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은 왜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SNS'를 주로 쓰나

  • 기자명 김재인
  • 기사승인 2018.12.05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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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재단 종합뉴스데이터베이스사이트(BIGKinds)’에 따르면, 2018년 12월 1일 현재, 'SNS',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올 최다 검색어 'My Space'"라는 제목의 기사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검색됐다. 

"올 한해 전세계 구글 검색엔진을 통해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My Space'인 것으로 나타났다."(2005년 12월 22일 디지털타임스

이 용어는 2006년 상반기에는 2번 기사에 등장했고 9월에 들어서면서 몇 차례 사용되었다. 한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미국판 싸이월드 '마이스페이스' 돌풍"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이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마이스페이스는 블로그, 유저 프로필, 사진, 음악 공유, 이메일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10대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2006년 7월 13일 머니투데이-블로그 저장기사

또한 'SNS'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페이스북, 가입 제한 없애 메일만 있으면 가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SNS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약어로 처음 사용되었음을 확인했다. 

"미국 2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사이트인 페이스북이 고객층 확대를 위해 모든 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고 레드헤링이 26일 보도했다."(2006년 9월 28일 디지털타임스)

이상의 용어들의 조합은 2010년을 계기로 사용 빈도가 급증했지만, 흥미로운 점은 2011년부터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식으로 표기되기보다 'SNS'로 단독 표기되는 경우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2010년을 전환점으로 어느새 한국의 언론 보도에서는 SNS가 공식 용어로 정립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SNS는 한국어(외래어)나 다름 없다.

한편 '소셜미디어'라는 용어는 "인터넷업계 '발전적 인수합병(M&A)'으로 승부"라는 제목의 기사에 처음 등장했다. 

"소셜미디어(Social Media) 중심의 인터넷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경쟁사인 구글과의 차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야후도 최근 태그기반 인터넷 앨범 서비스 전문업체인 ‘플리커’와 소셜 북마킹 서비스 제공업체인 ‘델리셔스’ 등의 벤처 기업을 인수해 미래 핵심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2006년 3월 16일 전자신문)

 

'소셜미디어'는 연 4천회, 'SNS'는 연 10만회 기사에 등장 

'소셜미디어' 역시 2006년에 처음 기사에 등장했고 2010년부터 사용 빈도가 급증했다는 점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와 유사하다. 하지만 후자가 'SNS'라는 용어로 단독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래, 2010년대에 걸쳐 '소셜미디어'가 2000~4000회 범위에서 일정한 빈도로 사용된 반면 'SNS'는 2013년 13만 회 이상 사용되면서 그 후로 매년 8만~10만 회 정도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른 용어의 약칭으로 SNS를 사용한 경우도 있겠지만, 2010년대 한국에서는 SNS가 '소셜네트워킹서비스'의 약자로 굳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사 내용을 전수조사하지 않더라도 위의 수치를 근거 자료로 삼기에는 큰 무리가 없으리라 보인다.

필자는 철학자로서 '소셜미디어'와 'SNS'라는 용어 사용이 기자와 시민에게 어떤 무의식적 영향을 끼치게 될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따라서 이번 기사가 온전한 의미의 '팩트체크'는 아니라는 점은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철학자가 사실관계만 따지면 할 일이 별로 없을 테고, 그 사실의 이면에 함께 가는 가치도 언급하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

'소셜미디어'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라는 의미에서)는 미디어언론학(Media and Communication Studies)에서 제안된 용어이다. 'SNS'라는 용어는 매체로서의 플랫폼에 주목하는 반면, '소셜미디어'라는 용어는 소통과 저널리즘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인희는 <뉴스 미디어 역사>(커뮤니케이션북스, 2013)에서 소셜미디어를 이렇게 적고 있다. "소셜 미디어는 트위터(Twitter), 페이스북(Facebook)과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 SNS)에 가입한 이용자들이 서로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면서 대인관계망을 넓힐 수 있는 플랫폼을 가리킨다." 한편 위키백과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는 개방, 참여, 공유의 가치로 요약되는 웹 2.0시대의 도래에 소셜 네트워크의 기반 위에서 개인의 생각이나 의견, 경험, 정보 등을 서로 공유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생성 또는 확장시킬 수 있는 개방화된 온라인 플랫폼을 의미한다. 일종의 [유기체]처럼 성장하기 때문에 소비와 생산의 일반적인 메커니즘이 적용되지 않으며, 양방향성을 활용하여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특성이 있다."

이재현은 SNS에 대해 <멀티미디어>(커뮤니케이션북스, 2013)에서 이렇게 말한다. "교호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또는 교호 네트워크 사이트(Social Network Site)보다는 이제 약칭으로 더 많이 불리는 월드와이드웹 기반의 서비스인 SNS는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사회적·학문적으로 커다란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하였다." 한편 위키백과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영어: Social Networking Service, 이하 SNS)는 사용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 그리고 인맥 확대 등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생성하고 강화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을 의미한다. SNS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서비스를 통해 사회적 관계망을 생성, 유지, 강화, 확장해 나간다는 점이다."

요약하자면 '소셜미디어'라는 용어는 이용자의 입장에 주목하면서 이용자가 자신의 생각을 배포하고 소통한다는 측면이 강조된다면, SNS라는 용어는 서비스 제공자가 마련한 플랫폼 및 이 플랫폼이 열어 놓은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소셜미디어건 SNS건 하나의 실체라는 측면만 보면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SNS라는 말 속에 있는 '서비스'의 측면, 즉 플랫폼 제공자 또는 인프라로서의 매체라는 측면을 강조하면 이용자는 매체에 종속되는 위치에 놓이게 되는 반면, 소셜미디어라는 말은 기존의 대중매체나 온라인매체를 넘어서 개인이 독립된 저널리스트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을 주목하는 것이며, 이는 저널리즘이 작동하는 방식의 변화를 뜻하게 된다.

언론은 서비스 '소비자'와 미디어 '이용자' 중 무엇을 강조하나

필자는 뉴스에서 '소셜미디어'보다 'SNS'를 더 많이 언급하게 된 무의식적 배경에 소셜미디어가 기존 저널리즘에 가할 위협이 있지 않을까 추정해 본다. 사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대한 보도를 보면 이용자들이 뉴스 생산 주체로 다뤄지기보다는 해당 SNS의 여론의 소비자 정도로 여겨진다는 점이 확인된다. 가령 트위터는 빅데이터가 쌓이는 플랫폼이며, 이용자들은 익명의 군중처럼 취급된다. 'SNS 언급량 분석'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이용자는 특정 주제어와 관련해서 단지 '양'으로만 측정되고 있으며, 주된 분석 대상은 트위터이다. 한편 미국은 주로 '소셜미디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SNS라는 약어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소셜미디어에 대한 외국 보도를 보면 주로 '여론 생산'이라는 주체적 기능이 강조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아무 명칭이건 무슨 상관이랴, 되물을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어는 생각을 행하고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의 하나로, 용어나 개념이 잘못되면 생각도 잘못되기 십상이다. 과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자기 생각을 능동적으로 표현하는 미디어일까, 아니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돈독하게 만드는 서비스 플랫폼일까? 'SNS'에서 '소셜미디어'로 용어를 바꾸자고 누군가 주장한다고 해서 바뀌지는 않겠지만, 용어의 의미를 따져보는 일은 철학적 작업이기 때문에 한 번 나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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