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 팬데믹'처럼...코로나19도 순차적 팬데믹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6.10 08: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요국들이 전면적 봉쇄조치를 완화하고 일상 복귀를 선언하면서 주춤했던 확진자와 사망자가 크게 느는 추세입니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 분석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경제 활동 재개 한달 반 만에 절반에 가까운 22개주에서 확진자가 증가했습니다. 특히 플로리주는 지난주 확진자가 전주 대비 46%나 증가하는 추세였습니다. 인도의 경우 어제 확진자가 하루사이 9987명이 증가했습니다. 지난달 3천명 수준이던 확진자가 한달만에 3배 증가한 겁니다.

WHO는 지난 7일 하루 136000건의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보고되어 하루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금은 어느 나라도 페달에서 발을 뗄 때가 아니다며 코로나19 억제 노력을 지속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봉쇄 완화 후 전세계 코로나 재확산,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사실상 관리 포기 속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는 데에는 각국의 경제상황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입니다. 전면적인 봉쇄조치, 락다운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주춤했지만 이 조치를 수개월 지속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323일 모든 가게의 영업을 중단시켰던 영국의 경우 다음주부터 3개월간 문을 닫았던 모든 비필수 영업장이 영업재개에 들어갑니다. 미국은 이미 전국이 봉쇄조치를 해제했으며 조지 플로이드 추모 와 인종차별 항의 집회가 전국에서 열리면서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한국도 5월 첫째주 이후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 확진자가 하루 50명을 넘기는 등 꾸준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코로나19 관리를 포기하는 나라도 나오고 있습니다. 확진자 70만명으로 197만명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브라질의 경우 아예 코로나19 사망자와 확진자를 집계하지 않겠다고 사흘전에 발표했다가 비난이 속출하자 다시 집계를 시작했습니다. 브라질 대법원이 코로나19 관련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고 명령을 한 겁니다. 정부발표를 믿지 못해 브라질 언론들이 자체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를 집계하고 있습니다.

인도와 이란 역시 사실상 관리를 포기한 것처럼 비춰집니다. 이란의 경우 사실상 2차 파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330일 하루 확진자 3186명이 나온 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잠잠해졌지만 라마단이 종식되는 524일 기점으로 주요 관광지 문을 연 뒤 하루 확진자가 3574명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고를 경신한 상태입니다. 인도 역시 하루 확진자가 1만명에 육박하지만 특별한 조치가 없습니다. 전세계 곳곳에서 경제 타격을 감안해 어느 정도 죽음은 감수하자는 기류가 감지됩니다.

 

2.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과거 가수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1년동안 전 세계 순회공연을 다녔습니다. 처음 한국에서 시작해 동남아시아, 미국에서 붐이 일었지만 이후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까지 유행이 옮겨가는데 1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강남스타일 유행 당시 '비디오 팬데믹'이라며 감염병 확산패턴과 강남스타일 유행의 유사성을 연구한 사례도 있습니다. 코로나19도 강남스타일과 비슷한 확산 트렌드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136000명이 나온 지난 7일 거브러여수스 WHO 총장은 "유럽 상황은 개선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악화되고 있다""전날 보고된 확진 사례 중 약 75%가 미주와 남아시아 등 10개국에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7일 하루 동안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에서는 22000명 이상, 브라질 등 남미에서는 3만명 이상,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에서는 17000명 이상 신규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10일 현재 확진자수 1위는 미국(197만명)입니다. 이어서 브라질(70만명)러시아(48만명), 영국(29만명), 인도(27만명), 스페인(24만명), 이탈리아 (23만명), 페루(20만명) 순입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 증가세가 확연합니다. 이들 신흥시장국은 선진국보다 의료체계가 미비해 인명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는 인구 20%가 빈곤선 아래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러시아 역시 최근 수년동안 경제난으로 빈곤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페루 국민 70%가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일용근로자라 아파도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브라질의 경우 의료 전문가를 해고하고 육군 장성에게 전염병 대응을 맡기는 등 실정까지 겹쳤습니다. 코로나19가 신흥국을 휩쓸면 이후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가 타겟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3. 흔들리는 리더십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인해 주요국 정상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지난 5~7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1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6월 정례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38%로 전월 조사 대비 11%포인트(p)나 하락했습니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비율은 전월대비 9%p 증가한 51%로 집계됐습니다. 20157월 재집권 이후 최저치입니다. 지난 달 말 실시한 마이니치 신문과 아사히신문 조사에선 각각 27%, 29%를 기록했습니다친아베 매체로 불리는 산케이신문 조사조차도 36.4%에 불과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베 총리의 경쟁자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는 차기 총리 적합도에서 23%로 가장 높은 응답을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역시 재선 가도에 먹구름이 끼었습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인종차별 문제가 겹쳐지면서입니다. 8(현지시간) CNN이 이달 25일 미 전국의 성인 12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만약 오늘 선거가 치러진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물음에 바이든은 55%, 트럼프는 41%로 조사됐습니다. 역대 최다 격차입니다. 또 트럼프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조사에서 38%가 찬성한다고 답한 반면, 57%는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달 조사에 비해 7%포인트나 하락했습니다. 이밖에 브라질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반대하는 민주주의 수호 시위가 주말마다 열릴 계획입니다. 노골적 통계조작에 분노가 폭발해서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