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모든 코로나19 살균·소독제가 폐질환을 유도한다?

  • 기자명 배현정 기자
  • 기사승인 2020.08.25 12: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살균·소독제가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도가 24일 쏟아졌다. 경희대학교 동서의학연구소 박은정 교수 연구(Formation of lamellar body-like structure may be an initiator of didecyldimethylammonium chloride-induced toxic response)를 인용한 기사다. 살균소독제 성분중 하나인 염화디데실디메틸암모늄(DDAC)에 호흡기가 노출되면 폐질환 유도 가능성이 생긴다는 내용이다. 이 성분은 코로나19 살균소독제 중 하나로 쓰이고 있다. DDAC 성분이 포함된 살균소독제를 뿌린 뒤 그게 폐에 들어가면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손소독제 아닌데 손소독제 사진 쓴 언론

그런데 일부 언론이 자극적으로 제목으로 뽑거나 엉뚱한 사진을 사용함으로서 불안과 혼선을 자극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코로나19 잡으려다 사람 잡을라..."잘못 쓴 살균·소독제, 폐질환 유빌 위험"> 기사에서 이 내용을 소개했는데 제목을 너무 자극적으로 뽑아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특정 소독제 성분...폐질환 유발 가능"> 기사에는 분무기를 이용해 손소독하는 사진을 넣었다. 하지만 DDAC는 손소독제로 쓰이지 않는다. 손소독제는 대부분 알코올을 이용한다. 공기중에 분무기를 이용해 뿌리는 것이 위험하다는 내용인데 상관없는 사진을 넣은 것이다.

 

경향신문 "특정소독제 성분...폐질환 유발 가능" 화면 캡처
경향신문 "특정소독제 성분...폐질환 유발 가능" 화면 캡처

머니투데이는 처음엔 <손소독제에 가습기 살균제 그 성분이..."폐질환 될수도">라고 제목을 달았다고 현재는 <코로나19 소독제에 가습기살균제 '그 성분'…"폐질환 될수도">로 수정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DDAC는 손소독제로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 머니투데이는 바뀐 제목의 기사에서도 손소독제 사진을 사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손소독제를 사용하면 위험한 것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편집이다.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다른 언론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는 <코로나 예방하려다..“살균·소독제 잘못 썼다간 폐질환 유발기사를, 중앙일보는 <코로나 살균·소독제, 가습기 살균제처럼 폐질환 유발 가능성> 기사를 발행했다. 제목만 보면 모든 코로나19 살균제가 폐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 내용을 봐도 정확히 어떤 살균제가 위험한 것인지 알수가 없다. 모든 코로나19 살균·소독제 제품이 폐질환 유발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뉴스톱이 확인했다. 

 

DDAC 포함된 코로나19 방역 소독제는 총 81개 중 4개

살균제와 소독제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생명체와 환경에 유해할 수밖에 없다. 환경부에서 허가한 코로나19 살균·소독제는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으로 신고된 것이다. 따라서 승인된 제품 사용법과 농도를 숙지하고 사용해야 한다.

<코로나19 살균·소독제품 오·남용 방지를 위한 안내 및 주의사항>에 따르면, DDAC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클리넬유니버셜와임스 디스텔액 설파세이프 △애니오설프 프리미엄 등 4개다. 이들 제품은 코로나19 방역용 소독제 제품으로,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경부 승인을 받은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이다. 일반인이 사용가능한 자가소독 제품으로, 물건 표면이나 환경 등을 방역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섬유세탁용, 화장실용, 주방용 등 코로나19 자가소독용 살균제는 207개이고, DDAC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없다.

불필요한 공포를 자극하지 않으려면 언론은 어떤 제품이 위험성이 있고 그 제품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코로나19 방역용 소독제 81개 중 77개는 문제가 없으며 특히 자가소독용 살균제 207개 모두 문제가 없는데, 언론이 정확하게 보도를 하지 않음으로서 국민들에게 혼선을 일으킨 것이다. <코로나19 살균·소독제품 오·남용 방지를 위한 안내 및 주의사항>에 따르면, 용도에 맞게 필요한 곳에만 사용방법 및 주의사항을 지켜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것이 소독제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의학·과학 기사는 더 정밀한 보도 필요해

박은정 교수는 애초에 코로나19 살균제를 연구한 것이 아니라 DDAC의 위해성을 연구했다. DDAC 성분이 폐 질환을 유도하는지를 밝혀내는 것을 연구 목표였다.  연구 결과, DDAC 500μg2회 투여받은 쥐가 만성 섬유성 폐 병변을 겪고 사망했다. DDAC 성분에 반복적으로 상당히 노출되면 폐질환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박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DDAC 성분이 포함된 코로나19 살균·소독제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DDAC가 포함된 코로나19 소독제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린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1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한국에서 연구진이 살균소독제가 폐질환에 끼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언론은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더 정확하고 신중하게 보도를 해야 한다. 보도자료에 정확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하더라도 어떤 제품에 DDAC가 포함됐는지 추가 조사하고 위험한 제품과 안전한 제품을 구분해야 한다. 그런데 모든 언론이 그러지 못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가 쓰는 자가소독용 살균제 207개에는 DDAC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방역용 소독제 81개 중 4개에 이 성분이 포함되어 있고 이들 제품은 분무기로 뿌리지 않고 닦는 용도로 써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