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의 '이상한 지출 구조조정'...질본 공무원만 피해

  • 기자명 이상민
  • 기사승인 2020.04.2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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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따라 항균제에도 관심이 쏠린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코로나19와 항균제는 직접적 상관은 없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고 항균제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박테리아를 죽이는 항균제는 바이러스도 죽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고 한다.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난지원금 필요성은 모두 공감한다. 정부, 여당, 야당이 합의를 이루었다. 다만, 재정건전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것과 재정건전성은 직접적 상관은 없다. 국채발행 규모는 재정건전성을 판단하는 잣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채발행 규모가 많아지면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재난지원금 추경편성해도 국채발행 없어" 기재부의 호언

기획재정부는 재난지원금을 원포인트로 하는 2차추경을 편성해도 국채는 발행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미래통합당은 재난지원금 확대는 동의한다면서도 국채발행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기존 예산을 재구조화해서 국채 발행 없이 재난지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나 야당이 재정건전성에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에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채발행 여부 또는 국채발행 규모에 대한 논쟁은 불필요한 싸움이다. 왜 그럴까? 국채발행 규모를 줄여도 재정건전성이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고, 국채발행 규모를 늘려도 재정건전성이 나빠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차 추경 정부안의 추경 규모는 7.6조원이다. 중앙정부의 재난지원금 규모가 7.6조원이라는 의미다. 중앙정부는 7.6조원을 추가로 지출하면서도 국채를 한 푼도 발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말만 들으면 마치 세출 감소 규모가 7.6조원인 것처럼 느껴진다. 다시 말해 7.6조원의 재난지원금을 지출하면서 국채를 발행하지 않으려면, 기존 지출 중 급하지 않은 사업을 삭감하거나 세출구조조정 규모가 7.6조원이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기존사업 정비 규모는 3.6조원에 불과하다. 7.6조원의 재난지원금을 지출하면서 기존 세출은 3.6조원만 축소했으니 지출 규모는 4조원 더 늘어났다. 다만, 추가수입도 0.5조원 발생했다고 한다.

 

 

규모

의미

재난지원금 지출

7.6조원

실제 지출 증가규모

재원

7.6조원

지출과 동일한 규모 재원마련.

국채는 발행하지 않음

  • 기존사업 정비

3.6조원

형식적으로는 지출구조조정이나 실질적으로는 올해 지출 사업을 차년으로 미루는 사업이 대부분임. 공직자 인건비 등은 실질 지출 축소

  • 외평기금 지출축소

2.8조원

2.8조원 만큼 국채는 발행하지 않게 되나 대응자산으로 재정건전성과 관계없는 외환 정책

  • 기금재원 활용

1.2조원

1.2조원 만큼 국채는 발행하지 않게 되나

내부거래로 재정건전성과 관계없는 외환 정책

재정수지 변화

-4조원

국채는 발행하지 않으나 실질적 재정수지 적자는 4조원 증가

 

국채발행 안해 재정건전성 지켰다? 기재부의 정치적 홍보

이에 지출이 4조원 늘고 수입도 0.5조원 증가한  이번 추경을 통해서 통합재정수지(총수입과 총지출 차이)가 -3.5조원 만큼 확대되었다. 한마디로 국채발행은 0원이지만 재정수지는 3.5조원 추가 적자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국채발행 규모가 0원인 것보다는 재정수지 적자폭 3.5조원 확대가 재정건전성 판단에 더 의미있는 지표가 된다. 그리고 사실 기재부가 주장하는 0.5조원의 총수입 확대도 경제적으로는 별 의미없는 내부거래일뿐이다.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일반회계 전입금은 경제적 실질로는 내부거래에 속한다. 이에 실제 재정건전성에 부담을 준 규모는 3.5조원도 아니라 4조원이다.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은 국제기준에 따르면 일반정부(general government)에 속하는 지출로 경제적으로는 내부거래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획재정부가 개발한 전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개념인 ‘총수입’, ‘총지출’ 정의에 따르면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수입과 지출은 중앙정부의 활동이 아닌 것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에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일반회계 전출금 0.5조원은 기재부 기준으로는 내부거래가 아니라 새롭게 국가 수입에 추가되어 총수입 규모를 늘리는 형식을 띄게 된다.

즉, 국채를 발행하지 않으면 '현금주의 개념'의 국가채무 비율은 증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발생주의 개념'(경제적 개념)의 국가부채 비율은 증가하게 된다. 그래서 기재부가 정말 재정건전성에 관심을 둔다면 국가부채 발행 여부보다는 발생주의 개념의 국가부채 비율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재부가 실질적으로는 4조원의 재정수지 적자 폭을 확대하면서도 국채발행이 없었다고 강조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재정건전성을 지켰다는 경제적 선언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홍보수단으로 느껴진다.

