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출사표>와 현실 지방의회의 싱크로율은?

  • 기자명 김수민
  • 기사승인 2020.08.2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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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드라마 <출사표: 하라는 취업은 안 하고>가 지난 8월 20일 종영되었다. 이 드라마는 방영 직전 정치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작중 정당 가운데 ‘애국보수당’에 주로 악역이 포진한 반면 ‘다같이진보당’ 인물들은 정의로운 캐릭터들로 알려지면서 ‘진보 편향’, ‘반-미래통합당’ 드라마라는 혐의를 받은 것이다. 주인공이 양당 모두를 상대로 분전하는 무소속이고 다같이진보당쪽 인물들에게도 얼마간의 흠결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아빠는 시장님>(1996)이라는 SBS 시트콤은 있었지만 지방의회를 본격적으로 다룬 드라마는 <출사표>가 최초다. 국회에 비해 관심도가 현저하게 낮은 지방의회를 조명했다는 것 자체로 의의가 있을 뿐더러, 경쾌하면서도 다소 과장된 연기와 멜로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현실감을 잃지 않고 충실하게 지방정치의 면면을 소개한 작품이다. 이 드라마의 내용 및 설정과 지방정치의 현실을 견줘보도록 하겠다. 

드라마 '출사표'의 한 장면.
드라마 '출사표'의 한 장면.

 

 
1. 기초의원은 연봉 5000만원을 받는다? 

“그거 내가 해보려구요. 1년에 90일 출근하고 연봉 5천 먹는 구의원!” 드라마 홈페이지 등장인물 소개에 나오는 문구다. 대사를 통해서도 가상 지방자치단체인 마원구의 구의회의원이 90일 출근하고 연봉 5000만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 지방의회의원은 어떨까? 

‘마원’이라는 지명에서 ‘마포’와 ‘노원’이 떠오른다. 서울특별시 마포구의회 의원의 의정활동비 등의 지급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마포구의회의원이 직무활동에 대해 받는 ‘월정수당’은 월 248만350원이다(2020년 현재 기준. 이하 기준 동일). 지방의원은 월정수당 말고도 의정활동자료의 수집·연구와 보조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보전받는다는 명목으로 매월 의정활동비를 지급받는다. 마포구의회를 포함한 상당수 기초의회는 의정자료 수집·연구비 월 90만원, 보조활동비 월 20만원 등 총 110만원을 받고 있다. 보조활동비는 의원의 활동을 보조한 이에게 지급하는 비용을 일컫는다. 하지만 이 의정활동비는 정해진 용도에만 쓰거나 이미 지출한 비용을 청구해서 받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활동에 돈이 들어갈 테니 지급한다’는 개념이며, 이것은 월정수당과 합쳐져서 한꺼번에 공무원 급여날에 맞춰 의원에게 지급된다. 의정활동비도 실질적으로는 월정수당과 같은 급여인 셈이다. 그러나 소득세가 붙지 않는 비과세 대상이라서 논란의 소지가 붙어다닌다. 

마포구의회의원이 받는 급여는 월 358만350원이고, 지방의회의원은 의원직 자체로는 별도의 수당이나 상여금을 받지 않으므로 그 연봉은 4296만4200원이다. 노원구의회의원의 연봉은 약 4207만원이다. 연봉 5000만원이 넘는 의회로는 재정 여력이 좋은 서울시 강남·서초구의회 정도가 있고, 인구가 적은 군 지역 지방의원은 연봉 4천만원에 이르지 못하는 곳이 많다.

‘출근 90일’은 사실일까?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의회의 연간 회의 일수는 각 지자체의 조례를 따르도록 되어 있고 기초의회 대부분이 80일~100일 수준으로 정해두었다. 의회의 결의로 일수를 얼마간 연장할 수도 있으나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회의기간에는 회의가 열리지 않는 토요일, 일요일도 포함되어 있으며 가끔은 회의장을 비우고 '현장방문'을 하거나 '자료수집'을 하기도 한다. 회의가 열리는 날과 총회의일수를 동일시하면 안 된다. 

