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정건전성 OECD 2위' 정말 좋은 일인가?

  • 기자명 이상민
  • 기사승인 2020.07.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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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까? 아무도 모른다. 하버드대학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코로나19를 외계인의 지구 침공에 비유했다. 유사 사례가 없다는 뜻이다. 유사사례가 없으니 대응 매뉴얼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용기있는 자는 예측을 하는 사람이다. 마스크 없이 클럽에 가는 것보다 경제 예측을 하는 사람이 더 용자(勇者)처럼 느껴진다.

용감한 예측을 들어보고 분석해보자. 앞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도 누군가는 더듬거리면서 두들겨 나가야 한다. 이렇게 두들겨서 낸 소리를 잘 듣고 분석해서 미래를 비춰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국가?

OECD는 최근(2020년 6월) 세계 경제 전망 수정치(OECD outlook No.107)를 발표했다. 지난 2019년 11월에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OECD outlook No.106)에서 경천동지라고 표현할만큼 큰 폭으로 경제전망을 수정했다. 코로나19 영향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OECD는 20년 올해 세계 경제는 2.9%, OECD국가는 1.6% 성장 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을 반영한 20년 경제 성적표는 처참하다. 올해 세계 경제는 -6%, OECD국가는 -7.5% 역성장 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나마 이것도 코로나19가 한 차례만 유행(single hit)할 것을 전제로 한 예측치다. 만약 코로나19가 두 차례 유행(double hit)한다면, 세계 경제는 -7.6%, OECD국가는 -9.3% 역성장 할 것이라고 한다.

21년도 예측치는 전세계 5.2%, OECD국가 4.8%라고 하면 엄청난 성장으로 보이긴 한다. 그러나 이는 20년 급감에 대한 기저효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그것도 코로나19 유행이 한 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희망섞인 기대에 따른 예측이다. 코로나19가 두 차례 유행 한다면 전세계는 2.8%, OECD는 2.2% 성장을 예측한다.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21년 경제회복도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코로나19의 2차 유행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한국은 그 중 제일 괜찮다. 작년 11월 예측치는 2.3%로 OECD 평균 1.7%보다는 높지만, 인도 6.2%나 중국 5.7%는 물론 세계 평균 2.9%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영향을 반영한 최근 수정 경제예측치는 전세계 -6%는 물론 인도 -3.7%, 중국 -2.6%보다 역성장 폭이 적은 -1.2%를 예측한다. 비록 역성장이기는 하지만 OECD가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발표한 모든 국가 중에서는 가장 우수한 성적표다. 아마도 본격적인 경제 봉쇄 없이 코로나19 방역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뤄낸 성과인 것 같다. 다시 한 번 의료진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희생과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OECD 19 11 20 6 전세계 경제성장률 예측 비교>

 

19 11 예측

20 6 예측

(코로나19 한차례 유행)

20 6 예측

(코로나19 두차례 유행)

 

2020

2021

2020

2021

2020

2021

World

2.9

3.0

-6.0

5.2

-7.6

2.8

OECD - Total

1.6

1.7

-7.5

4.8

-9.3

2.2

Non-OECD Economies

4.0

4.0

-4.6

5.6

-6.1

3.2

Dynamic Asian Economies

2.8

3.0

-5.5

5.2

-6.9

2.9

Korea

2.3

2.3

-1.2

3.1

-2.5

1.4

Australia

2.3

2.3

-5.0

4.1

-6.3

1.0

Canada

1.6

1.7

-8.0

3.9

-9.4

1.5

Denmark

1.4

1.4

-5.8

3.7

-7.1

0.9

Finland

1.0

0.9

-7.9

3.7

-9.2

2.4

France

1.2

1.2

-11.4

7.7

-14.1

5.2

Germany

0.4

0.9

-6.6

5.8

-8.8

1.7

Greece

2.1

2.0

-8.0

4.5

-9.8

2.3

Italy

0.4

0.5

-11.3

7.7

-14.0

5.3

Japan

0.6

0.7

-6.0

2.1

-7.3

-0.5

Mexico

1.2

1.6

-7.5

3.0

-8.6

2.0

Netherlands

1.8

1.6

-8.0

6.6

-10.0

3.4

Norway

2.4

2.3

-6.0

4.7

-7.5

1.3

Spain

1.6

1.6

-11.1

7.5

-14.4

5.0

Sweden

1.2

1.2

-6.7

1.7

-7.8

0.4

Switzerland

1.4

1.0

-7.7

5.7

-10.0

2.3

United Kingdom

1.0

1.2

-11.5

9.0

-14.0

5.0

United States

2.0

2.0

-7.3

4.1

-8.5

1.9

Non-OECD( Brazil )

1.7

1.8

-7.4

4.2

-9.1

2.4

Non-OECD(China)

5.7

5.5

-2.6

6.8

-3.7

4.5

Non-OECD(India)

6.2

6.4

-3.7

7.9

-7.3

8.1

Non-OECD(Russia)

1.6

1.4

-8.0

6.0

-10.0

4.9

  • OECD outlook No.106, No.107

 

재정수지 비율 건전성 순위, OECD 24위에서 2위로 급상승

코로나19를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미증유의 위기(unknown unknown crisis)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전의 경제 논리와 재정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거의 모든 나라가 공통적으로 취하는 정책은 국가재정 지출을 확대하여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Before Corona(BC)와 After Corona(AC)로 나눌 만큼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는 절대적이라고 한다. 특히 국가재정의 역할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정상적이고 예측가능한 시장에서 시장참여자의 합리적 판단을 통해 경제가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가재정의 역할이 중요해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까지는 알겠다. 그런데 얼마나 확대해야 할까?