 

삭감한 사업비 재정건전성에는 도움 안돼

실제 세출을 감소하지 않으면서도 국채를 발행하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은 1.2조원의 기금 여유재원을 활용하고, 2.8조원을 외국환평형기금에 덜 지출했기 때문이다. 기금에 있던 1.2조원의 여유재원을 활용하여 국채를 발행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다만, 이는 내부거래에 불과한 것으로 재정건전성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자금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차원에서 잘한 일이다. 주택도시기금 등이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한 금액은 나중에 다시 기금에 갚아야 할 돈이다. 단순히 기금 여유재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하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정책보다 기금 자체를 정비하여 재정의 칸막이를 줄이는 것이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기는 하다.

외국환평형기금에 2.8조원의 돈을 지출하지 않은 것은 외환 정책의 일환일뿐이다. 재정건전성과는 아무런 관계없는 일이다. 외화자산 구매에 쓸 돈 2.8조원을 삭감했다는 의미다. 형식적으로는 국채발행액 2.8조원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국채 2.8조원을 발행하여 외화자산 2.8조원을 취득하더라도 재정건전성이 그만큼 악화되는 것은 아니다. 국채도 증가하지만 외화라는 대응 자산이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줄인 2.8조원의 국채삭감 규모를 재정건전성을 지키고자 하는 국채발행 감소로 홍보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다면 3.6조원의 지출삭감은 전액 재정건전성에 도움 되는 것일까? 인건비 삭감을 제외한 사업 삭감 금액 내역은 다음 표를 통해 정돈할 수 있다.

가장 많은 금액이 삭감된 항목은 F-35 지출액 삭감 2864억원이다. F-35 구매에 따라 올해 지출하기로 한 금액 2864억원을 지출하지 않기로 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고자 F-35 구매를 취소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F-35 구매 계획은 그대로 유지한 채, 올해 지출할 금액을 삭감한 것이다. 그렇다면 총사업비 지출액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올해 국채 발행액은 그만큼 줄일 수 있었지만 차년에 지출할 금액이 증가하니 동태적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는 다섯 번째, 여섯 번째로 큰 삭감규모인 해상작전헬기와 광개토Ⅲ Batch-Ⅱ 도입과도 마찬가지다. 도입 계획 자체를 변경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지급 시기만 조정했을 뿐이다.

두번째,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사업인 서해선복선전철, 보성-임성리철도건설 사업 역시 2300억원, 2000억원의 큰 규모의 지출액이 줄어든 대신 그만큼 국채 발행액수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전철이나 철도건설 사업 자체를 구조조정을 한 것이 아니다. 올해 지출할 금액을 줄였을 뿐이니 올해 국채는 발행하지 않게 되었다. 다만, 그만큼 내년에 국채 발행 양은 증가하게 된다. 역시 재정건전성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네번째로 삭감규모가 큰 사업은 국방부의 장비연료 구매사업이다. 최근 유가가 하락하여 계획된 양만큼만 구입한다면 상당한 금액이 불용될 수 있는 금액이니 삭감해도 무방하다. 불용될 금액을 미리 삭감하는 것은 자금의 효율적 집행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정유사의 재고가 넘치고 있다. 3차 추경에는 정유사와 같은 기간산업에 지출하는 사업이 포함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정유사의 재고 부담을 줄이고자 한다면 기왕 계획된 유류 구매액을 모두 소진하여 국방부가 계획보다 더 많은 유류를 구매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유가가 쌀 때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국방부에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우수저류시설 설치, 하수처리시설, 도시침수대응, 비점오염저감사업 등 안전과 환경에 직결된 예산 삭감은 우려된다. 물론, 상기한 사업은 지자체보조사업으로 해당지자체에서 연례적 불용 또는 이월이 자주 발생하는 사업이다. 어차피 올해도 불용 및 이월이 예상되는 사업을 회계적으로 삭감했다고 짐작 할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불용날 수 있는 사업을 삭감한 것이라면 자금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일이기는 하나 재정건전성 증진에는 제한적이다. 반면, 만약 삭감되지 않았다면 집행될 수 있던 사업이라면 안전, 환경에 위배되는 정책을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인건비제외한 실제 사업 삭감 내역> (단위: 백만원)

부서

세부사업

2차추경금액

1차추경금액

차액

증감률

국방부

F-35A

 1,509,334

 1,795,734

-286,400

-15.9%

국토교통부

서해선복선전철

480,300

710,300

-230,000

-32.4%

국토교통부

보성-임성리철도건설

200,000

400,000

-200,000

-50.0%

국방부

장비연료

407,552

582,217

-174,665

-30.0%

국방부

해상작전헬기

47,540

214,490

-166,950

-77.8%

국방부

광개토- Batch-

420,659

555,459

-134,800

-24.3%

국토교통부

포항-삼척철도건설

198,500

318,500

-120,000

-37.7%

환경부

스마트 지방상수도 지원

281,592

381,592

-100,000

-26.2%

국방부

일반지원시설

634,966

731,666

-96,700

-13.2%

국방부

GPS유도폭탄(2000lbs)4

23,741

112,541

-88,800

-78.9%

환경부

하수관로정비

619,826

675,707

-55,881

-8.3%

국방부

항공장비(유지)