하지만 지방의원이 회의날에만 일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도 민원 접수, 현장 방문, 행사 참석 등을 소화해내며 휴일에도 이런 일정이 빈번하다. ‘놀려고 작정하면 한 없이 놀 수 있고, 일하고자 하면 끝 없이 일하게 되는’ 직종이다. 필자의 경험이나 목격, 전언을 종합하면 빽빽한 일정을 부지런하게 소화하는 의원들이 많다. ‘90일 출근에 연봉 5천만 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2. 200만원으로 기초의원 선거를 치를 수 있나?

주인공 구세라(나나 분)가 기초의원 선거 도전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선거비용이 200만원으로 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전은 그렇지 않다. 200만원은 기초의원 후보의 기탁금이다. 그 밖에도 선거 공보물 및 예비후보 홍보물이나 사무실 외벽 및 가두에 설치하는 현수막, 선거차량, 벽보, 명함, 선거사무원 인건비, 선거사무소 운영 등에 기탁금의 수 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들어간다. 필자의 경우 2010년, 2014년 두 차례 기초의원 선거에서 각각 30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들였다. 기초의원 후보는 후원금을 받을 수 없다. 첫 선거는 15% 이상 득표로 보전항목에 해당하는 지출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집안에서 얼마간 빚을 져가며 도전할 수 있었고, 두 번째 선거는 현직 의원으로서 그간 모아놓은 자금을 바탕으로 치를 수 있었다. 아직 한국의 공직선거는 문턱이 높다.  

<출사표>가 묘사한 선거과정에는 현행 제도상 있을 수 없는 장면이 몇 가지 더 있다. 기초의원 선거 후보는 확성장치를 이용한 연설을 할 때 휴대 가능한 확성장치를 선거차량 근처에서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지만, 구세라 후보는 이보다 훨씬 자유롭게 연설한다. 극중에는 후보들이 다같이 참가하는 연설회도 등장하나, 합동연설회는 군중동원 과정에서의 부정선거를 차단하기 위해 폐지되었다. 마원구청 공무원이 선거관리에 일상적으로 동원되는 것은 구세라와 마원구청 공무원 서공명(박성훈 분)의 러브라인 전개를 위한 허구적 설정으로 보인다. 마지막 16회에서 구세라의 친구인 권우영(김미수 분)이 서울시의회의원 재보궐선거 벽보를 보며 곧 다가오는 마원구의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하는데, 실제로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은 전국동시선거든 재보궐선거든 동시에 뽑으므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장면이다. 

그런 한편, 얼핏 억지 설정으로 보이지만 얼마든 있을 수 있거나 실제 일어난 사건도 있다. 특히 필자로서는 자신의 경험과 유사한 것을 더 흥미롭게 시청했다. 구세라 후보의 선거벽보에 낙서가 되어 있는 장면은 벽보의 얼굴 부분이 화기로 훼손되었던 필자의 경험을 떠올리게 할 수밖에 없었다. 구 후보가 외지 출신 직장인들이 대거 모여 있으며 투표율이 저조한 행복동에서 역전의 실마리를 찾는 설정도 지나치기 어려웠다. 필자의 지역구 중 일부인 구미시 진미동이 그와 꼭 닮은 동네였고 필자도 비슷한 선거전략을 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함께 선거운동을 한다는 설정 또한, 같은 경험을 한 필자로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판정한다. 

 

3. ‘20대 무소속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되는가?

주인공 구세라는 스물 아홉 나이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다. 필자도 이와 동일한 조건을 갖춘 상황에서 당선된 경험을 갖고 있다. 단언컨대 ‘20대’보다 ‘무소속’이 더 힘겨운 조건이다. 필자가 2010년 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확인해보니 필자보다 더 젊은 당선자가 전국에 4명이 있었고, 그들 모두 당적이 있는 지역구 또는 비례대표 당선자였다. 무소속 당선이 힘든 현실에 대해서는 주인공 구세라의 친구들이 대사를 빌어 현실을 말하고 있다. “서울시 무소속 당선확률 0.7%래”(3회 중).  

