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드롭이 변했다...통합당, 소통의 정치 가능할까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8.0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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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래통합당이 회의실 뒤편에 걸린 배경 현수막으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일명 '백드롭'이라고 불립니다. 정당 최고위원회의나 비상대책위원회의가 열리면 지도부와 함께 이 메시지도 항상 같이 노출되기 때문에 당에선 상당히 신경을 쓰는 부분입니다

미래통합당은 716일엔 지금, 이 나라에 무슨 일이’, 720일엔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 더불어민주당-’, 723일엔 이 나라, 믿을 수 없는 게 수돗물 뿐일까’, 727일엔 아름다운 수도 서울, 의문의 1’ 730일엔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를 백드롭으로 썼습니다.

이런 백드롭은 기존 통합당의 방식과 상당히 다릅니다. 올해 초 황교안 대표시절의 자유한국당 백드롭은 힘내라 한국경제, 웃어라 대한민국. 우리가 대한민국입니다였습니다. 이 밖에 지키자 자유 대한민국’ ‘국민 분노! 조국 사퇴’ ‘우리는 하나다, 우리가 대한민국이다등을 사용해왔습니다. <백드롭 정치에 나선 통합당>,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통념을 깨다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 720일에 걸린 백드롭은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의 발언을 그대로 차용한 겁니다. 현수막 색깔은 더불어민주당이 쓰는 파란색이었고, 서체 역시 민주당 것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아래에 적혀 있습니다. 이것만 놓고 보면, 누가 민주당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지난 61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첫 출근하는 날 백드롭 문구는 '변화 그 이상의 변화'였습니다. 처음 나오는 변화는 파란색, 뒤에 나오는 변화는 분홍색으로 썼다. 민주당을 뛰어넘는 변화를 보여주겠다는 겁니다. 민주당에서 통합당으로 건너온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이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이전에 자유한국당의 경우 한달에 한번 백드롭을 교체했습니다. '다이나믹 코리아'에서 한달은 수없이 많은 이슈들이 뜨고 지는 엄청나게 긴 시간입니다. 당이 정체되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사나흘에 한번씩 교체합니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고 있습니다.

서체 역시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형형색색 컬러를 썼고 뒤편 현수막을 꽉 채워서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서체 크기도 줄었고, 가급적 단색을 씁니다. 글자 크기를 줄임으로써 당대표 뒤의 메시지가 언론에 그대로 노출이 됩니다. 단색이기 때문에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내용에 집중하게 됩니다. 담담하게 메시지에 집중하는 전략적 선택입니다. 

김수민 미래통합당 홍보본부장이 홍보국 논의를 거쳐 제한안 내용을 김선동 사무총장이 결재한 뒤 김종인 위원장이 최종승인하는데, 과거와 달리 초안이 바뀌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당지도부가 젊은 당직자들에 백드롭 업무를 일임하고 있습니다.

 

2. 소통에 승부를 걸다

최근 통합당은 국민과 호흡하는 것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중앙당사를 최근 여의도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통합당은 당명개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통합당은 당 홈페이지에 '구해줘! 이름' 페이지를 개설하고, 당명 개정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들려줘! 너의 생각' 설문조사 페이지도 만들었습니다.

통합당의 백드롭 역시 소통의 일환입니다. 기민하게 이슈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30~40대가 쓰는 용어를 사용해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겁니다. 727일에 아름다운 수도, 서울 의문의 1백드롭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언급한데서 착안한 겁니다. ‘의문의 1는 누군가 갑자기 소환되어 저격당했을 때 사용하는 인터넷 밈, 유행어의 일종입니다.

김수민 본부장은 언론인터뷰에서 당내 반응도 좋다. 젊은 세대가 많이 쓰는 의문의 1의 경우 당 밖에서 국민들과 호흡하는 단어가 교정되는 것도 있지만, 당 내부에서 생각 유연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었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백드롭이 당내 젋은층엔 공감의 계기를, 중장년층엔 사고의 폭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겁니다.

 

3. 반사이익의 정치

통합당의 백드롭 파격을 인정하더라도 결국 내용은 민주당 비판만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다른 당 실정만 부각할 게 아니라 통합당의 정책 대안이나 새로운 관점을 내세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는 주장입니다소위 발목잡기 정당의 이미지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안된다는 의견과 함께 김종인 위원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한 '정책 대안 정당의 면모'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통합당 백드롭은 대부분 의문형입니다. 이에 대한 답을 통합당이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언론인터뷰에서 통합당이 회복해야 할 건 공감 능력과 해결 능력 두 가지다. 타인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느끼는 공감 능력을 확보하고 그걸 해결할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게 순서라면서 지금까지 의원들의 통상 발언은 `해결`에만 초점이 있었다. 공감을 못 하는데 어떻게 해결을 하나. 어설픈 해결 보다는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먼저라고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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