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이 3조나 늘어난 지방정부 예산이 더 문제다

  • 기자명 이상민
  • 기사승인 2018.12.03 03: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국회에 2019년 예산안을 제출한 이후에 세입 예산안에 4조원의 변동이 발생했다. 애초의 계획된 예산안에서 4조원이나 줄게 되었으니 그에 대한 대책을 정부가 내놓기 전에는 예산안을 심의할 수 없다며 파행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잠시 봉합된 상태지만 4조원의 뇌관을 완전히 해체한 것은 아니다.

자유한국당이 요구한 대책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본래의 정부 예산안에서 4조원이 감소된 이상 수정 예산안을 제출하라는 것이다.
둘째, 세입이 4조원 감소되었으니 세출 삭감안을 마련하여 제출하라는 요구다.

언뜻 생각하면 합리적인 요구로 보인다.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한 이후에 4조원 정도의 예산안을 수정해야 할 일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다시 국회에 예산안을 수정해서 제출하던지, 세입이 감소한 만큼 세출을 줄이는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는 논리적으로는 타당해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 정부는 굳이 국회에 수정 예산안을 제출하거나 세출 삭감안을 마련하여 제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중앙정부 예산 4조원 감소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책을 마련해야 할 부분은 중앙정부 예산 4조원 감소가 아니라 지방정부 예산 3조원 증가 부분이다. 즉, 야당 등에서 문제제기해야 할 부분은 중앙정부 세입 예산 4조원 감소 대책이라기 보다는 지방정부 예산 3조원 증가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그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지방정부 지원 및 유류세 인하로 세입 4조 감소

첫째,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더 많은 돈을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의 세입이 2.9조원 감소하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수차례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을 늘린다고 공언하였다. 이에 따라, 부가가치세 중 일부를 지방정부에 주는 지방소비세 비율을 현재 11%에서 2019년부터 15%, 2020년 21%로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했다. 또한, 소방직 국가직화 지원을 위해 지방정부에 소방안전교부세 0.3조원을 추가로 지급하게 되었다.

문제는 지방소비세 인상안을 발표한 시점이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한 이후라는 것이다. 결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추가로 2.9조원을 더 주게 되어 중앙정부는 예산안 대비 2.9조원 만큼의 세수 감소가, 지방정부는 동일한 금액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

둘째, 유류세 인하에 따라 1.1조원이 감소되었다. 유류세 인하정책이 발표된 시점도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한 이후다. 물론, 다주택자 종부세 강화방안에 따라 예산안 제출 이후 0.3조원의 세수입 증대방안이 발표되었으나 종부세 인상분은 지방정부에 귀속되기에 중앙정부의 세수입 증가효과는 미미하다.

 

세입예산안 수정 헌정사상 한번도 없어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의사들의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 “독감 예방접종을 맞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나요?”란 질문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독감과 감기는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전혀 다른 질병입니다. 독감예방 주사를 맞으면 독감에만 효과가 있지 감기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이런 설명을 계속 해도 많은 환자들이 독감과 감기를 헷갈려 한다. 독감과 감기가 이름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세출예산이라는 단어와 더불어 세입예산이라는 말이 쓰인다. 그러나 이는 ‘예산’이라는 같은 단어만 공유할 뿐, 같은 개념으로 논의될 성질이 아니다. 세출 예산은 정해진 금액만큼 지출 계획을 할당하는(allocation) 의미다. 특정 예산에 10억원을 쓰기로 국회에서 의결했다면 반드시 정확히 10억원을 지출해야 한다. 만일 10억원보다 추가로 더 필요한 일이 발생해도 행정부에서 임의대로 추가 지출을 할 수 없다. 10억원을 다 지출하지 못할 일이 생겨도 원칙적으로는 국회의 동의없이는 다음 해에 이월 하지 못하고 해당 예산을 불용처리하고 불용 이유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세입예산은 정해진 금액을 걷는 것이 아니라 들어올 수입을 예측하는(estimation)의미다. 즉, 특정 부문의 세입 예산이 10억원이라 하더라도 그 이상의 수입이 들어와도 모두 징수하게 된다.

즉, 세출 예산에 10억원이라는 표시가 되었다는 의미는 정확히 10억원을 할당(allocation)하여 10억원만 지출해야 한다. 행정부는 10억원이라는 국회의 승인에 귀속되어 정해진 금액 지출을 해야 한다. 그러나 10억원이라는 세입 예산상의 표시는 단순한 예측(estimation)의 의미다. 행정부는 10억원이라는 계획에 전혀 귀속될 필요가 없으며 경제적 상황에 따라, 또는 정책적 상황에 따라 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

실제로 세출예산안이 아니라 세입예산안에 대해 수정예산안이 제출된 일은 헌정사상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세출예산안에 대한 수정예산안이 제출된 경우도 2006년 국가재정법이 제정 된 이후 2009년 단 한차례에 불과하다. (국가재정법 제정 이전에도 69년, 80년 두 차례만 존재한다.) 2009년에 수정예산안을 제출한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정부 지출을 10조원이나 확대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10조원의 추가 지출을 국회에 요청하려한다면 수정 예산안을 제출할 만 하다.

