜곡하기 시작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빛을 발한건 한국의 분자진단 기업들이었다. 주식회사 씨젠을 비롯한 진단키트 생산 기업들은 질병관리본부의 긴급승인조치를 획득하고 지금처럼 신속한 검진체계를 가능하게 한 일등공신들이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를 진단하는 가장 확실하고 표준화된 진단키트는 실시간유전자증폭 real tim PCR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는 분석시간까지 6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한 진단시간을 줄일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3월부터 감염병 진단과는 거의 아무런 상관도 없던 각종 생명공학기업들이 너도나도 분자진단키트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 중 일부는 6시간이나 걸리는 진단키트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항체를 이용한 신속진단키트 개발에 착수한다고 알렸다. 물론 품질 좋은 항체진단키트가 있다면 검진의 속도는 엄청나게 향상될 수 있다. 하지만 항원진단키트의 개발은 우리 생각처럼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항체의 개발도 쉽지 않은데다, 개발이 된다고 해도 질병관리본부는 항체진단키트를 긴급사용승인 대상으로 삼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질본의 긴급사용승인을 통과한 진단키트는 실시간유전자증폭을 기반으로 하는 몇몇 기업의 것들 뿐이다. 3월 초부터 신속진단키트를 개발하겠다며 언론을 통해 이름을 알린 그 기업들의 주가는 급상승했고, 곧 폭락했다. 이 기업들 중 일부는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말 진단키트의 개발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화려하게 언론플레이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언론을 통한 진단키트 개발 소식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 과정에 과학적 평가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규모가 크지 않은 생명공학회사들이 신속진단키트를 내세워 언론플레이를 시도한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주식시장에서는 흔한 일이다. 문제는 이미 바이오를 둘러싼 주식시장의 거품이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서 이젠 거대 생명공학회사들까지 이 복마전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임원진 주식매도 등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업까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미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코로나 백신이 임상시험에 돌입한 상황이고, 단기간에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해당 기업의 언론기사에 업계 전문가들은 의혹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를 이용해 정직한 기업이 돈을 버는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정보를 가지고 주식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는 지양되어야 한다. 코로나19는 바로 그런 과학의 적들을 곳곳에서 소환 중이다.

 

과학자의 부끄러운 자화상

코로나 백신 개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백신의 개발은 원래 어렵다. 인류가 백신을 통해 완벽하게 멸종시킨 바이러스는 천연두 정도에 불과하다. 안전한 백신이 만들어진다면 그것보다 좋은 무기는 없지만, 백신의 개발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그래서 어떤 전문가는 천운이 따른다면 18개월 만에 개발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3월 초, 국립대 교수 한 명이 여러 언론으로 보도자료를 보내 자신이 코로나19의 백신 항원 생산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많은 언론이 그 과학자의 발언을 받아쓰면서도 해당 과학자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지 않았다. 그 과학자는 바이러스가 출몰할 때마다 비슷한 방식으로 언론을 통해 본인의 연구를 홍보했으나, 아직 그 과학자가 만든 백신은 등장하지 않았다. 백신을 만들기 위한 항원을 생산했다는 것과 실제로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치고 제조공정을 거쳐 백신이 상용화되는건 완전히 다른 세상의 얘기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거대 제약사들이 백신 생산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자 한 명이 백신을 개발하고 사용화하는건 불가능하다. 게다가 시험관 수준에서 항원을 생산하는 것과, 동물 시험 및 사람을 대상으로한 시험을 통과하는 건 완전히 별개의 얘기다. 물론 그 과학자가 코로나19를 조기종식시키기 위해 선의로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점에 의심을 품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시국에 개발 자체가 불투명하고, 심지어 논문이나 프리프린트로도 나오지 않은 연구결과를 언론을 통해 알리는 과학자의 의도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미국 의회에서 한 하원의원이 한국의 코로나 진단키트가 FDA 기준에 미흡하다는 뉘앙스로 한 발언을 받아, 한국의 한 의학박사 출신 방송인이 한국의 진단키트를 의심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영양제 과대홍보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이 방송인은 미국 국회의원의 발언을 제대로 팩트체크조차 하지 않고 마치 한국 진단키트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발언해서, 국가 위기상황을 불러올 뻔 했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서 한국의 진단키트를 수출해달라고 하는 상황에서, 누가 봐도 편견으로 가득한 이런 발언이 전문가의 입을 통해 언론에 여과 없이 송출되는 현실은 불행하다. 그는 자신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여전히 섣부르게 과학적 근거가 없는 뉴스를 위기 상황에서 확산시킨 잘못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고 있다. 아니면 말고 식의 이런 전문가의 발언은 위험하다. 특히 과학적으로 권위를 지닌 전문가들의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

의사이자 전직 기자인 홍혜걸씨의 페이스북 캡처.
의사이자 전직 기자인 홍혜걸씨의 페이스북 캡처.

