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보 무너져라" 최병성 목사 발언은 지역혐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8.1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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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이자 목사인 최병성씨의 SNS 글이 논란을 빚고 있다. 최 목사는 지난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연합뉴스>의 기사 [이틀간 집중호우로 '섬진강 제방' 붕괴.."농경지·마을 침수"]를 공유했다.  이 기사에 최 목사는 "에혀 끔찍하네요. 섬진강 제방이 아니라 낙똥강 보를 무너트려주지..."라는 멘션을 달았다.

이후 최 목사 SNS에 비난 댓글이 연이어 달렸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기사가 게재됐다.

<조선일보>는 '네티즌들은 최씨의 발언이 지역 혐오 발언이라며 분노했다'며 소개했다.  조선일보의 기사는 이렇게 적었다.  

한 네티즌은 댓글에 “호남 사람들은 경상도 사람들이 죽길 바라나 보네”라고 적었다. “경남 거주민입니다만, 저희더러 물에 잠겨 죽으라는 말입니까?” 같은 댓글도 달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4대강) 정비 (사업) 안 한 섬진강이 난리 나니, 이젠 낙동강 보가 망가졌어야 한다고?”라고 했다. ‘악마 목사’ 등의 글도 있었다.

뉴스톱은 최 목사의 발언이 지역 혐오 발언인지를 확인했다.

우선 최 목사 언급의 전후관계부터 따져보자. "에혀 끔찍하네요. 섬진강 제방이 아니라 낙똥강 보를 무너트려주지..."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8일 페이스북 글에서 "와우...하늘에 달이 떳어요. 반가워요. 달님. 이대로 비가 그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라고 적었다. 폭우가 그쳤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한 것이다. 연장 선상에서 논란이 된 글은 '절대자'에게 표현하는 기원의 성격이 짙다. 무너져야 할 대상은 섬진강 제방이 아니라 낙동강 보인데 대상을 잘못 골랐다는 속내를 비친 것이다.

낙동강 보를 언급한 최 목사의 페이스북 글은 기원이 맞다. '절대자' 또는 '자연'이 섬진강 제방 대신 낙동강 보를 무너뜨려야 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렇다면  “경남 거주민입니다만, 저희더러 물에 잠겨 죽으라는 말입니까?”라고 썼던 조선일보 댓글은 타당한 비판일까?

이 사안에 있어선 '댓글 게시자'가 비판 지점을 잘못 짚은 것으로 보인다. '제방'은 말 그대로 홍수를 방어하기 위한 둑이다. 물길이 생기면 침식과 퇴적작용으로 인해 하천 양쪽에 자연 제방이 생기고 인간은 홍수를 막기 위해 이를 인위적으로 높여 제방을 쌓는다. 따라서 홍수기에 둑이 터지면 하천이 범람해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보'는 물길을 막아 물을 가둬두기 위해 설치한 인공 조형물이다. 최 목사가 언급한 '낙똥강 보'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MB 정부가 설치한 8개의 보를 뜻한다. 최 목사는 MB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 여타 환경단체와 함께 이를 반대했었다. MB정부는 당초 한반도대운하를 설치하겠다고 구상했다가 극심한 반대를 못이겨 이를 4대강 사업으로 전환한 것이었다. 

보가 설치되고 나서 유속이 느려지면서 조류 발생 일수가 늘어났고 수질은 악화돼 '녹조라떼'라는 악명이 생겼다. 이런 맥락에서 수질 악화의 원인이 된 보를 '낙똥강 보'라고 언급한 것이다. 수질 악화를 일으킨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지를 담은 표현으로 추론할 수 있다.

보가 터진다고 해서 하천이 주변으로 범람할 일은 없다. '보'는 '제방'과 달리 홍수 방어 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MB정부는 4대강 사업 당시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홍수방어 능력을 설파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주된 논리는 강바닥에 쌓인 모래를 퍼내 담수 용량을 늘리는 '준설' 효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강물은 모래를 싣고 흐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퇴적물을 걷어내지 않으면 홍수 방어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로 인한 홍수 방어 효과는 미미하다.

감사원도 수 차례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박근혜 정부 감사원은 "4대강 애초 홍수 예방 고려 안했다", 문재인 정부 감사원은 "4대강 사업 홍수 예방 효과 0원"이라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최 목사가 '낙동강 둑(제방)이 무너졌으면...'하는 바람을 나타낸 게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므로 비판 댓글을 소개하는 방식의 보수언론의 비판 기사도 목표 설정이 잘못됐다. 최 목사의 페이스북 글엔 어떤 지역감정 조장도 지역혐오도 아니다. 나아가 부산 경남 지역에 수해가 발생하기를 바란다는 악담은 더더욱 아니다.

최 목사의 페이스북 언급이 지역 혐오 발언이라고 비판한 보수 언론들과 일부 댓글 게시자의 언급은 사실과 다르다. 다만 전국적으로 홍수가 나는 등 예민한 시점에 환경운동가 최목사가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발언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매지말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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