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위계가 아니라 '위력'에 의한 성범죄다

  • 기자명 권성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7.2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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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서울 시장의 사망 이후 권력자의 성범죄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위계에 의한 성폭력’, ‘위력에 위한 성폭력’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이 정확한 언어 사용을 위해 용어를 정리했다. 

 

◇위계에 의한 성폭력? 위력에 의한 성폭력?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연루된 성범죄 사건은 모두 권력형 범죄라는 특성이 있다. 안 전 지사는 김지은 수행비서를, 오 전 시장은 여직원을, 박 전 시장은 비서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하지만 권력관계에서 이뤄진 성범죄와 별개로 이런 현상을 표현하는 언어는 혼선을 겪고 있다.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라고 표기한 장혜영 의원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라고 표기한 장혜영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례없이 행해져야 하는 것은 서울특별시장이 아니라 고위공직자들이 저지르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파악이고 재발방지 대책이다”고 했다. 장 의원은 박 전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라고 표기한 언론들.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라고 표기한 언론들.

그 외에 다수의 언론도 위계와 위력을 혼돈해서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 정치인의 소셜미디어나 인터뷰 대상자의 발언,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 게시된 잘못된 표현을 여과 없이 옮기는 행태다. 추가적인 설명을 붙이거나 교정을 하지도 않았다. 일부 매체의 경우는 “직장 생활 중 벌어진 위계에 의한 성희롱”이라고 표현하거나 “위계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라고 하기도 했다. 

 

◇위계는 속임수, 위력은 권력관계 의미

일생생활에서 사용하는 위계(位階)는 “위계가 서다”, “군대에서는 위계가 분명하다”와 같은 표현으로 사용된다. 위계라는 말은 보통 질서와 관련된 단어와 호응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위계를 “지위나 계층 따위의 등급”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법률상 사용되는 위계(僞計)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위계(位階)와 다른 의미다. 여기서 위계는 '거짓으로 계책을 꾸밈. 또는 그 계책'을 뜻한다. 위계에 당한다와 같은 말은 '무언가를 주겠다고 꾀거나 속임수를 쓰는 것'을 말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6조에는 해당 단어의 한자까지 표기해 혼돈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이런 취지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면 문맥상 ‘위력’이라는 용어가 사용돼야 하지만 위계라는 용어로 오용되고 있는 것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위력(威力)을 상대를 압도할 만큼 강력함. 또는 그런 힘으로 보고 있다. 위력의 용례는 '위력을 발휘하다'. '위력이 대단하다', '그의 말은 위력이 있다' 등이 있다. 

위계와 위력을 구분해서 보고 있는 판례
위계와 위력을 구분해서 보고 있는 판례

판례에서도 이와 동일하게 보고 있다. 위계와 위력을 다르게 보고 있다. 판례에서 ‘위계’라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위력’이라 함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 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므로 폭행 협박은 물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도 이에 포함하는 것이다고 했다. 

정리하자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권력형 성범죄,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의 경우는 위계에 의한 성범죄, 간음이 아니라 위력에 의한 성범죄 성폭력으로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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