 

이 외에도 감염병에 대해 비전문가 수준인 몇몇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은 전문 연구자들과의 신중한 상의 없이 언론에 대고 코로나가 2월 말이면 종식된다는 둥의 발언으로 여론에 혼란을 야기했다.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의 김범준 교수는 로지스틱 모형을 사용해 2월 말이면 코로나1999%에 도달하고 38일이면 종료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의 회장이기도 한 김범준 교수는 자신의 예측이 틀리자 다른 매체를 통해 여러 학자가 다양한 불확실한 예측을 제안하기를 촉구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말처럼, 우리는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우리가 가진 도구를 사용해 최선의 추측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방식이 충분히 전문가들에 의해 숙의되지도 않은 간단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들고,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는 식으로 언론과 인터뷰하는 방식은 아닐 것이다. 지금도 많은 과학자들이 코로나19의 종식 시점을 예측하고 있지만, 그들은 다양한 프리프린트 서버와 트위터 등을 통해 토론하고 숙의하며 최대한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예측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과학자는 다양한 연구로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 하지만 과학자가 동료들과의 토론과 합의보다 언론을 통한 발표를 좋아한다면, 그런 과학자의 주장엔 의심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최근 레딧엔 제발 조회수와 인용도를 올리기 위한 코로나19 관련 엉터리 논문과 예측을 멈추라는 글이 올라왔다. 위기상황에서 비전문가들의 무분별하고 이기적인 예측과 논문의 남발은, 자칫하면 공공의 위험을 야기할 수도 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엉터리 논문을 쓰지 말라고 호소한 레딧의 글.
코로나19와 관련된 엉터리 논문을 쓰지 말라고 호소한 레딧의 글.

 

기초과학은 당장은 쓸모가 없어 보이는 연구들이다. 따라서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일종의 보험과 같다. 우리가 기초과학에 투자하고 기초과학을 육성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환자를 치료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의학이나 생명공학회사와는 달리, 기초과학자들은 연구실에 사물의 원리를 탐구하고, 혹시라도 훗날 사용될지 모르는 기술의 원리를 연구한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에서 기초과학자들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물론 기초과학자들이 대중에게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일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기초과학자들이 당장 치료제를 개발하는건 불가능하다. 기초과학은 그러라고 있는 학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과학언론 한 곳은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한국기초과학연구원 IBS가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이지 않는다며 이들을 소환해냈다. 이미 과학계의 해당 전문가들이 모여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와 협업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언론은 과학계가 보이지 않는다며 훈장질을 해댔다. 이렇게 구성된 범대위가 의협에 의해 정치적 논리로 공격받아 해체되었을 때 해당 언론은 보이지 않았다. 이쯤되면 그 언론이 과학자를 위한 미디어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 문제는 잘못된 프레임으로 쓰인 이런 기사에 기초과학연구원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기초연의 한 단장은 코로나19 진단 시간을 4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다며 국내 학술지에 급하게 논문을 투고하고 이를 언론에 알렸다. 다행히 과기부는 기초연의 자료 배포 당일 방역에 혼란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이를 제지했다. 과기부가 언급했듯이 방역에 즉시 적용하기도 어렵고, 기초과학연구원이 해야할 연구도 아닌 일에 언론을 동원해 선전하는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나마 과기부의 제지 덕분에 기초연은 더 큰 수모를 당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과학의 각 분야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기초연이 해야하는 일은 진단키트의 개발이 아니라, 기초적인 정보의 전달과 기초연에 주어진 연구에 충실히 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이 과학적이어야 한다

이젠 모두가 알고 있듯이, 한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진 이유는 신천지라는 종교집단 때문이었다. 방역이 어느 정도 통제되던 시점에 한국에서 지역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31번 환자 때문이었고 그 배후엔 신천지라는 종교가 있었다. 신천지는 기독교 계열의 소위 이단 종교로 알려져 있고, 그들의 종교집회 현장이 한국 확진자 증가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교회 행사를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회들은 여전히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다. 그리고 신도들에게 소금물을 뿌린 교회에선 수많은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미 정부와 각종 언론이 코로나19 예방법을 엄청나게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이 교회의 누구도 소금물 살포가 바이러스 감염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걸 몰랐다는 뜻이다. 심지어 해당 교회 목사는 신천지 감별사로 유명한 사람이었다.광신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리고 전염병 사태에서 광신은 공동체를 위협할 수 있다. 모든 종교집회는 당장 멈추어야만 한다.

