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적용해 언론사 사주 체포한 홍콩당국...미중관계 악화일로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8.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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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행간] 지오다노 창립자 체포한 홍콩당국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매체인 빈과일보 창업주 지미 라이가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빈과일보 경영진인 두 아들도 함께 체포됐습니다. 지미 라이는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를 창업해 글로벌 의류기업으로 키운 입지전적인 인물로 재산이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미 라이는 중국 정부의 톈안먼 민주화 시위 이후 넥스트 매거진, 빈과일보를 창간해 반중 노선을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도 경찰 폭력과 중국 중앙정부의 강경 대응을 비판해왔습니다.

지미 라이는 지난 6월 홍콩 보안법이 통과된 직후 홍콩 민주화운동가인 조슈아 웡과 함께 기소된 상태였습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하고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지미 라이가 외국 세력과 결탁했다는 혐의가 인정되면 최고 종신형을 받게 됩니다. 지오다노 창립자도 체포한 홍콩,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본색 드러낸 홍콩 보안법

홍콩 국가보안법은 총칙에서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적시했습니다. 단 홍콩은 중국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를 때만 언론 자유가 보장됩니다. 지미 라이가 체포된 것도 그가 홍콩의 민주화를 주장하며 외국과의 연대를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지미 라이는 지난해 7월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홍콩의 자율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빈과일보에 홍콩 민주화를 지지해달라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호소하는 편지를 게재했습니다. 그는 서한에서 미국이 우리를 지지하면 다른 나라들도 뒤따를 것이라며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홍콩국보법에 따르면 지미 라이의 이러한 행위는 외국 세력과 결탁해 안보를 위협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홍콩 또는 중국 정부에 대한 적대적 행동을 해 달라고 외국에 요구하기만 해도 이 죄목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해질 수 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지미 라이의 언행은 국가 전복을 꾀한 증거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지미 라이 체포는 시간 문제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2. 반중으로 대동단결

영어권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외교장관들은 지난 9일 홍콩 정부의 선거 연기와 민주 인사 출마자격 박탈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냈습니다. 5개국이 반중 공동성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들은 "홍콩 주민의 근본적 권리와 자유를 약화시키는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중국은 일국양제 하에서 홍콩 주민들에게 자치권과 자유를 약속했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홍콩 정부는 731일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홍콩 민주화 시위 주역인 조슈아 웡 등 민주파 인사 12명의 홍콩 입법회 출마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96일 열릴 예정이었던 입법회 선거는'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1년 미뤄졌습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내세우고 있지만 홍콩과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선 코로나19를 이유로 지역 봉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8'13차 전국인민대표 상무위원회 21차 회의'를 열고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 연기에 따른 후속 조치 등을 논의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홍콩 사법당국의 지미 라이 체포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겁니다. 중국은 내부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미국 등 서방은 중국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중국은 서구 열강이 부당하게 내정간섭을 한다고 생각중입니다. 홍콩과 신장위구르, 티베트, 대만, 남중국해 등은 중국 지도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지역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7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등 11명을 제재 대상으로 발표했습니다. 홍콩 금융회사들이 제대 대상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 해당 회사는 미국 법을 적용받아 미국 내 사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홍콩 금융당국은 유엔의 제재가 아니기 때문에 홍콩에서 법적 효력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는 10일 테드 크루즈, 마크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을 비롯한 미국인 11명에 대한 제재조치를 발표했습니다.

3. 균형잡기 힘든 한국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거세지면서 동맹국에 대한 줄서기 강요도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오는 17일부터 동맹국들과 함께 림팩, 환태평양 군사훈련을 실시합니다. 2016년에는 중국도 옵저버로 참여한 적이 있지만 올해는 배제됐습니다.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태평양지역의 25개 우방국에 초청장을 보냈습니다. 대만해협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넘어 글로벌 대중 봉쇄망을 공고히 하기 위함입니다. 중국은 "동맹국 줄세우기를 하지 마라"며 경고를 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에 대한 경고지만, 한국과 같은 미국 동맹국을 겨냥한 조치입니다.

미국의 최고위급 인사는 1979년 미중수교 이후 41년만에 대만을 방문했습니다. 대만을 찾은 알렉스 에이자 미국 보건사회복지부장관은 어제 차이잉원 총통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코로나 방역 성공을 배우기 위해 왔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는 미국의 신호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정부의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대만을 정부(government)로 부르지 않고 당국(authorities)이라고 불러왔습니다. 중국은 앞서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대만 독립세력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LG유플러스 등 한국 통신 회사들이 반화웨이 전선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국적 IT 기업이 만든 틱톡과 위챗 등 소셜미디어의 퇴출을 공식화했고, 인도, 호주 등이 이에 합류한 상태입니다. 지난 6일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한국인들의 스마트폰에서 틱톡와 위챗이 사라지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한국과 전세계 국가를 존중하며 이는 한국이 결정할 문제다. 결국 누구를 믿을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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