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의사도 노동자? 파업 vs 집단휴진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08.31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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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의대를 두고 입학시 '현대판 음서제'가 도입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또 이번 의사단체들의 단체행동을 두고 ‘파업’이라는 주장과 ‘집단휴업’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크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JTBC 방송화면 갈무리

1. 공공의대 시민단체 추천으로 들어간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의대를 두고 시·도지사와 시민단체 추천으로 입학이 결정돼 ‘현대판 음서제’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JTBC연합뉴스에서 팩트체크했습니다.

우선 복지부의 해명이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습니다. 복지부는 ‘시·도지사가 입학시켜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자, 전문가·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추천위원회가 선발 추천하는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시민단체가 왜 개입하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결국 복지부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시·도지사가 추천한다’는 표현은 2년 전 처음 발표 때문이었습니다. 2018년 10월 종합 계획이 발표된 다음 달,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이 한 발언입니다. 복지부가 시·도지사 ‘개인’이 누굴 추천하는 게 아니라고 해명은 했지만, ‘추천 제도 자체’는 여전히 의심을 살 여지도 있습니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현재까지 정부와 조율한 최종안인데, 법안에는 ‘추천으로 한다’는 내용 대신 “상세한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조항만 있습니다. 다만, 같은 법안 제38조에 “지자체장에게 선발 등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남아 있어 앞으로도 추진할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시험을 아예 안 보고 추천받아 입학 가능하다는 일부 주장은 오해입니다. 2018년 11월 복지부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공공의대 지원 자격을 얻으려면 MDEET라고 하는 시험 성적이 있어야 합니다. 일반 의학전문대학원과 같습니다. 복지부도 “기존 의학전문대학원이나 의대 입시와 비슷하거나 더 강화된 입시 과정을 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것은 공공의료제도의 특성 때문입니다. 공공의대는 농어촌 지역에서 장기 근속할 의사를 양성하는 특수한 기관이어서, 최초 설계 때부터 '지역 추천'이라는 개념이 항상 들어갔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에 나온 서울대 의대 용역보고서에도 추천 선발하는 과정에 지자체가 참여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의사로서 ‘기본 역량’ 외에 지역 의료에 맞는 ‘특이적 역량’을 중요하게 평가해 뽑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2. 의사도 노동자? 파업? 집단휴진?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발한 의사들의 ‘총파업 혹은 집단휴진’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한 파업’이라는 주장과 ‘노동법에 위배된 불법파업’이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의사들을 ‘노동자’로 볼 수 있을지, 의사들의 집단휴진은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쟁의행위로 인정될 수 있을지 연합뉴스에서 확인했습니다.

쟁점은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노동법에 따른 적법한 파업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입니다. 노동법상 파업으로 인정되면 헌법상 권리로 보호될 뿐만 아니라 파업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책임이 면제됩니다. 반면 불법파업으로 간주될 경우엔 민·형사상 책임을 모두 지게 됩니다.

특히 집단 휴진이 의료법상 ‘진료거부행위’로 인정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심할 경우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헌법상 권리로 보장되는 적법한 파업이 되려면 우선 집단 휴진에 참여한 의사들이 노동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법에서는 노동자를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정의합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는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에 있으면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그 밖의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 판결에 따르면 직접 병원을 개설해 운영하는 개업의사는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지만, 사립병원 등에 고용돼 급여를 받는 의사들은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전공의 등 사립병원 소속 의사들은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자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집단휴진에 참여한 의사 중 일부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한다고 곧바로 의사들의 집단 휴진이 적법한 파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노동조합법이 ‘노동조합이 주도한 파업’에 대해서만 적법성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즉 집단 휴진을 주도한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가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에 해당해야 적법한 파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의사협회의 경우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개업의사가 가입된 만큼 노동조합으로 간주되기 어렵습니다. 반면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사립병원에 고용된 전공의들이 자신들의 근로조건 유지·개선을 위해 자발적으로 조직한 단체로 인정되면 노동조합법이 규정한 조합의 실질적 요건은 갖춘 것으로 봐야 하지만 전공의들의 근로조건과 무관한 단순한 친목 단체 내지 직능단체에 불과한 것으로 인정되면 노동조합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노동조합의 형식적 요건인 ‘설립 신고’가 안됐기 때문에 의사협회는 물론 전공의협의회도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지만 법원은 설립 신고를 하지 않은 노동조합도 단체행동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파업을 주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대법원은 2016년 3월 판결에서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을 갖춘 노동자단체가 신고증을 교부받지 아니한 경우에도 노동기본권의 향유 주체에게 인정돼야 하는 일반적인 권리까지 보장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습니다.

집단휴진에 참여한 의사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이를 주도한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를 노동조합이라고 보더라도 파업 목적에 따라 적법한 파업인지 여부가 갈릴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법 37조에 ‘쟁의행위(파업)는 그 목적과 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파업 목적이 적법한지에 대해 명문화한 법 규정은 없지만 ‘근로조건의 유지 및 개선’을 목적으로 한 경우에만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대법원도 2001년 10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파업의)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근로조건 향상’에는 현재의 근로조건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포함된다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 집단 휴진이 근로조건 유지 또는 개선을 위한 파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않으면 파업을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한 노동조합법 41조도 주목해야 합니다. 조합원의 의사를 묻지 않은 일방적인 파업은 방법과 절차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2001년 판결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 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은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밖에 의사들의 집단휴진 자체가 헌법이 가장 중시하는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파업권으로 보장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의사협회는 ‘총파업’이라고 밝혔지만 정부는 ‘집단 휴진’으로 규정했습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개원의를 포함한 의료기관의 집단휴진을 계획·추진한 의사협회를 카르텔 등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사업자단체는 해당 단체 소속 각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할 수 없게 돼 있는데 의협이 1·2차 집단휴진을 결정하고 이를 시행한 것은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3. 한타바이러스 백신 맞고도 숨진 병사?

최근 강원도 철원의 군부대에서 한 병사가 한타바이러스 의심증세로 숨졌습니다. 그런데 해당 병사가 제초 작업 하루 전에 백신접종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루 전 백신’의 효과를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KBS에서 확인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와 감염병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바로 항체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질병과 백신의 종류, 접종자의 건강상태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열흘이 지나야 항체가 생성되는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해당 병사는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초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타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신증후군출혈열은 급성 발열성 질환입니다. 과거 ‘유행성출혈열’로 알려졌는데, 신증후군출혈열 백신은 한 번만 접종해선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보건당국은 기본적으로 1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고, 그로부터 12개월 뒤에 1회 추가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 번의 접종만으로는 항체 생성률이 너무 낮기 때문입니다.

보건당국은 군인이나 농부 등 직접적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집단이나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실 요원, 야외활동이 빈번해 설치류에 물릴 가능성이 큰 사람들을 백신 접종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증후군출혈열은 세계적으로 연간 15만 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고 국내 감염 건수는 연 300~500건 정도 됩니다. 감염되지 않으려면 유행 지역의 산이나 풀밭에 가지 않아야 하고, 불가피하게 작업이나 활동할 경우, 특히 쥐와의 접촉을 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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