필자의 경우는 3위 득표 후보까지 당선되는 중선거구에 출마했다  경쟁 후보 중에는 당시 한나라당의 후보 3명과 무소속 후보 1명만 있었을 뿐 다른 정당의 후보는 없었다. 무소속으로서 당선되기 편한 조건을 여럿 갖추고 있었다. 무소속 지방의원 당선자들 대부분은 ▲특정정당이 독주하는 지역에서 ▲그 특정정당에 대항했다 등의 특징이 있다. 농어촌 지역의 경우는 인지도가 높고 조직력이 탄탄해야 한다. 2개 이상 정당이 경합하는 지역, 특히 도시 지역에서 무소속이 당선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2014년 과천시의회의원선거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추천한 이른바 풀뿌리 무소속 후보 2명이 각기 3인선거구 두 군데에 출마해서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등과 경합해 3위로 당선된 적이 있으나, 이는 풀뿌리 주민운동이 발달해 있던 해당 지역의 특수성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반면 구세라는 1명만 뽑는 보궐선거에 출마해서 낮은 인지도와 열악한 조직력으로 거대 양당후보와 싸웠다. 선거 초반부터 열세에 처하고 후반에 이르러서도 뚜렷한 승산이 보이지 않다가, 막판에 구세라의 열의에 감복한 다같이진보당 후보가 구세라를 지지하며 사퇴한 덕분에 49.98%를 얻은 애국보수당 후보를 3표차로 제치고 50.01% 득표율로 당선된다. 이런 극적 과정은 무소속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현저하게 낮다는 것을 방증한다. 1위만 당선되는 제도나 구도라면 두말할 나위 없다.

KBS 드라마 '출사표' 한 장면
KBS 드라마 '출사표' 한 장면

 

4. 의회사무국 공무원은 집행부 공무원? 

남자 주인공인 서공명은 행정고시를 합격한 5급 엘리트 공무원이다. 말 그대로 기획과 예산을 담당하는 ‘브레인’ 부서인 기획예산과 소속이었다가 구청장에게 직언을 한 사건을 계기로 민원실 데스크로 좌천성 발령이 난다. 그 이후 의회사무국으로 다시 한 번 자리를 옮겨 구세라의 지근거리에 있게 되는데, 이것은 단지 드라마적 설정이 아니다. 한국 지방의회의 사무국은 독립되어 있지 않다. ○○시청 소속 공무원이 ○○시의회 사무국으로 발령이 나는 식이다. 언젠가는 다시 집행부로 돌아가야 할 공무원이 의회사무국에서 의원을 보좌한다는 것은 지방의회에 큰 제약이다. 인사권자인 단체장의 눈치를 보기 십상이고 나아가 의원의 활동을 방해하기도 한다. 필자도 의원 연수 도중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의회사무국의 한 전문위원에게 “조례 발의를 늦춰주시면 안 되겠냐”는 호소를 들은 바 있다.

따라서 의회사무국 독립기구화는 지방의원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숙원 사항이었다. 이 문제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가운데 그나마 임시방편으로 의회사무국 전문위원직을 개방형 직책으로 두고 공모하는 사례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2018년 광주시의회 사무국에서는 광주시장 측근 인사가 개방형 전문위원회 선정되어 논란이 이는 등 지방의회의 위상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5. 조례안을 만들고도 조례 발의에서 배제되는 것은 가능한가? 

드라마에선 구세라 의원이 애써 만든 조례안이 그 본인을 제외한 다른 의원들의 이름을 통해 발의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이를 따지는 구 의원에게 다같이진보당 윤희수 의원(유다인 분)은 ‘앞으로의 활동을 위해서라도 참으라’는 투로 이야기하며 초선 의원을 괄시하는 문화가 있음을 암시한다. 실제 지방의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일까?

비슷한 사건이 있기는 했다. 2019년 대구 남구의회에서 8개월 전에 부결된 조례와 같은 제목, 비슷한 내용을 가진 조례가 가결되었는데, 애초에 조례를 대표발의한 의원이 배제되어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베제된 의원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그렇지만은 않다. 첫째, 또다른 의원들과 손잡고 따로 발의할 수 있다. 전체 의원의 1/5 이상 또는 10명 이상의 의원을 모은다면 말이다. 둘째, 자신이 발의자가 아니었다 해도 정책을 추진한 사실이 있다면 의정활동보고서나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의 업적을 홍보할 수 있다. 셋째, 자신을 배제한 의원들의 추진 사업에 협조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보복도 가능하다. 이런 방법들을 감안한다면 '조례 빼앗기'는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6. 캐스팅보트를 가지면 밥을 얻어먹는다? 

