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이수정 교수가 "장자연사건 덮자" "성범죄는 술문화 때문"이라 말했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08.06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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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미래통합당 성폭력대책 특별위원회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일부에서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소셜미디어에서 이 교수를 비난하는 합성게시물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게시물 내용 가운데 이 교수의 발언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확인했습니다.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① 장자연 사건 그냥 덮자? → 대체로 사실 아님

먼저 ‘故 장자연 사건’에 대해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 처벌 안 되니 그냥 덮자”고 했다는 주장입니다. ‘故 장자연 사건’은 2009년 3월 7일 장자연이 사망하면서 남긴 문건을 통해 권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정황이 드러난 사건입니다. 해당 게시물이 근거나 출처를 정확하게 표시하지는 않았지만, 이수정 교수는 2011년 3월 11일 여성신문에 <‘장자연 성상납 사건’이 남긴 것>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칼럼이 속칭 '장자연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 교수는 해당 칼럼에서 “하지만 현재 피해자가 사망한 상황에서, 유일한 증거물인 친필 편지의 진위 여부조차 밝히는 일도 쉽지 않아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전망은 매우 비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언론에 의해 언급된 ‘성 접대자’ 명단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아무리 따져봐도 현재로서는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즉 항간에 떠도는 장자연 리스트에 이름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현행법상 처벌이 어렵다는 현실을 설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여성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해당 칼럼의 후반부에는 “그렇다면 현재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여론의 실체는 뭘까. 그것은 아마도 여론재판을 통해 일부 지도층의 부도덕성에 대한 고발이 목적이라고 판단된다. 법률적으로 처벌이 불가능한 사안에 대해 시민사회는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고, 이 같은 판단의 결과가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이리라. 장씨 사건을 보는 시민사회의 입장은 성상납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던 검찰보다 성폭력 예방 교육에 무성의한 지식인들보다 더 단호하고도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습니다.

또 칼럼의 마지막 부분에는 “장 씨에게 씌워졌던 굴레는 틀림없는 범죄이며 성 상납을 강요한 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처벌받아 마땅한 파렴치한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은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며, 장 씨에게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기술했습니다.

칼럼의 전체적인 맥락상 ‘처벌 안 되니 그냥 덮자’가 아니라, 오히려 ‘(검경의 수사 결과는)책임을 묻기 어려워 보이지만, 시민사회의 여론은 용인할 수 없다. 그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법과 검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보인 겁니다.

2018년 7월 방송된 MBC <PD수첩 - 故 장자연>편에서도 이수정 교수는 “어머니의 기일에 성접대를 했다는 것이 자살을 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에피소드가 됐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나에게 유일한 신뢰관계에 있던 어머니의 기일에도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자책감이 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냥 덮자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② 윤창중·김학의 사건은 술문화 때문? → 대체로 사실 아님

또 다른 주장은 윤창중·김학의 성추행과 성추문에 대해 “술문화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해당 발언은 종편채널인 <TV조선>이 2013년 5월 10일 방송한 ‘[신율의 시사열차] 범죄심리학자가 보는 ‘윤창중 성추문’은?’편에 나옵니다.

TV조선 방송화면 갈무리
TV조선 방송화면 갈무리

이 교수는 해당 방송에서 “그것도 결국은 인제 음주, 오랫동안의 인제 음주 습벽이 결국 그와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볼 수가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제 술을 마시면서 정도를 벗어나서 뭐 접대부를 부른다거나 이런 종류의 일들이 과거에도 이제 없지 않았기 때문에, 뭐 좀 만취하면 실수해도 용서받는다라는 생각 같은 것들이 꽤 많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뭐 꼭 어느 특정직업군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음주문화가 상당히 좀 정도를 벗어난 수위에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어떤 특정인이 이와 같은 물의를 일으키는 그런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라고 말했습니다.

게시물의 주장처럼 해당 사건에 대해 한국의 음주문화 때문이라고 이야기한 것은 맞지만, ‘접대부를 부른다’등의 정도를 벗어난 음주문화를 언급했습니다. 게시물의 짧은 글로 연상되는 일반적인 음주문화가 아니라 ‘상당히 정도를 벗어난 음주문화’를 지적한 것입니다.

이 같은 이 교수의 입장은 이어진 다른 질문에 대한 답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윤창중 성추행, 美에서 처벌 수위는?’이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한국의 성범죄 처벌을 언급했고, ‘잇단 성추문…공직자 ‘윤리’ 왜 망각했나?’는 질문에서는 특권의식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미국의 기준으로는 심각한 사건인데 한국에서는 어떤 처분이 나올지 이게 또 다른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정리하면, 이수정 교수를 비난하는 게시물에 나온 이 교수의 짧은 발언은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습니다. 고 장자연씨 사건과 관련해 이수정 교수는 "리스트에 있는 사람 처벌이 안되니 그냥 덮자"고 한 것이 아니라 현행법상으로는 처벌이 어렵다고 지적한 겁니다. 그리고 이런 현행법이 오히려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습니다. 윤창중 성추문과 관련해서도, "술문화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얘기해 윤창중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라, 정도를 벗어난 한국의 잘못된 음주문화, 예를 들면 술만 마시면 접대부를 부른다든지, 술취해서 실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용서받는다는지 등의 관습이 현재의 성범죄를 불렀다고 비판적으로 본 것입니다. 

오히려 게시물을 만든 이가 이수정 교수의 발언을 일부분만 떼내어 의도적으로 편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교수가 과거 성범죄 관련 이력이 있는 미래통합당의 성폭력대책 특별위원회에 합류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도덕적 타격을 입히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뉴스톱은 이수정 교수가 장자연 리스트의 인물과 윤창중 김학의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위의 게시물은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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