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다시 나온 행정수도 이전... 과연 가능한가?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7.27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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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불쑥 꺼내든 '행정수도 완성론'이 정치권의 태풍급 이슈로 떠올랐다. 야당은 실정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국면회피용 꼼수'라고 비난을 퍼부으면서도 물밑으로는 손익계산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여당은 국면전환을 노리는 동시에 '수도권 집중, 불균형 발전'과 '집값 대란'을 일소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며 쾌재를 부른다.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각론을 두고 실현 가능성 유무에 대한 논쟁부터 실행을 위한 세부 각론까지 의견이 난무하고 있다. 뉴스톱은 '행정수도 완성론'의 실체와 실현 가능성과 향후 절차 등을 짚어본다.


먼저 '신행정수도'가 어떻게 좌절됐는지를 간략히 살펴보자. 노무현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추진됐던 '신행정수도' 건설사업은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으로 구체화됐다. 투표의원 194인 중 찬성 167인으로 재적과반수와 출석 3분의 2 이상의 압도적 다수로 통과했다. 하지만 서울,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거센 반대 여론이 일더니 2004년 7월12일 '수도이전반대국민포럼'이라는 단체가 중심이 돼 위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04년 10월21일 헌법재판소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 2004 헌마 554·566(병합)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위헌확인 사건이다. 대선공약으로 추진된 세종시 행정수도건설 사업을 좌초시킨 결정이었다.

재판관 7명 중 5명이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점은 불문의 관습헌법이므로 헌법개정절차에 의하여 새로운 수도 설정의 헌법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실효되지 아니하는 한 헌법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위헌 취지의 별개의견 1명, 합헌취지의 반대의견이 1명 있었다.

당시 일반 국민에겐 극히 생소했던 '관습헌법'이라는 개념을 끌어들인 점을 두고 무리한 법이론 적용이라는 비판 여론이 높았다.

도올 김용옥은 오마이뉴스 기고를 통해 "왜 그들(헌법재판관)은 불문헌법을 운운하는가...(중략) 행정수도이전의 문제를 어떠한 무리수를 쓰더라도 헌법에 귀속시켜서 헌법개정이라는 어려운 입법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국민투표라는 대처방안까지를 원천 봉쇄시키려는 아주 악질적인 정치적 모략을 획책해야만 했기 때문이다"라고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점은 불문의 관습헌법이므로 헌법개정절차에 의하여 새로운 수도 설정의 헌법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실효되지 아니하는 한 헌법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수도를 옮기려면 개헌을 통해 헌법에 수도와 관련된 조항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이후 노무현 정부는 '신행정수도'를 폐기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대폭 축소해 중앙부처 일부만 세종시로 내려보내도록 계획을 수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신행정수도가 원안대로 추진됐다면 청와대, 국회, 행정각부가 세종시로 이전했을 것이고, 서울은 경제수도 또는 경제중심지로 역할이 축소됐을 것이다.

정부세종청사 전경 이미지 [출처: 정부세종청사관리소]
정부세종청사 전경 이미지 [출처: 정부세종청사관리소]

 

 


이제 최근 벌어지고 있는 행정수도 완성 논란의 시작부터 진행 경과, 그리고 실현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자.

①여야 합의 가능성은?

지난 20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에서 착화된 행정수도 완성 논란의 불꽃은 거침없이 확산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21일 야당과 시민사회에 청와대·국회·정부 부처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을 위한 국회 내 '행정수도완성특별위원회'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23일엔 당내에 행정수도 추진 완성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4선의 우원식 의원이 단장을 맡기로 했다.

부동산 정국을 모면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고 비난을 퍼붓던 미래통합당에서도 슬슬 기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아직도 "국면전환 시도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며 선을 긋고는 있지만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긍정론도 고개를 내민다.

충청권에선 5선의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총대를 멨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그는 “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대의에 동의한다.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큰 틀의 논의와 함께 실정법상 문제가 없는 국회 이전 등의 움직임도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2일 국회 공부모임에 참석해 “(행정수도 이전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3선인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이 행정수도 완성론을 왜 반대로 일관하고 일축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역균형발전 전반에 대한 논의를 오히려 민주당보다 더 강한 목소리를 내며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②개헌을 해야 추진 가능?

헌재 결정문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점은 불문의 관습헌법이므로 헌법개정절차에 의하여 새로운 수도 설정의 헌법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실효되지 아니하는 한 헌법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

즉, 헌법을 개정해 수도에 관한 규정을 새로 만들지 않는 한 수도를 옮길 수 없다는 뜻이다. 당시 헌재의 입장은 '수도를 옮기려면 개헌 국민투표를 거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은 여야 합의로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을 개정하면 개헌 국민투표는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여야 합의로 법을 바꾼 뒤 행정수도 완성을 추진하고 위헌 시비가 붙으면 다시 한번 헌재 판단을 받으면 된다는 뜻이다.

위헌 결정이 난 2004년 이후 16년이 지났고 헌법재판관의 구성도 당시와는 판이하게 달라졌기 때문에 관습헌법에 대한 입장과 수도이전 위헌성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는 논리다.

여야 합의로 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다해도 위헌 시비를 완전히 잠재울 수 없어 행정수도 완성이 추진된다면 다시 한번 '수도 이전' 문제가 헌재의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③'행정수도 완성' 어떤 기관들이 옮길까?

모든 걸림돌이 사라지고 완성된 행정수도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곳에 위치할 기관은 무엇일까? 현재 정부세종청사(2청사 포함)에 자리잡은 정부부처는 모두 25개 기관이다. 18개 중앙부처 가운데 12개(행정안전부,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교육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해양수산부)가 자리잡았다.   

현행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ㆍ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약칭 행복도시법)에는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안전행정부, 여성가족부를 이전 불가 대상으로 못박아놨다. 헌재 결정 취지인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다루는 부처'를 이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하지만 여권은 행정수도의 완성을 위해선 '모든 정부부처+α'가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정수도 이전 대상으로 정부부처 이외에 서울대, KBS 등이 거론된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부인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4일 국회에서 “오늘 모 언론에서 ‘서울대와 KBS까지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당에서 검토한 바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 청와대, 정부부처 등의 이전보다) 공공기관 이전이 더 빠르지 않을까 한다”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연말까지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세우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국회나 청와대 이전 등이 결정될 때까지 공공기관 이전을 멈춰 세울 수는 없다. 공공기관 이전은 별도 트랙”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청와대와 국회, 나머지 정부부처도 옮기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KBS와 서울대 등의 이전 계획을 부인하지만 주요 기관이 많이 옮겨갈수록 수도이전의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에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 이전 대상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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