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테이블에 앉았지만...이견만 확인한 의사와 정부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8.2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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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며 23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대전협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인턴과 레지던트가 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23일에는 전공의가, 24일에는 전임의와 봉급의들까지 순차적으로 파업을 합니다. 26일에는 대한의사협회의 2차 총파업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약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육성 등 4개 의료정책을 ‘4대 악으로 규정하고 정책 전면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끝내 파업을 강행할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겠다고 경고를 했습니다.

대전협은 23일 오후 830분부터 정세균 국무총리와 면담을 했고 오후 11시쯤 전공의들은 코로나19 진료에는 적극 참여키로 했다는 합의문을 발표했습니다. 정부와 의료계가 진정성있는 논의를 시작했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합의문 발표가 전공의들의 파업철회나 현장복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4일 오후에는 최대집 의협 회장을 비롯한 대표진과 대화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대화 테이블에 앉은 정부와 대전협,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대전협

대전협이 23일 밤 정부와 협상을 벌여 진정성 있는 논의를 시작한다는 원론적인 합의와 함께 코로나19 진료에는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은 파업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대체적으로 여론은 의사들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엄중한 시국에 파업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의사들의 고충을 이해 못할바는 아니지만 밥그릇을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23일 전공의 파업 이후 일부 대형병원 응급실이 사실상 정지되고,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역시 신규 검사를 중단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지도부도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사들은 의료 정책 결정에서 소외됐다는 것 때문에  정부에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지만 시민의 생명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했다’  프레임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파업의 완급조절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0년 의료계 파업은 4개월간 지속됐습니다. 정부는 대화는 가능하지만 원칙적으로 의료계 정원 확대를 되돌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기에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장기전이 될 경우 코로나19 방역에 구멍을 뚫는다는 비난을 최소화하는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합니다.

 

2. 정부도, 의사도 외치는 공공성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치열한 명분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공공의료를 위해 정책을 추진하고 파업을 하겠다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의사단체는 정부가 충분한 의견 수렴없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하는 상황입니다.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인력 배치 불균형이 주요 문제인만큼 이를 해결하는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식은 오히려 수도권과 대형병원 쏠림 현상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의사수 급증으로 의료보험비가 급등하고 의료질은 떨어질 것이란 주장입니다. 이들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되면 협의체를 구성하고 협의체에서 적정한 의사수를 논의해 결정하자는 입장입니다. 비대면 진료와 한방첩약 건강보험 적용은 안정성 문제로 폐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반면 정부는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유보하면 정책 추진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지역의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에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의사들과 대화를 할 수는 있지만 원점으로 정책을 철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업무개시 명령 가능성이 언급된 가운데 24일 총리와 의협측의 면담 결과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3. 존재감 드러내려는 통합당

23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최대집 의협회장을 만났습니다. 의협 요청으로 마련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국민이 가장 먼저다. 의협이나 정부나 국민을 앞에 둬야 한다면서 가급적 파업이라는 극단적 수단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 봐 달라고 밝혔습니다. 이종배 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정부와 의사협회 간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이런 갈등이 생겼다고 생각한다""통합당은 정부와 의협 사이의 갈등을 좁힐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의협은 24일 정세균 총리를 만나기에 앞서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만남을 추진했지만 불발됐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난 21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찾아 면담을 한 바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통합당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입니다. 정책적으로 대안을 내는 정당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국가 위기 상황에서 함께 움직이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압니다. 다만 실제 정책적으로 효과를 낼만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통합당의 리더십은 미지수입니다. 여당은 최근 통합당의 광폭행보를 견제하려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정청래 의원을 비롯해 여러 여당 의원들이 김종인 위원장이 정은견 본부장을 만난 것을 방역 방해라며 강력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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