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항체치료제, 어디까지 왔나

  • 기자명 박한슬
  • 기사승인 2020.07.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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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지 약 6개월이 흘렀습니다. 각국이 총력을 다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빨라도 2021년 중반은 되어야 백신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1년 정도가 남은 셈이죠. 차선책으로 치료제에 대한 탐색 역시 이어지고 있지만, 이쪽 역시 그리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기대를 모았던 길리어드 사의 렘데시비르(Remdesivir)회복기간을 15일에서 11일로 앞당기는 정도의 치료 보조효과를 보이는 데 그쳤거든요. 그래서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치료제는 항체치료제입니다. 뉴스톱에서 항체치료제에 대한 내용들을 정리해봤습니다.

 

항체는 면역계가 사용하는 유도미사일

항체(Antibody)의 학술적 정의는 이렇습니다. 항원(Antigen)과 특이적 결합을 하여 항원-항체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풀어 설명해보겠습니다. 항원이라는 것은 외부에서 침입한 미생물이 가진 고유의 인식 부위입니다. 특정한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분하기 위해서 지문, 홍채 등의 고유한 인식 부위를 사용하듯 미생물들도 항원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인식 부위가 존재합니다. 이런 인식 부위에 짝을 맞춰 면역계가 생성하는 물질이 항체죠. 이제 항원-항체의 짝이 맞는다는 것은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항체는 어떻게 작용하는 걸까요?

항체가 작용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항체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형질세포(plasma cell)에서 형성되어 혈액 중으로 분비되게 되는데, 혈액 속에서 둥둥 떠다니던 항체는 본인과 짝이 맞는 항원을 발견하면 그 부위에 달라붙습니다. 원거리에서 만들어져도 원하는 부위에 배달되는 유도미사일 같은 방식이죠. 그렇게 항체가 결합하면 크게 두 가지 효과가 나타납니다. 우선은 들러붙은 항체가 물리적으로 방해를 해서 결합한 영역의 기능이 마비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항체를 표적으로 해서 상대를 공격하는 면역세포들의 공격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외부에서 침입한 적을 제거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죠. 그래서 이걸 치료제로 쓰겠다는 겁니다.

다만 모든 항체가 미생물을 제거하는데 동일한 효과를 내는 건 아닙니다. 미생물의 종류는 한 가지더라도 미생물에 존재하는 항원은 무척 다양하거든요. 가령 현재 유행 중인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경우, 항원의 가짓수는 무려 2013개 정도로 추정됩니다. 짝이 맞는 항체만 2,000개가 넘는다는 것이죠. 만약 코로나바이러스에 작용하는 항체를 약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이들 수천 개의 항원 중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키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위를 차단하는 항체만을 골라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죠. 이런 기능을 잘 수행하는 항체들을 일컬어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라고 부릅니다.

 

초기 항체치료제는 동물 항체에서 시작

항체는 침입한 외부 미생물에 대해 무척 효과적인 무기지만, 이를 얻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몸에 외부 미생물이 침입하면 항체가 만들어지는 것은 맞지만, 앞서 살펴봤듯 미생물 한 종류에도 수천 가지의 항체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그중 어떤 항체가 가장 효과적인지 선별하기도 까다로운데, 그 항체를 생성하는 정확한 형질세포를 찾는 것은 그보다 훨씬 힘듭니다.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혈액 1mL200만 개 정도의 면역세포가 있는데, 여기서 원하는 항체를 생성하는 형질세포 하나만을 찾아내야 하는 겁니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초기의 항체치료제들은 사람이 아닌 쥐에게 특정한 미생물을 주입한 다음, 쥐의 혈액을 채취하여 그중에서 우리가 원하는 항체를 만드는 형질세포를 찾아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인간을 대상으로는 윤리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어려운 일을 동물 항체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해소한 겁니다. 그렇지만 여기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동물에서 만들어지는 항체라고 외부 미생물을 중화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 몸의 면역계는 동물에서 만들어진 항체를 또 다른 외부 물질로 인식하여 여기에 대응하는 항체를 만들어버렸거든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기발한 방법이 시도되었습니다. 항체는 크게 나눴을 때 두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항원에 직접 결합하는 부위(가변부위)와 항체의 몸체를 구성하는 부위(불변부위). 특정 미생물에 대한 중화항체로서의 작용은 항원에 직접 결합하는 부위인 가변부위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항원에 직접 결합하는 가변부위는 쥐의 것으로 그대로 둔 상태로, 몸체 부분인 불변부위를 인간 항체의 몸체로 바꿔치기를 하면 어떨까요? 이 과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몸체 부위는 인간 항체이면서도, 실제로 항원에 결합하는 능력이 뛰어난 중화항체가 탄생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기술이 더 발전하자, 나중에는 처음부터 사람 항체를 만들도록 유전적으로 개량된 쥐까지 개발됐습니다. 최근에 산업적으로 항체를 생산하는 경우에는 거의 이 방식을 사용하죠. 기술적 난관은 넘었지만, 문제는 비용입니다.