며칠전 한국 진단키트가 부적절하다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미국 공화당의 국회의원 마크 그린은 창조론자다. 게다가 그는 백신 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며 미국 테네시 주에서 백신 접종 반대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과학을 존중하지 않는 근본주의 기독교인인 공화당 하원 의원 한 명이, 이런 혼란의 시기엔 파국을 불러올 수도 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벤 카슨과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대응 기자회견에서 갑자기 국가 기도의 날을 선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 카슨은 유명한 창조론자이며, 진화론을 과학으로 인정하지 않는 인물이다. 이미 미국 정부엔 창조론자와 안티백서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안티백신운동에 호의적인 트윗을 여러차례 날린 전적이 있다.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진행되는 이 시기에, 제도권 종교로 사회에 봉사해야 하는 기독교는 여러모로 파국에 기여하고 있는 듯 보인다. 교회가 사회에 칼을 겨누고 있을 때, 그걸 막는 것이 진정한 신앙이다. 특히 종교와 더불어 정치권력의 과학적 무지는 코로나19 사태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물리학 박사인 메르켈을 총리로 둔 독일과, 사업가이자 과학에 무지한 대통령을 둔 미국의 차이는 앞으로 우리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과학에 투자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서양에서 심각해지는 시점에, 나는 이런 글을 썼다.

 

우연인지 법칙인지 몰라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한 국가의 정치가 얼마나 단단하고 건강하게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지를 시험한 지렛대인 듯 하다.

중국은 초기대응에서 정보를 통제하려다 코로나19의 빠른 감염력 때문에 큰 피해를 봤고, 이런 식의 구시대적 정보통제는 이번 사태 이후 중국 정치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본이야말로 정치가 얼마나 우리 삶에 어이 없는 피해를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다. 일본은 정말 직접민주주의가 시급한 국가인데, 민중이 거리로 나설 동기부여조차 없는 장기 무기력 상태에 빠진 건 아닌가 걱정이다.

미국은 얼척 없는 대통령 하나 때문에 전 국민이 코로나19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는 상태다. 대선이 코 앞인데, 주변에 계속 늘어나는 기침 환자는 분명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미국의 대형상점은 각종 사재기로 그 전조를 알리고 있다.

이란과 이탈리아 모두 정치가 실종되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국가들이다. 정치가 실종된 순간, 전염병은 아무런 장벽도 없이 우리 삶 속으로 파고 든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코로나19가 관리되는 방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위기 상황에서 정치가 만드는 격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총선과 겹치는 시기에 신천지와 마스크 대란으로 진영이 갈렸다. 문재인 정부는 확진자를 잡아내는데 큰 진전을 보였지만, 마스크와 소독제 수급관리는 물론 피해를 구제하는 긴급구호 능력에서 큰 약점을 보였다. 민간 개발자들과 분자진단 기업들의 도움, 그리고 이런 혼란 속에서도 질서를 지키는 국민 정서가 아니었다면, 문재인 정부의 대응에 박수를 쳐주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정부의 대응이 훌륭하다기보다, 혼탁하고 무력한 정치에 적응한 민중의 자발적 생존욕구가 사태를 진정시키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은 코로나19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총선 표 계산만 하고 있을 뿐이다.

민심은 이미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다. 코로나19는 민심의 그 의지를 가속화했다. 자화자찬하는 정부도, 표계산에 여념이 없는 거대 정당들도, 민심이 보기엔 꼴보기 싫은 시정잡배들일 뿐이다. 지금 한국 민심의 바닥에선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는 그 변화로 가야만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내가 올린 포스팅 중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인 글은 한 스페인 과학자가 했다는 말을 캡춰한 사진이었다.

 

"당신들은 축구선수에겐 매달 수 십억의 월급을 주면서 생물학자에겐 몇 백만원도 안되는 돈을 주죠. 그러더니 이제 우리에게 와서 치료제를 달라고 하네요? 호날두나 메시에게 가서 치료제 좀 만들어 달라고 하세요"

스페인 과학자가 과학자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글 캡처.
스페인 과학자가 과학자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글 캡처.

 

그리고 나는 이렇게 썼다.

대부분의 국가에선 과학기술이 필요한 긴급상황에만 과학기술자를 찾곤 합니다. 하지만 그 과학기술자들이 사회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사는지엔 별로 관심이 없죠. 아마 코로나19는 평소에 우리가 얼마나 과학기술에 투자를 했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총선 기간입니다. 그 어느 정당에서도 과학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언제나 그렇듯, 그리 밝지 않습니다. 스페인 생물학자가 언론에 직언을 했네요. 과연 우리사회가 미래의 불확실성을 위해 제대로 된 노동에 제대로 된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우한폐렴이라는 용어의 잘못을 지적했던 더사실포럼은 현장의 과학기술인이 더 나은 사회를 실험하기 위해 모인 작은 연대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동안 우리는 ’COVID-19 유행 및 연구 동향이라는 제목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과학적 사실들을 요약해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 보고서를 리디북스와 함께 대중이 읽기 쉬운 형태로 배포했으며, 코로나19 사태에서 공공에 피해를 입히는 각종 과학적 왜곡을 고발해왔다. 아직 한국사회엔 자신의 연구보다 공공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학자들이 있고, 그들은 합당한 방식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전문성을 이용한 실천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과학자들을 한국에서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한국사회가 과학에 제대로 투자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위에서 나열한 과학의 적들보다, 사회를 위해 실천하는 과학자들의 숫자가 많아야 할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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