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김정은 남매도 대한민국 국민" 태영호 주장은 사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7.0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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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30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14일이 지났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우리 국민 김정은 남매를 고발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태 의원은 “우리는 김정은 남매에게 국내법으로라도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 전 지역은 대한민국 영토이며, 당연히 김정은 남매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정부는 당연히 김정은 남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 페이스북
출처: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 페이스북

 

뉴스톱은 태 의원의 페이스북 언급에 대해 팩트체크했다.

 

①정부는 김정은 남매에게 민형사 책임을 물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사실

태 의원은 "우리 국유재산에 손실이 가해진 경우「국유재산법」제 38조에 따른 원상회복,「민법」제 750조에 따른 손해배상 및「형법」제366조에 따른 재물손괴죄, 제 367조 공익건조물파괴죄 등의 적용이 가능하다. 정부가 지금까지 김정은 남매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법치국가의 법 집행 형평성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책임도 완전히 져버리는 행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혈세를 투입해 만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한 행태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형사소송법 234조(고발) ②항은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의무규정이다.

 

②북한 전 지역은 대한민국 영토인가? →절반의 사실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행 사법체계는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적 정부는 대한민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일 뿐이다. 따라서 국내법의 잣대로 보면 북한 전 지역은 대한민국 영토이다.  남북기본합의서를 계승한 남북관계발전법에서도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휴전선 이북 지역은 대한민국 정부의 지배력이 미치지 않는다. 국제 사회의 눈으로 보면 한반도에는 2개의 국가가 실재한다. 1991년 남북한은 UN에 동시에 그리고 각각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③김정은 남매는 대한민국 국민인가? →판정보류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자. 대법원은 2016년 1월28일 선고(2011두24675)한 판결에서 "우리 헌법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영토조항을 두고 있는 이상 대한민국 헌법은 북한 지역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에 효력이 미치므로 북한 지역도 당연히 대한민국의 영토가 되고, 북한주민 역시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에 포함되는 점"이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영토 문제와 마찬가지로 실질적으로 북한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인가에 대해선 다른 해석도 만만치 않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의 <북한주민의 지위> 연구보고서를 살펴보자.  

북한주민은 우리 법체계 내의 다변화된 개인의 공법적 지위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출처: 북한주민의 지위, 헌법연구원
북한주민은 우리 법체계 내의 다변화된 개인의 공법적 지위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출처: 북한주민의 지위, 헌법재판연구원

<일단 북한지역은 대한민국 영토이므로 여기 거주하는 북한주민은 재외국민이 아니다. 그리고 북한공민이어도 이는 외국국적의 취득이 아니고 우리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북한주민은 외국인이나 외국국적동포가 될 수 없다. 결국 북한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인데, 그렇다고 해도 이는 추상적인 의미에서 국민일 뿐이다. 여기서 추상적 의미에서 국민이라는 것은 언제든 본인이 원한다면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민족국가의 일원이라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북한주민은 대한민국의 지배력 밖에 거주하고 있고, 대한민국과 어떤 공법관계도 맺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그리고 행정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그런 상태에서 북한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재외동포가 우리와 같은 한민족이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것과 같이 추상적인 의미 외에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따라서 법적 주체로서 북한주민은 그 의미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남북교류협력법이 있으나 북한주민의 지위에 관하여 어떤 규정도 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우리 법률은 이들의 지위에 관하여 규정하는데 소극적이다.>(북한주민의 지위, 33~34쪽)

현실 세계에서 북한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선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 위한 선택, 즉 탈북을 실행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뜻이다. 김정은 남매가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 위해 탈북 또는 망명을 감행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또다른 대법원의 판례를 살펴보자. <우리 헌법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영토조항을 두고 있는 이상 북한을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외국’으로, 북한의 법인격체를 ‘비거주자’로 바로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개별 법률의 적용 내지 준용에 있어서는 남북한의 특수관계적 성격을 고려하여 북한지역을 외국에 준하는 지역으로, 북한주민 등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할 수 있고, 그러한 규정 내용이 우리 헌법의 영토조항이나 평화통일조항 등에 위배되지는 않는다.>(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4도4044 판결 참조)

경우에 따라 북한주민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로 규정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시각에 따라 김정은 남매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태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김정은 남매를 고발한다고 해서 김정은 남매가 실제 처벌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법에 따라 그리고 원칙에 따라 해야 할 일은 꼭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남매의 범죄를 우리가 하나하나 계산하고 있다는 인식을 북한에 꾸준히 전달해야 김정은 남매의 횡포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게 태 의원의 셈법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영토를 규정하는 헌법 3조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남북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으려면 남과 북이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고 평화통일의 상대방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개헌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진영 논리에 따라 영토조항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현실적이지 않고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는 영토조항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과 영토를 포기하는 것은 국체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주장이 대립한 것이다.

하지만 학계에선 헌법 3조가 존치하더라도 미래지향적 해석론을 채택하는 방향으로 북한 체제를 인정함과 동시에 위헌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김정은 남매를 대한민국 사법당국에 고발해 횡포를 억제할 수 있을까. 오히려 북한 정권은 자신들을 자극하는 도발로 인식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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