1,356,492

1,410,641

-54,149

-3.8%

법무부

국가배상금지급

100,000

150,000

-50,000

-33.3%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절약시설설치(융자)

300,000

350,000

-50,000

-14.3%

국방부

난방연료

138,357

176,163

-37,806

-21.5%

외교부

해외봉사단및국제개발협력인재양성(ODA)

120,759

156,759

-36,000

-23.0%

국방부

항공관제레이더(ASR)

25,475

60,475

-35,000

-57.9%

해양수산부

가거도항복구

11,955

41,955

-30,000

-71.5%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 운영(정보화)

93,343

118,906

-25,563

-21.5%

해양수산부

양식어업재해보험

26,835

51,868

-25,033

-48.3%

해양수산부

연근해어선감척(지자체)

75,150

100,150

-25,000

-25.0%

해양수산부

울산신항

112,288

132,375

-20,087

-15.2%

교육부

국립대학시설확충

696,668

716,668

-20,000

-2.8%

국방부

기동장비(유지)

843,364

861,264

-17,900

-2.1%

국방부

일반훈련

33,827

50,417

-16,590

-32.9%

행정안전부

우수저류시설설치(보조)

57,543

69,543

-12,000

-17.3%

환경부

하수처리장확충

211,908

223,215

-11,307

-5.1%

외교부

글로벌연수(ODA)

53,008

64,077

-11,069

-17.3%

환경부

도시침수대응

80,943

91,828

-10,885

-11.9%

국토교통부

수송차량구입

132,900

143,200

-10,300

-7.2%

환경부

하수처리수재이용사업

35,366

43,920

-8,554

-19.5%

국방부

동원훈련

19,023

26,433

-7,410

-28.0%

환경부

산업단지완충저류시설설치

46,378

53,686

-7,308

-13.6%

환경부

비점오염저감사업

69,504

76,654

-7,150

-9.3%

해양경찰청

함정유류관리

90,230

97,150

-6,920

-7.1%

기획재정부

녹색기후기금운영지원

17,440

23,940

- 6,500

-27.2%

외교부

중남미지역 비중점 국가그룹(ODA)

19,007

24,116

- 5,109

-21.2%

경찰청

차량관리

 108,977

 113,814

- 4,837

-4.2%

환경부

농어촌마을하수도정비

 209,707

 214,105

- 4,398

-2.1%

외교부

몽골(ODA)

8,157

12,407

- 4,250

-34.3%

외교부

아프리카지역 비중점 국가그룹(ODA)

 51,901

55,923

- 4,022

-7.2%

외교부

아시아 비중점 국가그룹(ODA)

26,126

26,882

- 756

-2.8%

 

결국, 사업성 삭감 금액 중, 불요불급한 사업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 사업은 거의 없다. 무기구입 사업과 SOC 사업들을 하지 않기로 계획을 변경한 것이 아니다. 대금 지급 시기만 늦춘 것에 불과하다.

특정 SOC사업을 늦춘 이유는 올해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불용이 예상되는 이유가 대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어차피 해야 할 SOC 사업이라면, 올해 대금을 지급하고 공사를 조금이라도 더 진척하는 것이 더 좋다. 내년은 올해보다는 내수가 좋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올해 지출 할 수 있는 SOC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이를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하면, 재정승수에 따른 내수 경기 효과는 오히려 더 악화할 수 있다.

 

청와대·국회는 받고, 복지부·질본은 못받게 됐던 연가보상비

이에 지출시기를 조정이나 또는 어차피 불용 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지출 삭감은 대부분 인건비 삭감에 불과하다. 제2차 추경안의 공무원 인건비 삭감 규모는 총 7000억원 규모로 이중 연가보상비 삭감 규모는 4000억원이고 채용시험 연기 등에 따른 인건비 절감 규모는 약 3000억원이다. 그런데 2차 추경의 부처별 연가보상비 삭감내역을 보면 충격적이다.

모든 부처의 연가보상비가 삭감된 것이 아니다. 일부 부처 공직자의 연가보상비는 전액 삭감되었고 다른 부처의 연가보상비는 전액 변동없다(인건비 삭감내역 나라살림연구소 재정브리핑).  예를 들면 경찰청, 보건복지부, 국방부에 재직하는 공직자의 연가보상비는 삭감되었다. 반면 국회, 청와대, 고용노동부, 국무조정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연가보상비는 삭감되지 않았다.

