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신의한수'라는 언론사는 없다

  • 기자명 권성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7.1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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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박원순 서울시장 실종 기자회견에서 벌어진 기자의 질문과 태도가 논란이 됐다. 시청자들은 일부 기자들의 질문을 보며 “질문이 부적절하다”며 ‘기레기’, ‘기더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해당 질문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뉴스톱>이 확인했다. 

현장에서 부적절한 모습 반복한 '신의한수'

한 기자가 최익수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에게 계속 질문을 한다. 해당 기자는 첫 질문을 했다. 그 뒤 다른 기자가 최 과장에게 다음 질문을 한 뒤, 그는 4번을 연달아 질문한다. 다음은 그가 한 질문과 최익수 과장의 답이다. 

 

신의한수 직원: 지금 박원순 시장은 어디 있나요?

최익수 과장: 지금 현재 검시 중에 있습니다. 

다른 기자:어디서 검시하고 있어요? 

최과장: 발견 장소 주변... 감식 중에 있습니다. 

처음과 동일한 목소리-그러면 지금 아직 발견 장소에 있다는 건가요? 

최과장: 네

동일한 목소리:발견 장소는 어디인가요?

최과장: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성북구 북악산 성곽길 인근 산속입니다. 그러니까 그 지점은 숙정문과 그다음 삼청각 그 중간 정도로 보시면 되시겠습니다. 

동일한 목소리:장소를 공개하실 예정은 없나요?

최과장: 그것은 수사 필요상 곤란하지 싶습니다. 지금은 현재 감식 중에 있기 때문에 , 물론 국민 여러분께서도 여러 가지로 궁금하시겠지만 수사상 그런 건 곤란하기 때문에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동일한 목소리:신원은 확실히 확인이 된 건가요?

최과장:현장에서 가방, 핸드폰 그리고 소지품 일부 다 발견이 됐습니다. 

다른 기자: 타살 가능성 없나요? 

최과장:그것은 구체적인 사안들은 앞으로 수사를 해봐야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타살 협의점은 없어 보이지만 향후 변사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서 심도 깊은 수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동일한 목소리-사인을 좀더 조사하셔야 되겠지만 목을 멘 건가요? 떨어진 건가요? 

최과장: 그것은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고려해서 저희들이 확인해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약 4분 뒤)

동일한 목소리:가회동에서 10시 44분에 나간 것으로 체크가 됐는데 7~8분 만에 이곳에 올 수가 있나요, 도보로?

최과장:다시 정정하겠습니다. 일단 택시로 이동해서 와룡공원에서는 도보로 산으로 올라가신 것으로 정정하겠습니다. 

다른 기자:공관에서 와룡공원까지 택시로 이동하셨다고요? 

최과장:네

동일한 목소리:말이 좀 바뀌신 것 같은데, 처음에는 도보로 이동하셨다 그랬잖아요.

최과장:아니,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은 여기서 올라가는 모습이 찍힌 CCTV 상으로 볼 때 도보로 이동하는 모습이 찍혔다는 것이고 제가 조금 전에 확인해 드린 것은 공관에서 여기까지, 공원 입구까지 오는 데는 택시로 이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화면에 다시 얼굴을 드러낸다. '신의한수'의 홍철기 사회부장은 “‘신의 한수 중계진 노빠꾸’(망설임이 없다는 의미)입니다(2:01:40)”라고 말한다. 그는 입으로 나팔소리를 내며 성곽을 따라간다. 그는 “그곳을 못가게 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 보물(현장을 의미)이 있는 곳이다”라며 “모자를 쓸 걸 그랬다, 카우보이 모자를 써야 인디애나 존슨 같을 텐데”와 같은 농담도 한다. (2:03:30)

이어지는 장면은 박완석 문화부장과 둘이 대화를 하는 형식을 취한다. 박완석 부장은 성벽을 가리키며 낙사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는 나름의 근거도 제시한다. 그는 “투신자살의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지니고 있던 명함과 유류품 등으로 특정을 지었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해가 얼굴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됐을 가능성”을 말했다. 그는 “그 누구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을 확인한 점이 없다”며 경찰의 발표를 믿기도 어렵다며 확인의 필요성을 말한다.  (2:17:40)

 

◇자살보도 권고기준에도 어긋나는 행위

한국기자협회는 2018년 7월 개정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보도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유명인의 자살은 파급력이 크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방자살을 일으킬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살 사건 보도의 시각 자료와 관련해서는 더욱 강조하고 있다. 사진과 동영상과 같은 영상 자료의 사용 자제를 말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은 "인터넷 방송, 1인 방송에서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례에 해당하는 '신의한수' 측은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 이들은 '실시간 방송'의 형태로 계속해서 보도했기 때문에 '취재만 했다'는 표현조차도 성립할 수 없다. 그들의 질문과 답변, 현장의 모습은 실시간으로 방송에 노출됐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의 모습. 출처=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의 모습. 출처=한국기자협회

 

◇신의한수는 '언론사'인가

그렇다면 여기서 의구심이 든다. ‘신의한수’는 과연 ‘언론사’인가. 유튜브 ‘신의한수’는 주식회사 민초커뮤니케이션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자의 이름도 '신혜식'으로 동일인이다. 민초 커뮤니케이션에 전화를 연결하면 그들은 "신의한수입니다"라는 말로 전화를 받는다. 

