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자금지원 중단 미국...글로벌 리더십 재편 시작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4.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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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 WHO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고 발표한 뒤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WHO가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는 데 실패했으며 이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오늘 WHO의 코로나19 관련 심각한 실책과 확산 은폐를 평가하는 동안 자금 지원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WHO 자금지원 중단한 트럼프,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코로나19 미중 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전격 선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중국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고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며 코로나19 확산 은폐에 가담한 책임도 묻겠다고 덧붙였습니다. WHO가 중국을 감싸고 도는 등 코로나19 사태에 잘못 대응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촉발했다는 이유입니다. 전 세계가 팬데믹 극복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시점에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국제기구의 돈줄을 끊어 압박하겠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국은 매년 45억달러의 자금을 WHO에 댔는데 중국은 대략 4000만달러를 기여한다며 지원 자금 차이에 대한 불만도 거듭 제기했습니다. WHO20182019년도 예산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기여금은 89300만 달러(1859억원)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이 가운데 의무 분담금은 23691만 달러, 의무 분담률은 22%로 역시 WHO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습니다.

세계 각국은 미국 비난에 가세했습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WHO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WHO를 충분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는 트위터에 바이러스에게는 국경이 없다최고의 투자는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WHO와 유엔에 힘을 보태는 것이라는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미국의 발표를 크게 우려한다. WHO를 공격하는 행위는 어떤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 며 미국을 겨냥했습니다. 하지만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측은 영국은 WHO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의 조치를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미국의 이같은 조치는 중국과 WHO 양측을 모두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특유의 자국 우선주의, 그리고 중국 견제, 책임 회피 등이 모두 작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번 자금지원 중단 결정도 코로나19 사태에도 전개되고 있는 미중 분쟁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미중은 코로나19의 발원지를 놓고 각종 음모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반면 시진핑은 시 주석은 중화민족은 은혜를 갚는 민족이다. 중국 정부는 투명하고 책임성 있는 태도로 WHO와 각국에 감염증 상황을 알리고 치료 경험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미국과 유럽에 의료장비들을 보내고 아프리카 빈국들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며 국제무대에서 다시 목소리를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 지지율의 양극화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각국 지도자들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15(현지시간)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올랐다다양한 생각을 가진 국민들이 힘을 모으는 데 위기만한 것이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국가적 위기상황에 지도자 지지율이 치솟는 현상은 9.11 테러가 대표적입니다. 20119·11 테러 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은 51%였지만 9월 말 90%까지 오른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2만명이 넘는 이탈리아에서 주세페 콘테 총리의 지지율은 코로나19 이전보다 27% 포인트나 오른 71%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우왕좌왕했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정부도 매우 강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79%까지 지지율이 올랐고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지지율도 집권 이후 처음으로 50%가 넘었습니다. 집단 면역 실험으로 논란을 부른 덴마크의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의 지지율도 79%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주춤한 상황입니다. 325일 발표된 트럼프 국정 지지율은 4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후 다시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6(현지시간) 미국의 선거전문매체 '538'이 각종 여론조사를 취합한 평균치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44.3%였습니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1.4%로 나타났습니다. 트럼프 지지율이 정파성의 박스에 갇혀있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WHO 자금지원 중단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낸 것은 국면전환용이란 것인 언론의 해석입니다. 미국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심각성에 대한 행정부 내 경고를 무시한 데 대한 의문이 확산하자 WHO와 언론 등 외부로 책임을 돌리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고 비판했습니다.

 

3. 글로벌 리더십의 재편

빌 게이츠 이사장은 15(현지 시각) 트위터에 세계 보건 위기가 닥친 가운데 WHO에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썼습니다. 그는 그들(WHO)이 하는 일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늦추는 것이고, 이 일이 중단되면 다른 조직이 대체할 수 없다세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WHO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빌게이츠와 아내 멜린다가 함께 운영하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최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지원금으로 15000만달러(1800억원)를 추가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사용키로 했습니다. 게이츠 재단은 약 3000억원을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저개발 국가 위기대응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입니다. 마크 서즈먼 재단 CEO(최고경영자)"우리 생애 최악의 글로벌 위기 속에서 강력하고도 완전한 WHO 지원이 필요하다미국은 전통적으로 WHO에서 강력한 리더십과 지지 역할을 해왔고 이것이 계속돼야 한다고 우리는 분명히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각국에서는 미국의 조치에 반발하며 추가지원금을 내겠다는 선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하비스토 외무장관은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550만 유로(735천만원)가량이었던 2015년 수준으로 복원하고 100만 유로를 추가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의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미국의 결정은 WHO의 능력을 약화하고 국제 방역 협력을 해치며 세계 각국, 특히 능력이 취약한 국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중국은 필요할 경우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는 영국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에 “트럼프 행정부는 WHO를 자국 내 방역 실패에 대한 손쉬운 희생양으로 삼았다. M(다자간·Multilateral)7’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선진국 연합을 결성하고 국제 거버넌스 개혁을 주도하자는 의견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리더십이 약화되면서 다극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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