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팩트체크] 해수욕장 살균터널 효과 있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7.1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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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속초시는 지난 10일부터 관내 속초해수욕장을 개장했다. 코로나19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해수욕장 이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속초시는 '게이트형 소독기'를 설치했다.

속초시에 따르면 속초해수욕장 7곳의 출입구에 모두 16대의 게이트형 소독기를 설치했다. 이용객들은 반드시 이 게이트형 소독기를 지나야만 해수욕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용자가 들어서면 자동으로 소독약이 뿌려진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독약을 뒤집어쓰게 되는 셈이다. 업체 측은 이런 방식으로 의복에 묻은 바이러스를 사멸시킬 수 있다고 홍보한다. 

업체 대표는 "서울 남대문경찰서에도 설치됐고, 설치하기까지 한달 동안 경찰서의 검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경찰서에서 설치했으면 믿을 만하다는 이야기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은 '게이트형 소독기', 즉 '살균 터널'이 코로나19 방역에 효과가 있는지를 팩트체크했다.

①질병관리본부 "살균터널 권장하지 않음"

질병관리본부가 5월20일 배포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 (제 3-3판)>를 살펴보자. '대체 소독 방법에 대한 국내·외 현황' 항목에 "살균터널 등을 이용하여 소독제를 사람에게 분무/분사하는 것은 비말 또는 접촉전파 위험을 감소시키지 않으며, 눈과 피부에 자극을 주고 흡입에 따른 호흡기 증상,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어떤 경우에도 권장하지 않음"이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 방역에 효과도 없고 인체에 해를 줄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말라는 취지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 (제 3-3판), 질병관리본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 (제 3-3판), 질병관리본부

 

②알칼리수 효과 있나?

남대문서와 속초해수욕장에 설치된 살균 터널(게이트형 소독기)는 '알칼리수'를 뿌린다. 알칼리수는 물을 전기분해해 알칼리성을 띄게 만든 것이다. 이 살균제의 제조사는 인터넷 쇼핑몰 등에 "전북대 연구팀의 실험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99.9% 불활화시킨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사멸 효과를 인정하고 있는 성분에 '알칼리수'는 들어있지 않다. 현재까지 질본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소독과 관련해 효능을 인정한 성분은 염소계화합물, 알코올, 4급암모늄화합물, 과산화물, 페놀화합물 뿐이다. 여기에 지난 3일 정부 인증을 받은 '바이오크린' 제품이 사용하는 '구연산' 성분까지 추가하면 모두 6종 뿐이다.

알칼리수 업체 측이 자체 실험결과를 환경부에 제출해 코로나19 방역용으로 인증을 받기 전까지는 '검증되지 않은' 성분일 뿐이다.

 

③해수욕장에서 의복 살균 의미있나?

최근 WHO는 "공공장소, 특히 혼잡하고 폐쇄됐으며 환기가 잘 안 되는 환경에서는 공기 전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공기 전파 가능성을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해수욕장은 밀폐되고 환기가 잘 안 되는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보균자가 살균터널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몸 속의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해수욕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옷을 갈아입기 때문에 의복 살균은 큰 의미가 없다.

왜 속초시는 해수욕장에 게이트형 소독기를 설치했을까? 속초시 관계자는 "경찰서, 병원 등에도 이 제품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터넷 등을 참고해 결정했고 방역당국에 문의하거나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출입구에 설치된 전신소독기. 출처:제조업체
서울 남대문경찰서 출입구에 설치된 살균터널(게이트형 소독기). 출처:제조업체 홈페이지

뉴스톱은 서울 남대문경찰서에도 전신소독기 설치 경위를 확인했다. 남대문서 관계자는 "코로나19 예방차원으로 설치했다. 의복에 바이러스가 묻어들어오는 것을 소독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소독효능에 대해서는 "업체에선 대학 연구실에 의뢰해 코로나바이러스를 제거했다는 시험 성적서가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체가 소독약 구매 조건으로 무상 설치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경찰서의 엄격한 검증을 받고 설치했다는 업체의 설명과는 차이가 있었다. 


해수욕장에 설치된 살균터널이 '코로나19' 방역에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해봤다. 뉴스톱 취재 결과 ①살균 터널은 방역당국이 권장하지 않는 대체 소독 방식이다. ②소독기에서 사용된 '알칼리수'는 질병관리본부가 코로나19바이러스 소독 효능이 있다고 인정한 6가지 성분에 해당되지 않는다. ③해수욕장에서 의복 살균은 코로나19 예방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위와 같은 이유로 뉴스톱은 '속초해수욕장에 설치된 살균터널(게이트형 소독기)은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는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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