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캘리포니아 대학(UC)은 SAT 입시 반영을 중단했나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20.06.0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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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의 유형은 어느 사회든 중요한 논쟁거리 하나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졸 미만과 대졸의 소득 격차는 세계 어디서나 존재하기 때문이며, 아직까지도 대학의 졸업장은 상대적으로 숙련-고부가가치 노동에 종사하기 위한 일종의 자격증명과도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학의 입시에는 형태를 막론하고 항상 공정성의 시비가 따라붙었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정시-수시 논쟁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이러한 논쟁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최근 더욱 촉발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University of California, UC) 오는 2025년부터 우리나라의 수능에 해당하는 SAT ACT 입시 반영을 폐지하고 UC 자체적인 시험을 도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본고사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한 셈이다. SAT ACT UC 측에서 본고사 시스템을 확립하기 전까지는 유지되나 시험의 성적 제출은 필수 사항에서 선택 사항으로 변경된다. 이같은 변화는 코로나19 사태때문이 아니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미국내 () SAT/ACT 진영에 있어서 지난 2018 시카고 대학이 해당 시험들을 선택 사항으로 변경한 것과 아울러 상당히 기분이 좋은 사실이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SAT/ACT 시험이 상대적으로 교육 기회가 적은 이민 1세대 자녀 저소득층이나 흑인/히스패닉 유색인종에게 불평등한 시험이라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SAT/ACT 시험의 준비 비용은 상당히 만만치가 않은 수준이며, 특히 One-on-One 튜터링 프로그램의 경우 시간당 170 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실제로 NYT 보도 의하면, 시카고 대학은 SAT/ACT 시험 성적을 의무 제출에서 제외한 경제적 취약 계층인 저소득층 First-Generation ( 가정에서 최초로 대학에 입학하는 )입학자가 전년 대비 25% 증가했으며, 교외 농촌 지역(고소득자가 주로 거주하는 suburban 아닌 진정한 의미의 rural area) 출신 입학자는 56% 증가했다는 결과를 발표한 있다. 종합대학 1개교의 입시 결과로 SAT/ACT 시험 폐지의 모든 효익을 설명하기는 어렵겠으나, 실제로 겉으로는 공정해 보이는 ‘시험’ 일정 부분 불평등에 기여할 있다는 증거를 드러낸 셈이다.

한편, 보편시험 폐지의 반대 역시 일리 있는 근거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대학 입시의 전형이 대부분 대학의 자율에 맡겨져 있는 미국의 경우, 입시 전형이 학교별로 상이하게 경우 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더욱 가중된다는 것이 바로 이유이다. 또한 저소득층의 교육기회 문제는 그대로 경제적인 문제일 SAT/ACT 시험의 존재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라는 역시 옹호론자들의 근거이다. 실제로 델라웨어 주의 경우 저소득층이지만 SAT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학생들의 학비를 지원하는 정책 등으로 대입의 문을 넓힌 있다.

미국의 이러한 입시 논쟁은, 다수의 인종이 혼합된 멜팅팟 사회에서 교육의 기회가 인종에 따라 갈린다는 미국 사회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SAT 시험 배제를 천명한 UC 경우, 지난 1996 캘리포니아 주립대 배키 사건의 법원 판결에서, 차별 완화를 위한 어퍼머티브 액션 Affirmative Action 유효성을 법적으로 인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단으로써의 유색인종의 입시 TO 할당을 사실상 금지한 있다는 문제가 있다. 캘리포니아의 대학들은 TO 할당 없이 평등한 입학을 보장해야 한다는 어려움에 처해 있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배키 사건 : 캘리포니아 주립 데이비스 의과대학 지원자였던 앨런 배키가 2차례 불합격한 대학 측의 Affirmative Action 으로 인해 백인이 역차별을 받는 점의 불공정성에 대해 캘리포니아 주립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

보편시험에 대해 미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우리나라의 입시에도 많은 시사점을 전해 준다. 첫째로는 우리나라에서도 대개 굳게 믿고 있는 ‘과연 수능이 가장 공정한가’ 문제이다. 보편시험은 모두가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시험을 치른다는 절차적 공정성은 두말 나위 없이 보장되지만,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하기까지의 과정은 철저히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는 이미 시험의 절차적 공정성을 넘어 과정의 공정까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있다.

번째로는 Affirmative Action 수행함에 있어 이를 반대하는 논리에서 나타나는 한국 사회와 미국 사회 간의 차이이다. 미국은 First-Generation, 이민 1세대 가정의 자녀 또는 그 가정에서 최초로 대학에 입학한 자 사실상의 미국 시민(물론 그들은 영주권 또는 시민권을 보유한 경우가 다수겠으나)으로 완전히 받아들이고 있으나, 한국의 경우 이민을 받아들인 얼마 되지 않았으며 형태 또한 상당히 제한적이고, 아직까지 전근대적 민족개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어 이민자와 유색인종에 대한 원천적 배제의 논리가 일부나마 아직까지 통용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참고로, 한국의 입시 문제는 서울의 ‘학군’ 에서 비롯되는 아파트 가격이 얽혀 들어간다는 점이 하나의 특징이라 있겠다. 미국이라고 해서 부동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강남8학군은 모든 입시 전형의 개정에 있어 하나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에 있어 미국의 입시와는 가중치가 다르다고 있겠다. 우리나라에서 보편시험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는 미국보다 더욱 넘어야 산이 많다는 것이다. 향후의 우리나라 시민사회에서 더욱 많은 고민이 되어야 문제들이라 있겠다.


*필자 김현성은 해외 투자업에 종사하고 있는 30대 직장인이다. 글로벌 경제와 해외 비즈니스/사회 트렌드를 연구하고 분석한다.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지정학적 이슈 및 그 동향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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