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등록금 반환 뿐 아니라 2학기 등록금 액수도 문제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6.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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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1학기 대학 수업이 온라인 동영상 강의로 대체되자 일부 학생이 혈서를 쓰는 등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3차 추경안에 등록금 반환 금액을 편성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측에서는 정부 재정을 활용한 등록금 반환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학생 등록금 환불 지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세금으로 등록금 환불 어렵다는 정부,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여론 반전, 돌아선 여당

반환은 오케이, 세금은 노.” 최근 등록금 반환에 대한 여론입니다. 부실 수업의 피해자는 학생이기에 돈을 돌려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온라인 수업으로 수혜를 본 것은 대학측인데 왜 국가가 돈을 내느냐는 주장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학이 등록금 환급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청원글이 20여개 올라왔습니다상당수 학생들은 형편없는 강의를 제공한 일부 교수들의 인건비를 삭감하고, 시설물 사용료와 교비적립금을 활용해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대학을 압박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정부부처는 일관되게 재정투입을 반대해왔습니다. 지난 17일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등록금 반환 문제는 등록금을 수납받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정부가 지원대책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교육부도 18일 브리핑을 통해 "등록금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학이 학생과 소통하면서 해결할 문제"란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반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9명은 19일 성명에서 "학생과 국민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3차 추경 심사에서 이와 관련한 방안이 반드시 논의되고, 반영돼야 한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말을 거치며 민주당 지도부는 기재부의 뜻을 반영해 현금 직접 지원 불가로 기울었습니다.

정부여당이 재정투입에 부정적인 데에는 대학생의 절반 가량이 국가장학금을 받는 상황이 고려됐습니다. 195만명 대학생 중 소득 8분위, 월평균 가구소득 95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에 국가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현재 48%가 지급대상입니다. 직접 지원 대신 교육부는 현재 8000억원에 달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을 활용하는 방식을, 기재부는 사학진흥기금 융자를 통해 지원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2. 20대 공략 '경쟁의 서막'

여당은 신중한 데에 반해 야당은 오히려 적극적입니다. 정의당은 당론으로 3차 추경안 편성을 통한 등록금 환불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등록금 반환을 위한 추경 반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촉구하며 국회 결의안을 발의했습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도 이 결의안에 참여했습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8"대학생들이 강의도 한 번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으니 등록금 돌려달라고 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통합당은 추경에 저소득층 학생을 지원하는 예산을 넣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의당은 그렇다 쳐도 평소 현금지원을 포퓰리즘이라고 반대하던 통합당의 입장 선회가 눈에 띌 수밖에 없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통합당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나오는 등 '좌클릭 기류'가 뚜렷합니다. 2030세대를 공략하겠다는 통합당의 의지의 표현입니다. 아직까지 민주당은 등록금 재정 지원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하지는 않은 상태여서 변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심상정 대표 결의안에 고민정 등 민주당 의원 6명이 참여한 바 있습니다.

 

3. 2학기 등록금은 어찌할꼬

상당수 대학이 방학에 들어갔고 이제 다음 학기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많은 대학이 2학기에도 원격 수업을 병행하거나 병행여부를 논의중입니다. 대학별로 이론 위주 수업은 비대면, 실험·실습·실기 수업과 대학원 소규모 수업은 대면 위주로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기존 교육부 규제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은 전체 과목의 20%까지만 원격강의를 편성할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원격강의 비율을 제한한 해당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문제는 2학기 등록금입니다. 다음 학기에도 원격수업이 지속된다면 대학은 1학기와 같은 금액의 등록금을 책정하기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 역시 2학기 등록금 고지서에 1학기와 비슷한 금액이 찍힌다면 크게 반발할 겁니다. 정상적인 대면 강의를 진행하지 못해 다시 대학 입시를 준비하거나 군에 입대하는 학생이 더욱 크게 늘어서 대학의 재정난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2학기 등록금 규모는 1학기 등록금 반환 규모, 그리고 교육부 지원 규모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환작업이 마무리 되면 온라인으로 하는 수업의 등록금 규모가 이정도라는 가이드라인이 생길 것이고 이에 따라 등록금이 책정될 겁니다. 하지만 그대로 받으려는 대학과 대폭 삭감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의견차가 커서 2학기 등록금 갈등은 불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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