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주사'가 코로나19 치명률을 낮춘다는 논문이 나왔다?

  • 기자명 권성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8.1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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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톱>은 지난 4월 언론에서 '불주사'(BCG 백신)가 코로나19 치명율을 낮춘다는 보도를 쏟아낼 때 팩트체크를 통해 둘의 상관관계가 적다는 사실을 기사로 다뤘습니다. 그런데 과학계에서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됐고 지난 7월 말 불주사와 코로나19 치명율을 다룬 발전된 논문이 다시 나왔습니다. 

BCG vaccine protection from severe coronavirus disease 2019
BCG vaccine protection from severe coronavirus disease 2019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NIAID) 연구진이 작성한 이번 논문(BCG 백신의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보호/BCG vaccine protection from severe coronavirus disease 2019)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시됐습니다. BCG 백신은 결핵 예방을 위해 맞는 백신으로 이전에는 불주사라고 불렸으며 어깨에 작은 흉터를 남기는 특징이 있습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는 사이언스(Science), 네이처(Nature), 셀(Cell)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과학 학술지입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는 매년 투고되는 1만7000여 편의 논문 중 약 3700여 편의 논문을 회원들의 승인 뒤 게재하고 있습니다. 과거 <뉴스톱>이 팩트체크한 논문이 동료 심사(peer review)를 거치지 않은 것과 달리 이번 논문은 정식 절차를 밟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 연구진은 BCG 백신을 정책적으로 시행한 지역과 시행하지 않은 지역 사이 인구 대비 코로나19 치명율을 주목했습니다. 과거 논문은 국가 단위 분석을 해 변수 통제가 어려웠지만 이번 논문은 한층 더 나아간 모습입니다. 분석 기준도 전보다 정교했습니다. 논문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있는 지역, 1백만 이상의 인구, 노인(65세 이상 인구)가 15%를 넘길 것" 등을 근거로 선별했습니다. 

A는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를 색깔로 구분한 지도. 붉은 채도가 짙을수록 인구대비 사망자가 많다는 의미다. B는 코로나19 치명률과 유엔의 인간개발지수(HDI)를 상관관계를 표현한 그래프다. 인간개발지수는 실질국민소득, 교육수준, 문맹율, 평균수명을 평가한 지수다. 보통 0.9점 이상이면 선진국으로 간주한다. 선진국일수록 인구당 사망자가 높은 것으로 나오는데, 이 논문은 BCG 백신 접종과 치명률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C는 국가별 BCG 백신 접종여부. 짙은 파란색은 현재 접종. 하늘색은 과거 접종. 하얀색은 접종경력이 없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접종을 안했다.
A는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를 색깔로 구분한 지도. 붉은 채도가 짙을수록 인구대비 사망자가 많다는 의미다. B는 코로나19 치명률과 유엔의 인간개발지수(HDI)를 상관관계를 표현한 그래프다. 인간개발지수는 실질국민소득, 교육수준, 문맹율, 평균수명을 평가한 지수다. 보통 0.9점 이상이면 선진국으로 간주한다. 선진국일수록 인구당 사망자가 높은 것으로 나오는데, 이 논문은 BCG 백신 접종과 치명률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C는 국가별 BCG 백신 접종여부. 짙은 파란색은 현재 접종. 하늘색은 과거 접종. 하얀색은 접종경력이 없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접종을 안했다.

 

주요 분석 대상은 아메리카와 유럽입니다. 연구진은 BCG 백신을 시행하지 않는 미국의 코로나 치명율과 현재도 BCG 백신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멕시코, 브라질의 치명율을 비교했습니다. 조건을 충족시킨 도시인 미국의 도시(뉴욕, 일리노이, 루이지애나, 앨라바마)의 치명율이 브라질(리오데자네이로, 상파울루), 멕시코(멕시코시티)보다 높은 것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연구진은 "브라질과 멕시코 도시의 인구밀도가 미국보다 높은데도 불구하고 치명율이 낮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유럽 지역은 동구와 서구에서 치명율 차이를 보였습니다. 특히 인종 등 변인이 적은 서독 지역과 동독 지역에서도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서독이 동독보다 치명율이 2.9배 높았다”는 사실을 연구진은 이것을 “BCG 백신 정책이 만든 차이”라고 봤습니다. 독일의 경우 1990년 연방통일 전까지 서독과 동독이 다른 백신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동독 지역은 1951년부터 1975년까지 백신 정책을 시행한 반면 서독 지역은 동독보다 10년이 늦은 1961년부터 1998년까지 백신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코로나는 노인에게 더욱 가혹합니다. “서독의 노인은 BCG 백신을 맞지 않았고 이런 점 때문에 치명율 2.9배의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고 논문은 말합니다. 

연구진의 논문 발표에는 BCG 백신과 코로나의 관계는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연구진은 “임상실험 등 직접적인 원인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를 비롯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BCG 백신 투여를 권고하는 것은 충분하지 못하다”고 했기에 아직 지켜봐야 합니다. 연구진은 “사용된 BCG 백신 균주가 유아의 선천적 면역 반응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논문은 지난 논문보다 엄격한 연구틀을 가지고 있지만 인과관계보다는 통계와 회귀분석을 사용한 상관관계만 추론하고 있어 한계가 명확합니다. 더욱이 지난 4월 12일 WHO는 “BCG 백신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준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며 “근거가 없기에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위해 BCG 백신을 사용하는 것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적 있습니다. 논문보다 이전에 나온 WHO의 발표이지만 BCG 백신과 코로나 바이러스의 관계를 살필 때는 확실한 '근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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