 

세입변동 있으면 국회가 스스로 수정 의결하는 것이 권리

그렇다면 정부가 제출한 이후 세입예산 예측치가 4조원이나 달라진 것을 어떻게 해결 할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국회에서 세입 예산을 그만큼 감액하면 된다. 국회 예산심의의 역할과 책임은 바로 정부안을 감액하거나 증액하는 것이다. 특히, 세입예산은 세법과 연동되어 예산액 액수가 변동 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세입 예산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의결하는 세법 개정에 따라 큰 폭으로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국회에 세법개정안을 제출하지만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원안되로 통과하는 일은 없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국회통과과정에서 변동되기 마련이고 의원이 발의한 세법개정안이 반영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10년동안 정부의 세입예산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의결한 세법 개정에 따라 매년 차이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 2009년에 정부안 대비 국회 수정이 -2.3조원이 변동되었다. 당시 세입예산안이 177.7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2019년도 (국세 세입예산안 299.3조원) 상당한 규모임을 알 수 있다. 또한, 14년에도 –2조원의 세수 오차가 생겼다. 당시에도 지방소비세 인상에 따라 발생한 세수오차였으며, 수정예산안은 물론 제출되지 않았다.

 

구 분

정부안

국회확정

차 이

비 고

‘09년 예산

177.7

175.4

△2.3

조세소위 결과

세제개편 수정효과(△2.3조원)

‘10년 예산

168.6

170.5

+1.9

조세소위 결과

세제개편 수정효과(+0.6조원)

거시지표 수정효과(+1.3조원)

‘11년 예산

187.9

187.6

△0.2

조세소위 결과

세제개편 수정효과(△0.2조원)

‘12년 예산

205.9

205.7

△0.2

조세소위 결과

세제개편 수정효과(△0.2조원)

‘13년 예산

216.4

216.4

+0.05

조세소위 결과

세제개편 수정효과(+0.05조원)

‘14년 예산

218.5

216.5

△2.0

조세소위 결과

세제개편 수정효과(△2.0조원*)

* 지방소비세율 인상 반영

‘15년 예산

221.5

221.1

△0.4

조세소위 결과

세제개편 수정효과(△0.4조원)

‘16년 예산

223.1

222.9

△0.2

조세소위 결과

세제개편 수정효과(△0.5조원)

EITC․CTC 전망 하향 조정(+0.3조원)

‘17년 예산

241.8

242.3

+0.5

조세소위 결과

세제개편 수정효과(+0.5조원)

‘18년 예산

268.2

268.1

△0.1

조세소위 결과

세제개편 수정효과(△0.1조원)

각 연도별 정부안과 국회확정 세입예산 차이, 기획재정부

 

결국, 세입예산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과는 달리 세법개정이나 경제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회는 증액이나 감액 사유가 발생하면 정부안을 스스로 수정하여 의결하여 확정하는 것이 국회의 권한이다.

 

올해 세입증가로 4조원 국채 상환 가능

보통 국가 재정을 가정 살림에 빗대서 ‘나라살림’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유 때문에 국가 재정 운용을 이해하는데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국가재정 운용은 가정살림과 다른 정도가 아니라 정 반대인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가정은 경기가 안 좋으면 지출을 줄이고, 경기가 좋을 때, 지출을 늘리곤 한다. 그러나 국가 재정운용은 정 반대다. 경기가 나쁘면, 확장적 재정으로 지출을 늘린다. 경기 과열에는 지출을 줄여 경기를 조절해야 한다.

이는 가정과는 달리 국가는 지출 규모에 따라 수입규모를 정하게 된다는 말로도 이어진다. 가정은 수입규모를 한도로 지출 규모를 정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는 지출규모가 더 중요하다. 필요한 지출에 맞춰 수입을 정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적자재정을 통해서라도 지출 규모를 편성한다. 

중앙정부 수입이 정부 예산안보다 4조원이 감소한다면 그만큼 지출을 줄이기 보다는 국채 발행량을 증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마침 올해 초과세수가 약 20조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올해 추가로 상환할 수 있는 국채규모는 우연히도 약 4조원 정도 될 것으로 예측된다.