보궐선거로 당선된 초선 의원 구세라는 기성 의원들에게 괄시받는 것도 잠시, 지방채 발행 동의안 표결을 계기로 양당의 구애를 받는다. 애국보수당과 다같이진보당이 똑같이 6석을 차지한 구도에서 그가 캐스팅보트를 가졌기 때문이다. 하반기 의장단 선거를 맞아 구애는 더욱 강력해지고 구세라는 양측에게 고기를 얻어먹는다. 필자가 시청 도중 가장 크게 웃었던 장면이다. 똑같은 일을 겪었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일했던 경북 구미시의회는 특정 정당 소속 또는 그 출신 의원이 절대 다수였지만, 다수파가 스스로 양측으로 분열하면서 필자가 캐스팅보트를 잡게 되었고, 실제로 하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필자의 한 표로 승부가 결정났다. 이런 구도는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기도 하는데, 2012년 대구 서구의회 의장단선거에서 당시 진보신당 소속인 장태수 의원(현 정의당 혁신위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반으로 분열한 구도를 활용해서, 자기 한 표만으로 의장을 결정짓고 또 그 자신이 부의장이 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구세라 의원은 애국보수당측에게는 자리 제안을 받고, 다같이진보당에게는 정책적 제안을 받는다. 이는 캐스팅보트를 가진 의원이 얻을 수 있는 것의 두 가지 전형이다. 필자는 당시 낙동강변 골프장, 수상비행장 계획의 백지화를 내건 바 있는데, 의장 후보 양쪽은 모두 이를 수락하면서 필자의 지지를 얻으려는 행동을 더욱 가속화했다. 인간적으로는 몹시 부담스러운 일이었고, 필자의 지지를 받지 못한 의원은 이후 회의장 바깥에서는 단 한 번도 필자에게 말을 섞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그 의원의 행각을 보며 필자 역시 마음의 부담을 모두 덜어낼 수 있었다. 

KBS 뉴스 화면 캡처
KBS 뉴스 화면 캡처

 

7. 초선 의원이 의장이 될 수 있나 

하지만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구세라 의원이 의장에 당선되는 초이변이 일어난다. 허수아비 의장을 세우려는 애국보수당의 계략 때문이었다. 애국보수당 의원들은 이탈표를 막기 위해 투표용지 특정 부위에 기표하는 작전을 짜기도 한다.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드라마의 해당 에피소드가 나가기 조금 전인 올해 7월 초에도, 목포시의회 의장단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이 자당 의원들에게 특정 부분 기표를 요구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초선 의원도 의장이 될 수 있다. 의장 후보의 자격에 선수(選數) 제한은 없다. 검색창에 ‘초선 의장’으로 검색하면 몇몇 사례를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의장직 도전을 밝히지 않아도 의장이 될 수 있다. 모든 의원이 후보로 간주되는 ‘교황식 선출 제도’를 도입한 의회들이다. 이를 폐지하고 입후보 절차를 밟는 의회들도 있지만, ‘의장이 될 수 있는 의원과 그렇지 않은 의원을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거나 위헌이다’라는 의견을 따라 그대로 놔둔 의회들도 있다. 필자가 일했던 구미시의회에서도 차선책으로 ‘공식 도전 선언자의 연설'만 도입했다(이것으로는 의외의 인사가 선출되는 사건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초선 의원이 의장이 되는 사례는 희귀하다. 의장은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다. 조례안이나 예산안 및 결산안 등을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에서 다루는 의회에서는 의장이 이런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본회의에서도 진행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의사표시를 삼가는 경향이 있다. 상대적으로 의정 경험이 짧은 초선 의원들로서는 감내하고 싶지 않은 조건이다. 또한 의장직 그 자체만으로 그 의원이 더 큰 권력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 ‘의장이 되면 의원 중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갖는다’보다는 ‘의장이 될 만한 의원은 이미 정치력이 강하다’는 설명이 훨씬 설득력 있다. 