 

기관

삭감액

기관

삭감액

질병관리본부 인건비

7600만원

청와대 인건비

0

국립나주병원 인건비

13300만원

국회 인건비

0

국립목포병원 인건비

6200만원

국무조정실 인건비

0

국립마산병원 인건비

8000만원

인사혁신처 인건비

0

오송생명과학단지지원센터 인건비

2200만원

문화체육관광부 인건비

0

 

연가보상비 삭감 부처

연가보상비 비삭감 부처

경찰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국방부, 국세청,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대법원, 방위사업청, 법무부, 보건복지부, 산림청,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환경부

감사원,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국가보훈처,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정보원, 국무조정실, 국민권익위원회, 국회, 기상청, 농촌진흥청, 대통령경호처, 대통령비서실, 문화재청, 문화체육관광부, 민주평통자문위, 방송통신위원회, 법제처, 병무청, 새만금개발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여성가족부, 원자력안전위원회, 인사혁신처, 조달청, 중소벤처기업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청, 통일부, 특허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헌법재판소

*이상민(20.4.21.), 나라살림브리핑 36(질병관리본부 연가보상비도 삭감한 2 추경안)

 

기획재정부는 규모가 크거나 다른 재정사업이 포함된 부처 위주로 연가보상비가 선택적으로 삭감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질병관리본부나 지방 국립병원 공직자의 연가보상비는 삭감된 반면, 청와대, 국회, 국무조정실의 연가보상비는 삭감되지 않게 되었다. 기재부는 나라살림연구소의 문제제기 이후 기재부는 질병관리본부 외에도 모든 부처의 연가보상비를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모든 부처의 연가보상비를 동일하게 삭감하면 모두가 평등해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실제로 공직자의 연가를 모두 사용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대응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공직자는 연가를 모두 사용할 수 있어 연가보상비 삭감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질병관리본부 등 코로나19에 직접적인 대응을 하는 공직자는 격무에 시달려서 연가를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다. 결국, 모든 공직자의 연가를 평등하게, 일률적으로 삭제하게 되면 코로나19에 관련 격무에 시달리는 공직자만 피해를 입게 된다.

실질적 지출 구조조정은 공무원 연가보상비 삭감...질병관리본부 공무원만 피해

정리해보도록 하자. 이번 2차 추경 정부안에 따르면 국채발행 규모는 0원이다. 그러나 총수입, 총지출이라는 기재부가 개발한 독특한 정의에 따른 공식적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3.5조원 이며 발생주의적 개념의 실제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4조원이 넘는다. 즉 기재부와 야당이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재정건전성을 위한 주장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명분에 불과한 잘못된 프레임이다. 기재부와 야당이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는 것은 나름 합리적일 수는 있다. 그러나 경제적 실질과 별개인 형식적 국채발행 규모에만 지나친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번 2차추경 정부안을 보면 재정건전성과 관계없는 국채발행 규모만 줄이는 지출삭감이 대부분이다. 1.2조원의 기금 내부거래, 2.8조원의 외평기금 지출 축소를 통해 4조원의 국채를 발행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자금 효율성을 증대하는 긍정적인 조치이기는 하나 재정건전성을 위한 조치는 아니다. 내부거래 등을 제외한 지출 축소 규모는 3.6조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는 F-35 구매로 상징되듯이 지출 자체를 삭제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지출 시기만 조정한 것이다. 올해 국채 발행 규모는 줄이는 대신 차년의 국채발행을 늘리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SOC사업 지출 축소도 지출 시기를 조절한 것이며 사업 자체를 재검토 하는 것이 아니다. 내수 부양 및 경기조절 측면을 고려한다면 내년 지출될 돈을 오히려 올해 지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나 이를 역행하는 조치다.  특히, 우수저류시설, 도시침수대응 등 안전 관련한 예산 삭감은 부작용도 우려된다.

결국 실질적인 지출 구조조정은 공직자 연가보상비 삭감 정도다. 그런데 연가보상비 삭감은 질병관리본부 등 코로나 대응으로 격무에 시달리는 공직자만 피해 볼 수밖에 없게 된다.

여당 등 일부 많은 국민들이 기획재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을 비판하곤 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국채발행 여부에 집착하는 것은 재정건전성과도 큰 상관이 없다. 야당도 ‘예산 재구조화’를 통해 국채 발행없는 재난지원금을 주장한다. 그렇다면 실제 예산서를 펼처서 재구조화가 가능한 예산사업 리스트를 제출하기를 바란다. 불가능한 것 만은 아니다. 필자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약 1조원 내외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과 재정 개혁을 통해 재난지원금 정도 규모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바도 있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다르다. 마찬가지로 국채발행 규모와 재정건전성도 다르다. 소독제가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고 소독제를 먹거나 주사할 수는 없다. 그리고 재정건전성이 중요하다고 국채발행 규모를 제한하여 재정건전성을 추구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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