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과 정의당 사이 방황하는 문재인 정부 '그린 뉴딜'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6.0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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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한국판 뉴딜 추진을 공식화했습니다. 한국판 뉴딜은 크게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그리고 고용안전망 강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313000억원, 2025년까지 총 76조원을 투입해 경제성장 먹거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입니다. 임기내에 일자리 55만개를 창출한다는 목표도 선보였습니다.

디지털 뉴딜에선 데이터·네트워크·AI(인공지능) 'DNA' 생태계 강화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교육·의료 등 비대면 산업 육성 농어촌·공공장소·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포용 및 안전망 구축 등이 제시됐습니다. 그린 뉴딜에선 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이 설정됐습니다. 이 정책을 뒷받침하는 '고용안전망 강화전 국민 대상 고용안전망 구축 고용보험 사각지대 생활·고용안정 지원 고용시장 신규 진입·전환 지원이 포함됐습니다. 76조 투입되는 한국판 뉴딜,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이름만 바뀐 한국판 뉴딜

문재인 정부 출범시 표방했던 3대 경제정책은 혁신성장 공정경제 소득주도성장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논란으로 소주성만 주목을 받았지만, 최저임금인상은 전체 경제정책의 9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나름 노력을 해왔습니다이번에 발표한 한국판 뉴딜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고용안전망 강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존 3대 경제정책과 싱크로율이 매우 높습니다. 디지털 뉴딜은 혁신성장 전략을 대부분 흡수했고, 그린 뉴딜은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정경제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고용안전망 강화도 소득주도성장 중 사회안전망 강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판 뉴딜이 기존 3대 경제정책에 '포스트 코로나' 대비라는 전략이 더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언택트 산업 육성과 K방역을 강조한 것을 제외하면 뉴딜딱지만 붙었다는 겁니다. 최배근 교수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판 뉴딜과 역대 정부가 말한 미래산업 육성 간에 근본적인 차이가 안 보인다. 정부가 산업투자 정도로 뉴딜을 이해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물론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 한국 산업구조의 체질개선을 이끌어낼지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2. 혁신과 일자리창출 사이의 긴장

정부는 2022년까지 일자리 55만개를 만들어 내겠다는 청사진을 밝혔습니다. 고용문제 심각해지고, 청년 고용 뿐 아니라 중장년 고용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단기 공공근로 일자리라도 만들고자 하는데는 빠르게 진행되는 산업고도화와 고령화가 배경에 있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한국판 뉴딜에서 추구하는 혁신은 일자리를 크게 만들지 못하는 정책들입니다. 예를 들면 언택트 산업의 경우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정부는 혁신과 일자리 창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고 있습니다만 정책 간 충돌이 곳곳에서 벌어집니다.

혁신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이번 디지털 뉴딜의 세부 사업내역을 보면, 사실은 공공근로의 확장입니다. 노인 등 건강취약계층 디지털 돌봄체게 구축, 도서 벽지에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 공공장소 41000여곳 와이파이 설치, 5G 국가망 확산, 초중고 와이파이 등 디지털 교육 인프라 구축이 대표적입니다. 소위 DNA 산업으로 불리는 데이터, 네트워크, AI 분야 핵심인재 10만명 양성 같은 사업도 포함되어 있지만 일자리 창출 교육사업의 일환입니다. 공유숙박 서비스 등 플랫폼 산업 활성화 추진이 포함되어 있지만 구체적인 플랜은 없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플랫폼 노동자의 증가를 일자리 증가로 볼 수 있는지도 논란이 있습니다. 실행과정에서 혁신에 방점이 찍혀 있는지, 일자리에 방점이 찍혀 있는지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

 

3. 이명박과 정의당 사이

한국판 뉴딜의 3대축의 하나인 그린 뉴딜은 처음엔 계획에 없던 것입니다. ‘그린 뉴딜은 미국 민주당, 특히 진보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나 뉴욕주 젊은 하원이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가 주창하던 내용입니다. 이를 정의당이 들여와 지난 총선에서 당 정책으로 밀고 나갔고, 513일쯤 문재인 대통령이 요즘 그린 뉴딜이 화두인데 한국판 뉴딜에 포함시키라는 지시를 내렸고 20일에 갑작스럽게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뉴딜 내용을 보면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현 정부의 그린 뉴딜 세부 내역은 공공시설 제로에너지화 전환, 취수원부터 가정까지 스마트 상수도 구축, 그린뉴딜 선도 100대 기업 및 5대 선도 녹색산업 육성, 에너지관리 효율화 지능형 스마트 그리드 구축, 태양광풍력수소 등 재생에너지 추진 등입니다. 기존에 해오던 정책이 태반이고 산업정책 중심입니다.

반면 정의당의 그린 뉴딜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인 탈탄소사회를 목표로 하고, ‘정의로운 전환에 비중을 뒀습니다. 석탄발전소 등 지는 산업과 재생에너지 등 뜨는 산업간 유기적인 전환을 통해 피해보는 국민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는 국가 산업전략의 일환입니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4% 정도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공공연하게 '기후악당'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이 향후 이명박과 정의당 중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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