OECD는 19년 11월에 각 국의 20년 재정수지 비율 예측치를 발표한 바 있다. 재정수지란 각 국가의 일반정부(중앙정부, 지방정부 및 비영리 공공기관의 합)의 수입과 지출의 차액을 의미한다. 즉, 수입이 많고 지출이 적으면 재정수지는 플러스가 된다. 반면, 지출이 수입보다 많으면 재정수지는 음의 값을 갖게 된다. 재정수지 비율은 각 국가의 재정수지를 각 국가의 GDP로 나눈 비율이다. 즉, 재정수지 비율이 크면 클수록 재정이 건전해진다고 말할 수 있다.

19년도 발표한 OECD국가 2020년 평균 재정수지 비율은 -3.3%다. 그런데 코로나19 영향을 반영한 20년 6월에 발표한 예측 수정치는 -11.1%로 급격히 나빠졌다. 경제위축으로 국가의 세수입은 줄고 재정지출은 오히려 증가하게 되었으니 재정지표가 나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OECD가 발표한 우리나라 일반정부 재정수지는 19년 예측에 따르면 GDP대비 -0.1%에서 코로나19를 반영하면 -2.9%로 악화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최근 7월 3일 3차 추경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OECD 6월 발표 예측치에는 3차 추경에 따른 재정지출 확대는 반영되지 않았을 것 같다.

이에 3차추경을 통한 재정지출의 효과를 OECD국가와 비교하고자 일반정부가 아닌 중앙정부의 재정수지 비율을 추산했다. 중앙정부는 경기변동 폭을 조절하고자 불황일 때는 적자재정을, 호황일 때는 흑자재정을 편성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경기조절 기능이 없기에 균형재정이 원칙이다. 그러나 균형재정을 추구하다보면, 관례적으로는 흑자재정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중앙정부 재정수지 비율은 일반정부 재정수지 비율보다 나쁘게 나타나게 된다. 즉, 우리나라 중앙정부(central government) 재정수지와 OECD국가의 일반정부(general government) 재정수지를 비교하면, 상당한 핸디캡을 안게 된다. 그럼에도 1차 ~ 3차 추경을 통한 재정지출의 효과를 OECD국가와 비교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중앙정부의 비율을 비교해 보도록 하자.

우리나라 중앙정부 본예산 예측치에 따르면 20년 재정수지 비율은 -1.5%다. 이는 OECD 19년 11월 예측치 OECD평균  -3.3%보다는 비교적 우수한 수치다. 그러나  우리나라 재정수지 비율보다 더 우수한 OECD 국가도 23개나 있다. 호주(0.2%), 덴마크(0.3%), 독일(0.3%), 그리스(1.0%), 스웨덴(0.2%), 스위스(1.0%) 등 재정수지가 흑자인 국가도 많이 있다. 특히 노르웨이는 GDP 대비 재정수지 흑자 비율이 무려 9.1%에 달한다.

미국(-6.9%), 일본(-2.4%), 영국(-3.2%), 프랑스(-2.3%), 이태리(-2.2%) 등 경제규모가 큰 OECD 국가 재정수지 비율은 우리나라 중앙정부 재정수지 비율보다 적자폭이 더 크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재정수지 비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위기를 반영한 20년 6월 OECD의 일반정부 재정수지 예측치 평균는 -3.3%에서 -11.1%로 급격히 나빠졌다. OECD 19년 11월 예측에서는 흑자를 자랑했던 독일(-7.1%), 스웨덴(-8%), 스위스(-6.1%)도 큰 폭의 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기록한다.

반면, 우리나라 중앙정부 GDP 대비 재정수지 비율은 3차 추경안을 반영해도 -4%에 불과하다. OECD 평균 -11.1%와 큰 차이가 있다. 특히, 노르웨이(-1.4%)를 제외하고는 전체 OECD 국가중에서 재정수지 비율이 가장 우수하다.

