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미국의 기업은행 벌금 부과가 '문재인 좌파 독재' 견제용?

  • 기자명 권성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4.2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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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18만 명이 넘는, 보수성향의 대학 교수가 유튜브에 “미국이 21대 총선 직후 기업은행에 8600만 달러 (약 1000억 원) 벌금을 부과해 문재인 정부의 ‘좌파 독재’를 견제하려고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톱> 확인 결과 근거 없는 주장이었다.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김영호 교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김영호의 세상읽기’에서 미국이 한국의 IBK 기업은행을 상대로 이란의 자금 세탁을 도운 혐의로 8600만 달러(약 1000억 원)의 벌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4.15총선이 끝난 직후 이 문제를 전격적으로 들고 나온 것이 심상치 않다”고 말하며 “4.15 총선 이후 강력한 힘을 갖게 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미국이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최근 토론회에서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해야 한다’, ‘북한이 병원 건설하는 것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이 총선이 종료된 지 10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의 대형 은행을 상대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을 확인해본 결과 김 교수 주장은 근거가 타당하지 않고 교묘하게 사실관계를 짜깁기한 것이었다. 영상에서 언급한 외신인 로이터 기사를 찾아보면 IBK 기업은행이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IBK 기업은행이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받은 이유는 북한이 아니라 이란과의 거래 내역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은 2011년에 발생했다. 알래스카 시민인 케네디 종과 몇몇 공범자는 2011년 2월부터 7월까지 IBK 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명의 계좌를 이용해 허위 거래를 했다. 기업은행 원화 계좌를 이용해 약 1조 원(10억 달러)을 인출한 뒤 달러로 환전해 해외 각지에 위치한 이란 법인(entity)으로 송금했다. 뉴욕주 검찰청은 해당 위장 거래에서 사용된 IBK 기업은행의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이 결여 사항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여기에 따른 책임으로 IBK 기업은행은 8600만 달러(약 1000억 원)의 벌금을 내게 된 것이다. 

로이터 통신WSJ의 기사, 뉴욕주 검찰청 홈페이지의 보도 자료를 직접 확인해보면 김 교수의 주장과 달리 북한(North Korea)라는 단어는 일절 찾을 수 없다. 오직 이란과 관련한 언급뿐이다. 그런데도 김 교수는 IBK 기업은행의 이란 금융거래 관리 감독 책임 부실을 북한과 거래를 하려는 한국 정부에 관한 경고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 검찰청의 발표를 보면 뉴욕 검찰청이 2014년부터 조사를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뉴욕 검찰청의 발표를 보면 뉴욕 검찰청이 2014년부터 조사를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 교수의 주장과 달리 조사와 관련한 시기도 적절하지 않다. 뉴욕주 검찰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뉴욕주 검찰청이 조사에 들어간 시기는 2014년이다. 뉴욕주 검찰청은 2014년부터 6년 동안 기업은행에 관한 조사를 시작했다. 뉴욕주 검찰청이 기업은행을 해당 위장거래를 파악하지 못한 책임으로 자금 세탁(money laundering)과 이란과 무역거래 금지에 따른 금융 사기(bank fraud)에 관한 혐의로 조사했다. 김 교수의 주장대로 문재인 정부에 관한 견제로 수사를 하는 것이라면 2014년부터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예측했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기에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2014년은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였다. 

정리하자면 기업은행이 뉴욕주 검찰청으로부터 대규모 벌금을 부과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김 교수가 주장하는 내용은 근거 없는 것이다. 해당 제재는 북한과 관련성이 전혀 없고 견제를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기에는 불가능한 부분이 많기에 ‘허위정보’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해당 주장을 한 김영호 교수는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에서 ‘미국외교정책론’, ‘미국정치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 통일비서관을 지냈고 외교통상부 정치 대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그는 역사교과서 등의 주류적인 역사서술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 아래 ‘대안교과서’ 집필을 목표로 2005년 출범한 ‘교과서포럼’이란 단체에도 참여했다. 당시 해당 단체는 정통 역사학 전공자가 없고 발간한 교과서마저 뉴라이트 계열의 해석을 과도하게 받아들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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