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 폐쇄' 미중갈등 최고조...유탄에 맞은 LG

[뉴스의 행간] 영사관 폐쇄로 최고조 치닫는 미·중 갈등

  • 기사입력 2020.07.24 14:27
  • 기자명 김준일 기자

미국 정부가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72시간안에 폐쇄하라고 21일 명령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24일 오후 4, 한국 시간으로 내일 새벽 6시까지 폐쇄해야 합니다. 휴스턴 총영사관은 1979년 미중수교로 첫 설치된 공관으로 42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조치가 미국인의 지식재산권과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이 미국 내 연구 결과 탈취의 거점으로 파괴적 행동에 관여한 전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미국내 중국 스파이 활동 거점이었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미 법무부는 코로나19 백신 연구 자료를 훔치려 한 중국 국적 해커 2명을 기소했으며 지난 20일에는 스탠퍼드대 방문학자인 송 첸이 현역 군인신분을 숨겼다며 비자 사기 혐의를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며 맞대응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시점에 맞춰 중국내 미국 총영사관 한 곳을 폐쇄 조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우한 주재 미국 영사관 폐쇄가 유력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언론은 홍콩의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사관 폐쇄로 최고조로 치닫는 미중 갈등,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선거용 중국 때리기

미국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재선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앞으로 100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두 자릿수 이상 지지율이 밀리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승부수를 띄울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것이 중국 때리기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제시카 와이스 코넬대 중국 전문가 말을 인용해 중국 공관폐쇄는 일관적 전략이 아니라 충격과 공포로 트럼프 정부의 참담한 코로나19 대응으로부터 유권자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CNN도 백악관 관리들이 대선을 앞두고 흔들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코로나19 사태의 부실 대응에 대한 비난을 떠넘기기 위해 중국 정부와 강하게 맞서는 전략을 마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전략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가져다준 '미국 제일주의'로의 복귀와 맞닿아 있습니다.

 

2. 전략적 선택지, 휴스턴

미국 정부는 스파이혐의가 있다며 중국의 휴스턴 총영사관에 대한 폐쇄명령을 내렸지만 명확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2일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중국군과 연계된 연구 절도 혐의로 수사를 받던 탕 후안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캠퍼스(UC 데이비스) 연구원이 20일 실시된 FBI 출석 조사 직후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총영사관으로 들어가 현재까지 은신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정보 당국은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논리라면 미국 정부는 휴스턴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해야 합니다. 그런데 왜 휴스턴이 됐을까요.

이에 대해 전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였던 제프 문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가 진짜 문제였다면 미국 정부는 실리콘 밸리를 관할하는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조치는 중국에 보복을 가하고,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로부터 관심을 돌리기를 바라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위한 당근"이라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미국의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23일 미국 국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 정보기관 업무의 대부분은 샌프란시스코·뉴욕·시카고 총영사관에 집중돼 있다당초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폐쇄를 검토했지만, 중국계 인구가 많은 해당 지역의 중요성과 규모 때문에 그보다 부담이 적은 휴스턴 총영사관이 폐쇄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휴스턴 총영사관의 자매기관이 미국의 우한 총영사관인 것도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그간 중국의 맞대응 수위를 보면 미국의 우한 총영사관 폐쇄가 유력한데 이미 미국 직원들은 우한 총영사관에서 다 철수한 상황이라 딱히 타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3. 미중 갈등에 등 터진 LG

이번 조치는 대선을 앞둔 트럼프의 액션에 더해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 과정에서 나온 겁니다. 미국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탈취가 미국의 경제성장과 국제적 위상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해왔습니다. 미국의 첫 번째 타깃은 바로 중국의 간판 IT 장비 기업인 화웨이입니다. 화웨이를 틀어막음으로서 중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고 중국의 산업스파이를 막겠다는 겁니다.

문제는 그 유탄을 한국의 LG유플러스가 맞게 됐다는 겁니다.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 국무부 사이버·국제정보통신 담당 부차관보는 21(현지시간) 미국의 5G 안보 정책을 설명하는 화상 브리핑에서 “LG유플러스 같은 회사들에게 믿을 수 없는 공급자로부터 벗어나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로 옮길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을 '클린 통신사'라고 말한데 이어 꼭 짚어서 LG유플러스 이름을 언급한 겁니다.

LG유플러스를 비롯한 이동통신3사는 오는 11월쯤 5G 상용화를 위한 관련 장비 사업자 선정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일단 결정을 미룬 겁니다. LG유플러스는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 5G 투자 부담을 고려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이득이지만 미국의 압박이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3.5대역 5G망을 구축할 당시 SK텔레콤, KT와 달리 화웨이 장비를 30%가량 채택한 바 있습니다. 5G 장비중에선 화웨이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용이 약 30% 저렴하기 때문입니다LG유플러스의 향후 행보는 트럼프 재선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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