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기습반입'에 중국과 북한은 왜 점잖게 대응했나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6.01 15: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방부는 529일 한밤중에 경북 성주 기지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를 기습적으로 배치했습니다. 사드배치 소식이 알려지면서 28일 밤부터 성주 주민과 시위대가 모였지만 국방부는 이들을 강제 해산한 뒤 배치를 마쳤습니다. 국방부는 요격 미사일과 발전기 데이터 수집장비 등 노후 장비 교체를 위한 반입이었으며 사드체계 성능 개량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하지만 배치 3년만에 사드 장비가 노후화되었다는 주장을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드 장비 한밤중 반입 논란,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절제된 중국의 리액션

사드반입 이후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중 양측은 사드 관련 문제의 단계적 처리에 대해 명확한 공동 인식이 있다중국은 미국이 한국에 사드 시스템을 배치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이 엄격하게 양국의 공동 인식을 준수하고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한중 관계 발전과 지역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 미국은 중국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지 말고 한중 관계 일을 방해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2016년과 비교하면 매우 절제된 반응입니다. 

중국이 격한 반응을 자제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한국 정부가 중국에 사전에 이를 통보했고 양해를 구했기 때문입니다. 둘째,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을 자극해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셋째, ‘사드 3불 원칙이 아직 지켜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710월 양국은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불편입 한미일 3국 군사동맹 불가 등 한중사드합의를 맺었습니다. 넷째, 한 차례 연기됐지만 한국방문을 추진중인 시진핑 국가주석은 사드 문제를 협상카드로 사용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2. 공허한 북한의 메아리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메아리는 531'남조선 각계 미군의 성주기지 장비 반입을 지원한 국방부를 규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지금 성주 주민들을 비롯한 각 계층은 국방부가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미군의 총알받이 놀음에만 미쳐 날뛰고 있다고 단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메아리는 한국 내 분위기를 해석했지만 별도의 논평이나 평가는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반응을 평가할 때는 어떤 매체에 어떤 톤으로 실리느냐는 주목해야 합니다. 제일 무게를 두고 봐야할 것은 조선노동당 성명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청와대 발표정도입니다. 매체의 성격도 봐야 합니다. 국가통신사인 <조선중앙통신>,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국영방송인 <조선중앙방송>에 나온다면 훨씬 무게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메아리>는 20163월에 시작된 인터넷 대남 선전매체로 아무거나 다 다루는 매체입니다. 2016년엔 김어준의 파파이스가 인기를 끌고있다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북한 대남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와 함께 남한 이슈에 대해 슬쩍 건드려야 할 이유가 있을 때 주로 이용합니다..

북한은 사드 배치가 자신을 겨냥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 우방 관계인 중국을 고려해 남한 내 분위기를 전하며 한국과 미국을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북한은 군사적 도발을 통해 미국의 관심을 끌려고 하지만 사드 문제를 언급한다고 해서 특별히 이득을 볼 것은 없는 상황입니다.

 

3. 거세진 압박, 곤란한 한국

최근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전방위적인 압박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사드장비교체 시점이 중국이 28일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킨 다음날인 것을 감안할 때 미국의 중국 압박용이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은 중국을 국제 공급망에서 제외하는 목적을 담은 경제번영네트워크에 한국이 참여할 것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월에 열리는 G7행사에 호주, 인도, 러시아와 함께 한국도 초청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중국을 포위하는 국제연합을 구축하겠다는 겁니다.

성주 사드기지 자체의 리스크도 커지고 있습니다. 조만간 정부는 성주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현재 임시배치된 사드가 결과에 따라 정식 배치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은 한술 더떠 2021년 국방예산에 사드 업그레이드 계획을 포함시킨 것은 물론, 사드 발사대를 평택에 전진 배치시킬 가능성도 내비친 바 있습니다. 존 힐 미 미사일방어국장(해군 중장)은 지난 210일 미 국방부 2021회계연도 예산안 브리핑에서 사드 발사대와 포대를 분리할 수 있다면 한반도에 많은 유연성을 주게 될 것이라며 포대를 더 뒤로 놓을 수 있고, 레이더를 뒤로 옮길 수 있으며 발사대를 앞에 놓거나 추가 발사대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