그럼에도 의장단선거 때마다 방방곡곡에서 소란이나 불상사가 일어나는 이유가 뭘까. 언론은 주로 ‘비서, 업무추진비, 관용차가 별도로 나온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이것으로는 불충분하다. 필자는 두 가지, 인간의 승진 욕구와 주변의 시선을 지목한다. 지방의원들 가운데는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을 내다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 전자는 전자대로 ‘평의원’을 넘어선 타이틀을 필요로 하고, 후자는 후자대로 자신이 올라설 수 있는 데까지는 올라서려고 한다. 어느 직장에서나 있는 승진 욕구다. 또 관변에 있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선수가 쌓이는 데도 위원장이나 의장을 맡지 못하는 의원에 대해서 그 실력을 회의하는 분위기가 존재하기도 한다. 

 

8. 실제로 주민소환이 된 의원이 있는가? 

드라마의 흐름이 고조되는 계기는 ‘스마트원시티’ 개발사업이다. 이를 통해 지자체-건설사-금융권의 유착 관계, 안전 경시, 노동권 침해, 환경 오염 등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다선의원 조맹덕(안내상 분)은 구세라가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인 원소정 구청장(배해정 분)의 비위를 파헤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동시에, 계략으로 구세라 역시 궁지로 몰아넣는다. 구세라는 취업 청탁 등 여러 의혹을 받게 되면서 주민소환의 대상이 되지만, 끝내 투표가 부결되면서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지방의원이 주민에게 소환당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역구 지방의원의 경우 해당 지역구 유권자의 20% 이상이 청구하면 주민소환 절차를 밟게 된다(비례대표 의원은 주민소환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 그것도 임기 4년 중 초반 1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남은 임기가 1년 미만인 지방의원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 주민소환투표에서 유권자 1/3 이상이 투표해야 개표함을 열 수 있고, 그 속의 유효투표 용지 가운데 찬성표가 과반이 나오면 주민소환이 확정된다.  

실제로 2007년 주민소환제 도입 이후 소환투표가 실제로 이뤄진 것은 8건뿐인 점은 청구 절차를 소화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투표로 가더라도 1/3 이상의 투표율은 몹시 어려운 일이었으며 소환된 공직자는 단체장 0명, 기초의원 2명에 그쳤다. 2명은 모두 하남화장장 건립 추진으로 민심을 잃고 2007년 주민투표로 소환된 하남시의회의원이다. 그 이후 12년동안 누구도 소환되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주민소환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공직자가 자신이 선거 때 얻은 득표보다 더 적은 수의 소환 찬성표로 직을 상실할 위험이 있는 것은 민주적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국회의원 소환제'가 선진국 대다수에 없는 이유 기사참조). 

 

9. 이 드라마의 최고 명대사는? 

초기에 서공명이 구세라에게 기초의원직에 대해 설명하면서 나온 이 한 줄의 대사가 모든 현실을 함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의원이면 몰라도 사람들은 구의원엔 관심 없죠.” 필자는 평소 이렇게 말해왔다. “지방의원 활동은 사각지대에 있다. 힘 있는 쪽이랑 투쟁을 하게 되면 이기든 지든 결과가 좋지 않다. 지면 큰 타격을 입고, 이기면 조용하게 이길 뿐이다.”

지방의원은 지방자치단체장에 비해서도 더 큰 무관심이나 무시에 직면해 있다. 이것은 단순히 의원들과 의회의 추태나 무능, 탐욕 때문만은 아니다. 툭하면 기초의회 폐지를 외치는 사람들도 기초자치 및 단체장직 폐지를 말하지는 않는다. 지방의회에서 단체장을 선출하는 나라는 많아도, 의회 없이 단체장만 있는 것이 민주주의인가? 기본적인 구조 이해도 없는 사람들에게도 욕을 먹는 것이 기초의회의 현실이다.  

세상의 무관심을 깨트리면 이러한 현실은 깨어질까? 설령 한국 시민들이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더 넉넉한 여가를 확보한다고 해서 지방의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 같지는 않다. 늘어난 시간을 쓸 곳은 많기 때문이다. 지방의회의 현실은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방도가 있는 것일까. 드라마가 남기는 무거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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