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정치' 이낙연, 정치력 검증 시험대 오르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6.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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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두달여 앞두고 본격적으로 당권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부겸 전 의원은 9일 우원식 의원, 10일 홍영표 의원을 잇따라 만났습니다. 모두 당권도전이 유력한 주자들입니다. 홍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서 김부겸 전 의원이 '언론에 나온대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 2년 임기를 다 채우겠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홍 의원은 대권주자의 당권 도전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혀왔는데, 김부겸 의원이 동의를 한 것입니다.

한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오전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이희호 여사 1주기 추도식에서 김부겸 의원의 입장 표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약 17초간 침묵했습니다. 이어 보도 이외의 것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오후 의원회관에서 김부겸을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이미 다 얘기를 다했다. 똑같은 얘기를 만날 때마다 계속 하는 건 고역이라고 말했습니다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중 질문을 받았을 때는 입속에 목캔디가 있다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습니다. '똑같은 얘기 고역이라는 이낙연',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침묵의 정치' 딜레마

이낙연 의원의 인기 원인은 품격, 그리고 절제의 미학입니다. 총리시절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과정에서 야당측의 날선 공격을 품위있게 받아넘기는 과정이 여러차례 소개가 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런 답변은 고도로 계산된 답변입니다. 실제 이낙연 총리는 대정부 질문이 있기 전에 상당히 시뮬레이션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상범위 안에 있는 질문에 대한 준비된 발언들이었다는 겁니다. 실제론 임기응변이나 순발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천 화재 현장에 이전 총리가 추모를 갔을 때 대책을 마련하라는 유가족의 요청에 현재 관련 보직에 있지 않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 순간적인 정치적 제스처에 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낙연 의원은 본인의 약점을 잘 인지하고 있기에 가급적이면 즉흥적인 발언을 삼가고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전략을 택해왔습니다. 현재 당헌당규라면 당 대표가 되더라도 대선 1년전인 내년 3월에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7개월짜리 당 대표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발언을 삼간 것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입니다당권 도전에 대해서 계속 침묵을 지키다가 527일 민주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공식화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도 ‘7개월만 하겠다아니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등 명확한 입장 정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모호함의 정치, 침묵의 정치로 시간을 벌고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겁니다.

총리 시절이나 비선거 시즌에는 이런 침묵의 정치, 절제의 정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하루하루 긴박하게 이슈가 돌아가는 선거판에서 이런 태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사이다'가 아니라 '고구마'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이낙연 의원은 호남에서 4선 의원과 전남도지사를 지냈지만 그리 어렵지 않은 선거를 치러왔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침묵의 정치의 딜레마에 봉착한 이낙연 의원이 당권 도전을 계기로 본격적인 정치력 검증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2. 뚜렷해진 이낙연 대 비낙연

당권주자인 우원식 의원과 홍영표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권주자 당권 불가론'을 제기하며 경제위기 극복과 차기 대선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24개월 임기를 모두 채우는 안정적 당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김부겸-홍영표의 만남, 전날 김부겸-우원식의 만남은 '이낙연 대세론'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연합군 선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김부겸의 의중을 홍영표가 전달했다는 것 자체가 이런 연합전선의 성격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당권 경쟁은 이낙연 대 김홍우(김부겸, 홍영표, 우원식) 연합, 이낙연 대 비낙연으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이낙연 당권 대세론의 가장 큰 약점은 대선도전에 따른 7개월짜리 당 대표입니다. 이낙연 의원의 전략은 가급적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년 3월 이후 거취는 당원들과 국민의 뜻에 맡기겠다고 말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정했다고 합니다. 현재 이낙연 의원은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이르면 다음주쯤에 공식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국난극복 최일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적극 뒷받침하고, 선호도 1위 대선주자로서 책임있는 정치로 국민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7개월짜리 당대표 논란은 해소되기가 힘들어 이 부분을 당원들에게 얼마나 납득할만하게 설명하느냐가 향후 당권경쟁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

 

3. 꿈틀대는 잠룡들

대선이 아직 19개월이 남았지만 여권 잠룡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세간의 관심은 차기 대선으로 급격히 쏠릴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엔 잠룡들의 계파 모임이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는 것은 차기 대권에 대한 견제 및 합종연횡 분위기와 무관치 않습니다.

이낙연 의원은 11일 오전에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언론인 출신 21대 국회의원들과 간담회에 참석합니다. 여야 모두 참석하는 자리지만,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7일에는 언론인 출신 당내 의원들과 막걸리 만찬을 했습니다. 지난달 15일에는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초재선 당선자 20여명과 오찬을 했습니다.

지난 7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21대 국회에 입성한 과거 측근들, 소위 박원순계 민주당 의원들과 만찬을 가졌습니다. 만찬을 한 자리에서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두고 본인에게 도움이 안 될 텐데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경우 선거법 위반 대법 판결을 앞두고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구명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4일 공직선거법 허위사살공표죄의 합헌적 해석에 대한 학술토론회를 민주당 의원 여럿이 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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