 

항체치료제는 바이오의약품의 일종

항체와 같은 생체 유래 물질이 포함된 의약품들은 바이오의약품으로 분류됩니다. 이들 의약품을 기존의 의약품들과 별도의 제품군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화학적인 방식으로 합성을 하는 전통적인 의약품과 달리 바이오의약품을 얻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생물체를 이용하여야 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우유를 얻기 위해 젖소를 키워야만 하는 것처럼 바이오의약품을 얻기 위해서는 생체물질 생산에 특화된 세포를 배양해야 하죠. 그렇게 최종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생산용 세포를 만드는데 드는 개발 비용만 대략 21억 달러(한화 약 25천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개발이 되더라도, 막대한 시설비를 투자해야하는 특수 생산설비를 이용해야지만 생산할 수 있으므로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기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혈장치료제입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성 질환은 감염으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혈액 중 바이러스 농도가 가장 높습니다. 그 기간이 지나 약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즈음에 첫 항체가 대량 생성되고, 생성된 항체로 인해 바이러스가 제거되죠. 바이러스가 제거된 이후에도 형질세포는 항체를 일정 기간 계속 생산하게 되는데, 코로나에서 완치된 사람의 혈액에도 당연히 코로나바이러스에 짝이 맞는 항체들이 존재할 겁니다. 그러니 완치자 혈액, 그중에서도 항체가 포함된 혈장 성분을 가공하여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된 코로나바이러스 항체를 얻자는 것이 혈장치료제의 개념입니다. 고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설비를 이용해서 정교하게 개발된 항체의약품을 생산하는 것의 대체품이라고 할 수 있죠. 다만 여기에도 몇 가지 한계점은 있습니다.

첫 번째 한계점은 사람의 혈액 내에 항체 농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혈장 100mL에는 약 1g 정도의 항체가 포함되어 있는데, 문제는 이들 항체가 모두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렇게 얻은 항체 1g 15-16mg 정도만이 원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로 추정되고 있으니 효율이 극도로 낮은 셈입니다. 그래서 혈장치료제는 많은 완치자의 혈장을 모은 다음 정체-추출을 통해 이를 소수의 환자에게 투여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두 번째 한계점이 발생하는데, 여러 명의 혈장을 모아 한 명에게 투여하는 구조다 보니 완치자가 계속 나오지 않는다면 이런 방식의 치료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코로나가 대유행하는 시기에 제한적으로나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인 거죠.

 

항체치료제, 출시는 언제?

현재 인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항체치료제는 대략 9가지 정도입니다. 미국의 항체치료제 전문 제약회사 Regeneron 사가 개발 중인 두 가지 복합 항체(REGN10933+REGN10987)를 이용한 치료제가 임상2/3상으로 가장 앞서고 있고, 미국의 제약회사 CSL Behring가 개발 중인 CSL312와 중국의 제약회사 I-Mab Biopharma가 개발 중인 TJ003234와 역시 임상2상에 들어섰습니다.

미국의 Sorrento Therapeutics사가 개발한 STI-1499, 미국의 제약회사 Corvus Pharmaceuticals가 개발 중인 CPI-006, 이탈리아의 제약회사 Implicit Bioscience가 개발 중인 IC14, 싱가포르의 제약회사 Tychan이 개발 중인 TY027, 중국의 제약회사 Shanghai Junshi Bioscience 사가 개발 중인 JS016가 국제적인 임상1상 시험에 돌입했고 한국 제약회사인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 역시 국내 한정이긴 하지만 1상 임상시험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실제로 제품이 출시되는 것은 언제일까요?

Regeneron사의 76일 자 보도자료에 따르면, Regeneron 사는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와 함께 세계 최초로 코로나 항체를 이용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 관련 의약품의 허가 속도가 유례없이 빠르기는 하지만 이미 개발이 완료되어 임상시험만을 거친 길리어드 사의 렘데시비르(Remdesivir)의 경우도 최초 임상시험이 시작된 것은 2월이고, 실제로 FDA로부터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것은 5월이었습니다. 기존에 개발된 약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 개발되는 항체치료제의 경우, 3상 임상시험이 종료되고 실제로 제품이 출시되려면 빨라도 내년 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죠. 백신보다는 빠르겠지만, 전문가들이 우려 중인 가을의 2차 대유행 시점에도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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