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방역'한 홍보한 국방부에게..."수고하셨는데 다음엔 이러지 맙시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4.2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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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22일 포털사이트 '다음' 갤러리에 <코로나19 최전선, 그곳에 국군이 있었다>는 화보집을 게재했다. 국군 장병들이 코로나19 재난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헌신하고 땀흘리는 모습을 기록한 것이다. 기사를 시작하기 전에 뉴스톱은 국군 장병들의 노고를 폄훼할 의도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밝힌다. 오히려 국군 장병들의 헌신적인 지원이 우리나라가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그러나 '옥에 티'가 발견돼 장래에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이 글을 남긴다.  

국방부가 기획한 [코로나19 최전선, 그곳에 국군이 있었다] 온라인 화보 일부.
국방부가 기획한 [코로나19 최전선, 그곳에 국군이 있었다] 온라인 화보 일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최신판(4월2일 개정)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대응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 (제 3-1판)에 따르면 환자가 다녀갔는지 모르는 공간에 대해 소독을 하려는 경우(환경소독) 소독제를 뿌리는 방식은 코로나19의 방역에 적합하지 않다. 방대본은 "소독제를 분사하는 소독방법은 감염원 에어로졸 발생·흡입 위험을 증가시키고 소독제와 표면의 접촉범위가 불분명하여 소독효과가 미흡하므로 표면 소독에 적용하지 않음"이라고 설명했다. 단, 소독제의 제품설명서 상 사용방법이 분무방식인 경우, 일회용 천(타올)에 소독제를 분무 하여 적신 후 표면 을 닦으라고 안내했다.

환자가 이용했던 공간을 소독할 때에도 역시 분사식 소독 방법은 권장되지 않는다. 방대본은 "준비된 소독제로 천(헝겊 등)을 적신 후 손길이 닿는 벽면과 자주 사용하는 모든 부위를 닦은 후 10분 이상 유지 후, 깨끗한 물로 적신 천(헝겊 등)을 이용하여 표면을 닦음"이라고 안내한다.  자주 사용하는 부위란 엘리베이터 버튼, 손잡이 레일, 문 손잡이, 팔걸이, 등받이, 책상, 조명 조절 장치, 키보드, 스위치, 블라인드 등 사람과 접촉이 많은 곳이다.  이어 "에어로졸이 생성되거나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표면 청소 및 소독할 때는 지속적 으로 닦는 방법을 권고한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게시한 화보에 따르면 군 장병들은 제독차를 이용해 도로에 소독제를 분사했다. 휴대용 분무기로 다중이용 시설에 소독제를 뿌렸다. 뉴스톱은 코로나19 국내발병 초기부터 분사방식의 방역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군이 보유한 방역 자원은 화생방지원부대이다. 제독차량과 제독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엔 주로 지자체의 지원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각급부대는 화생방지원부대의 병력과 장비를 동원했다. 군은 육중한 제독차량이 줄을 맞춰 도로 전체에 소독약을 뿌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들의 불안감이 해소될 것이라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혹은 지원요청을 보낸 지자체 관계자가 요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실질적으로 감염 위험성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방대본이 지침에서 언급한대로 에어로졸을 발생시켜 바이러스를 퍼뜨리게 되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분무기를 사용해 소독액을 뿌리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소독제가 소독 대상 표면에 균일하게 내려앉지 못해 완벽한 소독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미 군은 답을 알고 있다. 일부 군부대는 방역당국이 권고한 정확한 방법을 사용해 방역 지원에 나선 바있다. 국방홍보원은 육군 32사단 화생방지원대를 모범사례로 소개했다.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방역·소독 효과는 높이고 소독제 사용량까지 절약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다중이용시설 전용 방역 장비’를 자체 개발했다는 내용이다. 핵심은 소독약을 뿌리는 방식이 아닌 걸레에 묻혀 표면을 닦아내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31사단은 지역 내 대중교통에 방역 지원을 하며 모범을 보였다. 소독제를 걸레에 묻힌 뒤 사람들의 손이 닫는 손잡이 등을 꼼꼼히 닦는 방식이다.

소독약을 묻혀 문 손잡이를 닦는 장면은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다. 얼룩덜룩 위장색의 육중한 제독차량이 도로 가득 줄을 맞춰 소독약을 흥건히 뿌리는 장면은 스펙터클하다. 하지만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해 홍보효과를 높이는 것과 시민 대중들의 감염 위험성을 낮추는 것은 전혀 관련이 없다. 오히려 방대본의 언급대로 에어로졸 발생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지자체들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코로나19 방역이라며 연막 소독차를 이용해 경유와 살충제를 섞은 연기를 뿌리고 다닌다. 방역 전문가들은 이런 행위를 '시급히 멈춰야 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최근엔 드론을 이용해 소독약을 뿌리는 지자체들도 눈에 띈다. 이 역시 감염 위험성을 낮추는 것과는 큰 관련이 없다. 오히려 시민들 머리위에 독을 뿌려대는 행위와 다름없다.

지자체들은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적은 비용으로 큰 '전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더 설득력이 있다. 방역 당국의 지침대로 소독약을 묻힌 걸레로 표면을 닦는 방법을 사용하려면 인건비를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 소독약을 뿌리는 것이라면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소독약은 기본적으로 생물을 죽이는 '살생물제'이다. 사람이 들이마셔봐야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부터라도 군과 지자체는 쓸데없이 소독약을 길거리에 뿌리는 행위를 멈춰야한다. 만약 불행하게도 장래에 또다시 감염병 사태가 찾아왔을 때 쓸데없이 길거리와 공중에 소독약을 뿌리는 짓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감염병 재난 사태에 한정된 자원이 꼭 필요한 곳에 분배되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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