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팩트체크] 야생동물은 홍수에도 끄떡없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8.1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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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이 난리를 겪고 있다. 인간 뿐만 아니라 산과 들에 사는 야생동물들도 고난을 겪는다. 많은 사람들은 "야생동물은 모두 헤엄을 칠 수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라고 말한다. 정말 야생동물은 날 때부터 헤엄칠 수 있을까. 물난리가 나더라도 생존하는데 문제없을까. 뉴스톱이 "야생동물은 모두 헤엄을 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팩트체크했다.

①모든 야생동물(네발짐승)은 헤엄을 칠 수 있나? →사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등 야생동물 전문가는 한결 같이 모든 야생동물은 헤엄을 칠 수 있다고 말한다. 종류마다 헤엄칠 수 있는 능력의 차이는 있지만 새끼 동물들도 헤엄을 칠 수 있다. 심지어는 물새가 아닌 조류도 실수로 물에 빠졌을 경우 물에서 벗어나려고 날개를 접영하듯 펄럭이는 움직임을 보인다.

물을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양이들도 헤엄을 칠 줄 안다. 주인 할머니의 요술구슬을 물고 개 등에 올라탄 고양이도 사실은 헤엄을 칠 줄 아는 것이다.

 

②모든 야생동물(네발짐승)은 홍수 피해를 당하지 않는다? →사실 아님

거센 물살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고라니. [사진제공=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고라니 사체가 홍수에 휩쓸려 온 쓰레기와 함께 물에 떠있다. [사진제공=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홍수기에 구조한 수달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홍수기에 구조한 수달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김봉균 재활관리사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이번 장마에 구조된 새끼 수달 세마리를 센터에서 돌보고 있다"고 밝혔다. 수달은 물과 뭍을 오고가며 자유롭게 헤엄치는 대표적인 '수영 선수'이다. 심지어는 바다에서도 헤엄칠 수 있을만큼 수영에 능숙한 동물이다. 그런 수달이 장마를 못 이기고 구조된다니 수긍하기 어려웠다.

김 재활관리사는 "수달이 능숙하게 헤엄을 치는 동물이기는 하지만 새끼일 경우 능력이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다 자란 수달은 갑자기 물이 불어나고 물살이 세져도 헤엄쳐 빠져나올 수 있지만 새끼 수달은 근력과 지구력이 약하기 때문에 물살에 휩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털이 아직 다 자라지 않아 방수력과 체온유지 기능이 약하다.  해마다 장마철이면 고라니, 너구리, 수달, 삵, 족제비 등이 구조돼 센터의 보호를 받는다고 한다. 

③새들도 비 피해를 당한다? →사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구조한 수리부엉이. 오랫동안 비가 오면 조류는 먹이활동에 지장을 받아 탈진하는 개체가 속출한다고 한다. [사진제공=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구조한 수리부엉이. 오랫동안 비가 오면 조류는 먹이활동에 지장을 받아 탈진하는 개체가 속출한다고 한다. [사진제공=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하늘을 나는 새들은 비 피해와 무관할 것 같지만 새들도 장마철이 괴롭기는 마찬가지이다. 비가 오면 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기 힘들다. 수리부엉이 등 맹금류는 쥐 등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고 사는데 비가 많이 오면 먹잇감이 되는 동물들의 활동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새들의 사냥 성공률이 낮아진다. 먹이를 잘 먹지 못해 굶주린 상태로 탈진하고, 비를 맞으면 저체온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벌레를 잡아먹는 새들도 비가 오면 곤란하긴 마찬가지이다. 벌레들이 돌아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탈진해 나무에서 떨어진 새들이 이 시기 많이 구조된다고 한다. 탈진한 새들은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치지 못하고 날개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상태를 나타낸다. 수리부엉이, 황조롱이, 소쩍새, 솔부엉이, 까치, 비둘기, 참새류 등 다양한 종류의 조류가 구조된다. 비가 계속 오면 둥지가 무너질 가능성도 커진다. 둥지가 무너지면서 새끼 새들이 나무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④구조 대상 동물을 발견하면?  전국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신고하세요!!

위험에 처한 야생동물을 발견했다면 전국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신고하는 게 좋다. 섣불리 직접 구조에 나섰다가 동물을 놀라게 하면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놀란 동물이 사람을 공격하는 일도 왕왕 발생한다.

둥지에서 떨어진 새를 발견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다가갔을 때 날개를 퍼덕이면서 2~3미터 정도 날아 도망갈 수 있는 상태라면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낫다고 한다. 이 정도 상태라면  비행 연습을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어미새가 먹이를 물어다주면서 계속 돌보면 단계적으로 높은 가지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주변에 고양이가 돌아다닌다거나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라면 나뭇가지 위로 올려주는 정도로만 도와줘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야생동물구조센터는 시·도별로 설치돼 있으니 해당지역의 센터로 전화해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열심히 일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하지만 이번 장맛비에 비 피해를 입었다. 센터 직원들이 재빨리 대처해 동물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동물 보호소 일부가 침수되는 등 손실을 겪었다. 

센터는 겨울이면 눈 피해를 겪는다고 한다. 눈·비 피해로부터 안전하게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센터는 건물 보수를 원하고 있다. 센터의 운영 경비는 환경부와 충남도의 예산 지원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야생동물 보호에 뜻있는 분들이 환경부와 충남도에 지원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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