(2018년 9월 말 현재 초과세수(세입예산 대비 실제 세입금액)에 따른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일반회계 수입 대비 지출 규모)이 9월말 현재 약 14조원임. 초과세수 추이를 감안한다면 올해 말까지 최소 약 17조원의 초과세수가 발생가능함. 17조원의 초과세수 중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정부와 지방교육청에 정산해 주어야 할 교부세와 교부금을 제외한다면, 내년에 약 4조원 정도 공적자금과 국채를 상환할 수 있음.)

올해 예산보다 세수입이 20조원 정도 더 많이 걷혔다는 의미는 민간자금을 그만큼 더 위축시켰다는 의미다. 20조원 가량의 민간자금을 위축시킨 부작용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만큼 정부지출을 더 늘리는 수 밖에 없다. 특히, 초과세수에 따른 결과로 약 4조원 정도의 예기치 않은 국채상환이(공적자금 상환 포함) 추가로 가능해졌으니 약 4조원 정도의 세입감소에 따른 국채 증가 효과는 상쇄 가능하다.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지방정부 재정 '불균형 심화' 대책 없는게 더 큰 문제

중앙정부 세입은 4조원이 줄지만 지방정부는 총 3.1조원이 추가로(지방소비세 등 2.9조원에 종부세 개편에 따른 추가 세수 0.3조원의 합) 증가하였다. 그런데 지방정부의 3.1조원 증가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이 진짜 문제다. 지방소비세가 늘어나는 것이 왜 문제일까?

첫째, 지방정부 전체의 세입은 늘지만 지역별 불균형은 심각해진다. 지방소비세가 늘면 국세가 줄고 국세가 줄면 국세와 연동되는 지방교부세가 줄게 된다. 그래서 수도권 등 지방세 비중이 높은 지자체는 큰 이익을 본다. 그러나 지방세 대비 지방교부세 비중이 높은 비수도권은 늘어나는 세수가 제한적이거나 오히려 줄 수도 있다. 실제로 국회 예결위원회의 의뢰를 통해 작성한 졸고 ‘국세 지방세 비율 조정에 따른 지방교부세 변화 분석과 지방재정 분권 강화를 위한 지방교부세 제도 개선 방향’를 통해 재정 개혁 없는 현 상태에서 국세, 지방세 비율만 증대하면 오히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총세입이 감소하는 ‘지방세 증대의 역설’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지방소비세 증대방식을 발표하면서 다른 재정 개혁방안은 없었다. 지방소비세 배분 방식은 물론 지방교부세 제도나 조정교부금제도의 변화가 동반되지 않았다. 지방소비세는 배분기준에 따라 소비지수가 높은 지자체에 배분된다. 소비지수가 높은 수도권에 40% 이상의 지방소비세가 배분되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강원도, 전라남도에는 각각 전체 지방소비세의 4% 이내만 배분(2017년 결산기준)될 뿐이다.

물론, 현재도 지방소비세가 지나치게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고자 ‘지역상생기금’이라는 것이 있다. 수도권에 집중되는 지방소비세의 일부(35%)를 타 지자체에 분배하는 수평적 재정조정 제도다. 지방소비세가 증대되면 지역상생기금을 통해 총세입이 감소하는 ‘지방세 증대의 역설’ 현상은 해결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발생한 불균형을 수도권 지자체가 출연한 기금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지방의 재정자주도를 늘리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지역상생기금은 2019년 일몰이 되는 한시적 제도이다.

둘째, 지방정부가 작성한 2019년 예산안에는 지방소비세 증대가 반영되지 않았다. 지방소비세를 늘린 이유는 지방정부의 자립재원을 확대하여 적극적인 재정운용을 할 것을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2019년 세입예산안’을 보면 지방소비세 증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 중앙정부의 세입예산은 줄지만 지방정부의 세입과 세출은 전혀 늘지 않았다는 의미다.

물론, 지방정부는 2019년 본예산이 아니라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늘어난 지방소비세를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2.9조원에 달하는 큰 규모의 예산이 1년간의 경상적 지출을 다루는 본예산이 아니라 일시적 예산을 편성하는 추경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좀 어색하다.

결국, 중앙정부의 세입은 줄지만 그것을 각 지방정부에 배분하는 재정제도 개혁이 없다. 지방재정 불균형을 해결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 돈을 받아서 쓰는 지방정부 2019년 예산안에는 반영도 안 된 상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을 보면 수학교사는 범인을 도와  알리바이를 만들어 준다. 이를 통해 형사의 관심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정말 중요한 사실인 죽은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형사가 고민하지 못하게 했다. 중앙정부 세입이 4조원 감소된 사실에 국회가 파행까지 하며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사실은 그 돈을 지방정부에 어떻게 배분하고 지방정부가 그 돈을 받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한다는 것이다. 야당 등이 대책 마련을 촉구 해야 하는 부분은 오히려 이런 부분 아닐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