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가해 근절" 이수정 교수의 통합당행이 '폭탄' 맞을 일인가?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8.03 15: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명한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를 향한 비난이 식을 줄 모른다. 그가 미래통합당의 성폭력대책 특별위원회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다. 각종 성추문으로 얼룩진 미래통합당의 '전력'을 알면서 어떻게 그 당에 들어가서 활동하는 게 가능하냐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이 교수가 통합당 성폭력대책 특위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30일부터 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그에 대한 비난아 쏟아졌다. 관련 뉴스에는 "원래 뿌리부터 미통당이었네", "남편은 대형로펌 변호사, 아들은 검사..." 등등 원색적인 비난 댓글이 달렸다.

이 교수는 3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통합당 성폭력대책특위 합류 배경에 대해 "제가 정치를 할 생각도 앞으로 내내 없고 하다 보니까 (영입 제안) 거절의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어서 '네'를 했던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폭력특위고 제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지난 20년 동안 이제 여성피해를 어떻게든 보고를 하고 사실 실상을 이제 알리고 그 다음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입장이기 때문에 입법을 하는데 굳이 어떤 당을 가리면서 지원해야 될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라고도 말했다.

뉴스톱은 이 교수의 "굳이 어떤 당을 가리면서 지원해야 될 이유를 모르겠다"는 발언에 주목했다. 이 교수를 비난하는 측에서 제기하는 '뿌리부터 미통당' 주장이 타당한지 살펴봤다.

 

이수정 교수는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함께 일했다

이 교수는 지난 2월 출범한 범정부 '여성폭력방지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6월 26일에는 경기도 디지털 성범죄 대응 추진단의 공동추진단장을 맡았다. 또다른 공동추진단장은 이재명 경기도 지사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진보진영과 코드를 맞췄던 이 교수가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보수 정권의 정부와도 협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말기인 2012년 3월에는 ‘성폭력피해 아동·장애인 진술조사분석 전문가’ 슈퍼바이저로 위촉됐고,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엔 법무부 교정심리치료 자문위원단으로 위촉됐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이 교수를 영입하려고 한다는 기사도 나왔다. 기사에 따르면 이 교수는 “제안이 들어온 것은 맞다. 금방 답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고민 중이다”고 답했다. 이를 볼 때 이 교수가 비례의원 자리 기대하고 통합당에 갔다는 가설은 성립되기 힘들다. 이 교수는 정파에 상관없이 본인이 관심있는 문제의 해결에 집중하는 스타일임을 추정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양당 협력으로 '2차가해 금지' 입법을 원한다

이 교수는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통합당에서 이런 특위를 만들고 싶다, 참여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느냐, 정책제안 같은 거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게 얘기해서 잠깐 망설였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왜냐하면 제가 통합당 일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치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여성 피해 실상을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을 가려가며 지원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과 그 전신들의 뿌리깊은 성 추문을 알면서 어떻게 통합당과 함께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그런 비판은 충분히 타당하다"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더 성폭력특위에 제가 참여한 겁니다. 그래서 당장 내일부터 이제 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이제 해달라고 일단 그런 교육의 필요성 이런 것들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통합당 구성원에 대한 교육과 입법사항에 대한 강력한 권고, 특히 2차 가해 행위 등의 처벌 조항 제정 등 입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정책 제안 등을 담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방송에서 진행자는 "성폭력대책특위라고 하는 것을 한 정당차원에서 운영하는 것보다 국회 차원에서 구성해서 하면 더 생산적일 수 있지 않겠어요?"라고 묻는다. 이에 이 교수는 "저는 제발 그렇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한다.

이어 "이 당 저 당을 다녀보니까 민주당에는 이미 여성의원들 중에 꽤 전문가들이 많이 계세요. 그렇기 때문에 그분들이 뭐 동의하시면 아마 동의를 해주실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아마도 통합당을 설득하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통합당이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면 성폭력 예방과 처벌 등에 관한 입법 작업이 가시적인 진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진영논리보다 해결책을 중심으로

뉴스톱은 경기도 디지털 성범죄 대응 추진단에 이 교수와 관련된 변동이 있는지 물었다. 경기도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 추진단은 활동시한을 2개월로 정한 한시 조직"이라면서 "이 교수가 미래통합당에 합류했다고 해서 공동추진단장 지위가 변동되지 않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고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한 여러가지 억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성범죄 연구에 매달렸던 연구자가 정책 제안을 위해 특정 정당과 협력하는 것을 두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박 시장 사건과 관련해 여당인 민주당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교수가 통합당 성폭력대책 특위에 합류하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지난달 13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문제제기가 됐는데 만약에 한 번, 두 번 여러 사람들에 의해 은폐되거나 조직적으로 사건화를 하지 않기 위한 어떤 시도가 있었다면 그분을 지금 밝혀야 되는 게 아니냐"며 "심지어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저는 사태를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