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원피스' 논란, '유시민 백바지'와 다르고 같은 점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8.0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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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 입고 참석했던 옷차림이 논란을 낳았다. 핑크색 원피스를 입고 본회의장에 참석한 사진이 보도되자 일부 네티즌들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것이다. 일각에선 성폭력에 가까운 댓글 공격을 퍼부었다.

류 의원은 "이렇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진보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류 의원의 의도대로 논란은 커졌다. '유호정 원피스'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백건의 관련 기사가 쏟아진다.

2003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국회의원 시절 '백바지 등원' 논란도 소환됐다. 유 이사장은 보궐선거에 당선돼 4월29일 취임 선서를 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흰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연단에 서자 다른 의원들이 '예의가 아니다'라고 반발했고 일부는 퇴장하기도 했다. 이에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은 "모양이 좋지 않다"며 선서를 다음날로 미뤘다.

무려 17년전 일이다. 류호정 의원의 '분홍 원피스'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 자체가 놀라울 정도다. 뉴스톱은 류 의원의 '분홍 원피스'와 유 이사장의 '백바지' 논란을 비교해봤다. 

 

차이점①: 국회는 유시민에 반발했고, 류호정에겐 반응이 없었다

류 의원이 '분홍 원피스'를 입고 본회의장을 돌아다닐 때 류 의원을 비난하는 국회의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류 의원은 21대 국회 개원 이후 여러차례 정장 차림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의사 일정을 소화했다. 청바지를 입은 적도, 반바지를 입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의원들이 류 의원을 만류하거나 직접적으로 비난을 퍼붓는 일은 없었다. 적어도 국회 내에서 만큼은 이런 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

17년 전과는 의원들의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유 이사장이 흰바지를 입고 취임 선서를 하러 연단에 섰을 때 당시 한나라당 의원을 중심으로 고성이 터져나왔다.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퇴장 시켜야 한다' 등 고함을 지른 끝에 몇몇 의원들은 항의의 표시로 퇴장하기도 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고성과 퇴장에 동참했다.

 

차이점②: 언론은 유시민을 비판했고, 류호정에 대해선 찬반양론을 전했다

류 의원에 대한 비난은 열성 민주당 지지자들의 SNS 계정에서 시작됐다. 이후 극우 커뮤니티에서 성희롱에 가까운 비난이 쏟아졌다. 논란이 되고 각 언론사들이 기사를 쏟아내자 뉴스 댓글에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언론보도의 뉘앙스를 살펴보면 류 의원이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본회의장에 들어선 것을 비난하는 보도는 찾기 어렵다. '류 의원의 복장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면서 찬반 양론을 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17년 전 '유시민 백바지' 논란에선 언론사들이 직접 공격에 나섰다. 문화일보는 '백바지' 사건 이틀 뒤인 5월1일자 <오후여담>이라는 칼럼 코너에 '선서 드레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요즘의 드레스 코드는 대부분 정장이면 된다. 남자가 정장을 하고 가지 못하는 곳은 거의 없다. 문제는 유의원이 정장을 하지 않은데 있다. 정장에는 넥타이가 필수적이다. 정장은 최소한 상대, 이 경우 국민과 국회의장, 국회의원에 대한 예의다. 유의원은 자신의 복장파괴에 의미부여까지 했지만 그날 일은 하나의 해프닝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좀 튀고 싶어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는 것이 공직자의 미덕이라는 것쯤은 알아야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꾸짖었다.

한국경제는 <천자칼럼> 코너에 "옷차림을 문제삼아 큰소리로 야유하고 퇴장한 사람들도 딱하지만 의원으로 첫출발하는 자리에 튀는 복장으로 등장,물의를 일으킨 유의원의 행동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뭔가를 진정 바꾸고 싶다면 자신의 생각과 방향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어내고 그럼으로써 그들을 설득하는 게 먼저다 싶기 때문이다. '생각은 자유롭게,행동은 신중하게' 할 수는 없었는지 묻고 싶다." 고 적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씁쓸한 ‘유시민 면바지’ 소동>이라는 제목으로 비판했다.  

공통점: 둘다 의도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류 의원과 유 이사장이 '복장 논란'을 일으킨 배경은 일치한다. 류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50대 중년 남성 중심의 국회라고 하는데, 검은색이나 어두운 색 정장과 넥타이로 상징되는 측면, 그런 관행들을 좀 깨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본회의에 입고 간 원피스 복장에 대해선 “청년포럼이라는 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청년분들과 간담회에서 ‘다음 날 본회의에도 다 같이 입고 가자’고 청년 의원들과 약속을 했다”며 “항상 정장만 입고 출근을 하시는데 청년과 시민들을 만나기 위한 날에 정장이 아닌 옷을 입고 만나자고 해서 다들 캐주얼 복장을 입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예의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사실 국회의 권위라는 것이 양복으로부터 세워진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류 의원은 “시민들을 위해 일할 때 비로소 세워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관행이라는 것도 저희가 지금 한복을 입지 않지 않나. 관행이라는 것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고. 저는 일 잘할 수 있는 복장을 입고 출근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이트 컬러 중에서도 일부만 양복을 입고 일을 한다”며 “시민을 대변하는 국회라는 측면에서 저는 일할 수 있는 어떤 옷이든 입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03년 유시민 이사장도 일부러 논란을 유도한 측면이 다분하다. 당시 유 의원은 "국회는 일터라고 생각해 자유스런 복장을 하고 나왔다"며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해주는 게 의회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백바지'와 '분홍 원피스'를 비교해 보면 1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사회가 많이 달라졌고 또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일단 국회 내에서 '분홍 원피스'에 대해 직접적인 공격을 퍼붓지 않을 만큼은 '격식주의'가 약해졌다는 점에선 사회가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진보를 자처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복장을 문제 삼아 '국민을 존중하는 자세가 아니다'라는 류의 '품격론'을 제기하는 것과, 극우 사이트 등에서 성희롱적인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은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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