 

<OECD 19 예측, 20 예측에 따른 2020 재정수지 비율 비교>

(단위: %, GDP 대비 재정수지 금액 백분율)

 

19 예측치

20 예측치

 

19 예측치

20 예측치

OECD - Total

-3.3

-11.1

한국 중앙정부

-1.5

(본예산)

-4.0

(3차추경안)

Australia

0.2

-10.2

korea

-0.1

-2.9

Austria

0.4

-7.3

Japan

-2.4

-11.6

Belgium

-2.0

-8.6

Latvia

0.5

-5.9

Canada

-0.5

-7.5

Lithuania

0.1

-9.8

Colombia

-2.8

-5.1

Luxembourg

2.9

-5.8

Czech

0.5

-6.5

Netherlands

0.4

-11.5

Denmark

0.3

-7.6

New Zealand

0.3

-10.0

Estonia

-0.4

-7.9

Norway

9.1

-1.4

Finland

-1.4

-7.6

Poland

-0.6

-9.4

France

-2.3

-10.4

Portugal

0.0

-7.9

Germany

0.3

-7.1

Slovak

-1.2

-9.3

Greece

1.0

-7.7

Slovenia

0.4

-8.0

Hungary

-1.7

-8.8

Spain

-1.8

-10.3

Iceland

-1.0

-9.5

Sweden

0.2

-8.0

Ireland

0.5

-8.4

Switzerland

1.0

-6.1

Israel

-3.8

-11.1

United Kingdom

-3.2

-12.4

Italy

-2.2

-11.2

United States

-6.9

-15.0

Non-OECD(China)

-3.6

-7.2

Euro area

-0.9

-9.2

  • OECD outlook No 106, No 107, 기획재정부 3 추경예산안
  • 붉은색으로 표시한 국가는 같은 시점에서 한국 중앙정부보다 재정수지 비율이 나쁜 국가

 

재정역할 강화 vs. 재정여력 비축 사이에서 황금률을 찾아야

경제전망치가 우리나라가 가장 좋게 나타난 것(정확히 말하면 가장 덜 나쁘게 나타난 것)은 물론 좋은일이다. 그리고 재정지표가 24위에서 무려 2위로 급상승한 것도 좋은일인 것도 같다. 우리나라의 재정여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좋아진 것은 뿌듯하기도 하다. 그런데 무언가 찜찜한 측면도 있다.

거친 예를 들어보자. 내가 다니는 회사가 돈을 잘 번다고 한다. 매출도 올라가고 순이익도 올라갔다고 한다. 좋은 일인가? 물론 좋은 일이다. 그래서 사장님도 기분이 좋다. 사장님이 개인 빚을 다 갚고 아이들 학원을 비싼 곳으로 옮겼다고 자랑을 한다. 좋은일인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우리회사가 그만큼 잘 나간다는 지표기도 하지만, 우리회사 이익이 내 월급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장님 이익으로만 가는 것은 좋지않다. 사장님과 직원의 이익배분 비율의 황금률을 찾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재정여력도 비축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재정지출을 늘려서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면서도, 재정 건전성도 너무 훼손하지 않도록 그 사이의 황금률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정부 재정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재정수지 비율이나 재정적자 비율 원칙 자체가 바뀌었다. 코로나19 이전 OECD국가 평균 재정수지 적자 폭은 GDP대비 -3.3%였다. 국가의 부가가치(GDP)를 정부와 민간이 나누어가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민간보다 약 -3.3% 정도를 손해보고, 그만큼 민간은 조금 더 이익을 본다고 거칠게 이해할 수도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AC세계는 BC세계와는 다른 원칙을 갖게 되었다. 국가 재정이 더 많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부가가치(GDP)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배분비율이 바뀌었다. OECD 국가는 평균적으로 정부는 민간보다 약 -11.1% 더 적은 GDP를 배분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왕관(Corona)의 출현 이후, 재정의 바이블(재정운영원칙)은 다시 쓰여졌다.

 

그런데 우리나라 중앙정부 재정 바이블은 크게 달라지 않은 것 같다. 올해 20년 본예산 기준으로는 OECD 평균보다는 재정수지 비율이 높지만,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적거나 사회보장 정도가 뒤처진 많은 나라들보다는 재정수지 적자 비율 건전성 순위가 뒤쳐졌다.  OECD 24위에 랭크 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중앙정부 재정수지 비율은 -4%로 노르웨이를 제외하고는 OECD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재정수지 비율은 황금률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나라 재정수지 비율이 은메달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물론 우리나라는 ‘저출생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잠재성장률도 둔화되고 있고 향후 통일비용까지 고려 한다면, OECD국가 평균보다는 재정수지 비율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것 같긴하다.

그러나 문제는 황금비율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과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두 개의 상반된 재정목표 사이에 있는 황금비율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황금비율은 재정 전문가의 수학공식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재정지출 비율은 재정학 공식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공론장에서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예산과 재정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이슈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올바른 재정지출 비율을 찾는 건설적인 토론이 공론장에서 벌어지기를 소망한다. 공론장은 정부가 재정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기획재정부는 추경안을 국회에 제공하면서 발생주의적 개념의 국가부채 예측치(일반정부 부채, D2)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물론, 현금주의 개념의 국가채무(D1) 예측치는 제공하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얼마든지 회계적 눈속임으로 조절이 가능한 수치다. 국가부채가 경제적 실질 개념으로는(발생주의적으로는) 얼마나 증가될지조차 예측하지 않고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정해서 국회에 제출한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공론장에서의 논쟁에서 가장 피해야 하는 것은 정파적인 시각만으로 싸우는 것이다. 토론은 아레나(원형경기장, Arena)가 아닌 아고라(공론장, Agora)에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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