신입사원을 구하는 '민초커뮤니케이션'. '신의한수' 직원을 구하고 있다.
신입사원을 구하는 '민초커뮤니케이션'. '신의한수' 직원을 구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하는 정기간행물 등록관리시스템에는 ‘신의한수’ 혹은 ‘민초커뮤니케이션’을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발행인과 편집인이 신혜식으로 표기돼 민초커뮤니케이션으로 추정되는 간행물 기관은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 곳의 발행인과 편집인이 신혜식일 뿐 상당 부분 정보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초커뮤니케이션이나 ‘신의한수’라는 이름은 찾을 수도 없고 기업 주소도 달랐다. 등록된 이름은 ‘인터넷독립신문’이었다. 민초커뮤니케이션의 주소는 논현로 707로 알려져 있으나 등록된 기관의 주소는 테헤란로92길 27이었다. 심지어 등록일도 2009년 5월 6일이었다. 사람인 등에 표기된 기업 정보에는 설립일이 2016년 12월 6일로 돼 있다. 발행인과 편집인을 제외한 모든 정보가 다른 것이다. 

'신의한수', '민초커뮤니케이션'으로 추정되는 언론사.
'신의한수', '민초커뮤니케이션'으로 추정되는 언론사.

 

◇ '조갑제닷컴'과 '펜앤드마이크'는 등록, '황장수의 뉴스브리핑'과 '가세연'은 없어 

'신의한수'의 이름의 정기간행물은 찾아볼 수 없지만 다른 유튜버는 정기간행물로 등록된 경우도 있다. 조갑제닷컴, 펜앤드마이크는 정기간행물로 등록돼 있고 종별은 인터넷신문이다.  이들은 모두 언론인 출신이 대표자로 있는 경우다.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발행인은 월간조선의 편집장이었고 펜앤드마이크의 정규재 발행인은 한국경제신문의 주필이었다. 

반면 황장수의 뉴스브리핑, 가로세로연구소는 정기간행물 등록 현황에서 찾아볼 수 없다. 황장수의 뉴스브리핑 구독자는 약 48만명이고 가로세로연구소의 구독자는 약 60만명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정기간행물로 등록조차 돼 있지 않다. 법적인 기준에서 보면 이들은 언론이 아니기에 보도준칙을 지켜야할 (윤리적)의무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실상 언론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가로세로연구소의 경우 10일 와룡공원에 가서 '[현장출동] 박원순 사망장소의 모습'으로 실시간 방송을 내보냈다. 웃으면서 이동하는 장면이 캡처가 되어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들은 특정 장소가 의심된다고 말하기도 하고 유품으로 추정된다고 사진도 방송했다. 이후 장례식장의 모습도 실시간 중계를 하기도 했다. 

가로세로연구소가 실시간 방송의 모습. 사망장소로 추정되는 곳이라는 취지로 방송하고 있다.
가로세로연구소가 실시간 방송의 모습. 사망장소로 추정되는 곳이라는 취지로 방송하고 있다.

 

◇'신의한수' 관계자는 '협박성 발언' 뒤 연락 피해

<뉴스톱>은 해당 사실에 의구심을 갖고 10일 오후 신의한수 측과 전화연결을 시도했다. ‘신의한수’의 김수연 팀장은 '신의한수'가 언론사로 등재돼 있냐는 물음에 “왜 물어보시죠”라고 답했다. 기사의 취지를 설명해주자 “알려드릴 이유가 없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언론사로 등재돼 있으니 선관위를 출입하겠죠”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다시 연결한 전화통화에서 김 팀장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고 “신의한수는 ‘인터넷독립신문’이다”라고 했다. 이어서 전화를 바꾼 다른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게 기사를 쓰면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겠다”고 말한 뒤 또다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종합하면, 법적으로 등록된 신의한수라는 언론사는 없다. 다만 2009년 창간된 '인터넷독립신문'이라는 매체의 대표가 신혜식이다. 신의한수 직원들이 인터넷독립신문 기자로 활동하는 것인지, 아니면 민초커뮤니케이션 직원으로 활동하는 것인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으로 기자 혹은 언론사를 구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고, 많은 유튜버들이 아무런 규제없이 사실상 언론사 역할을 하며 돈을 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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