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국민의당, 내년 선거 '국민연합전선'으로 갈까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9.0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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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이 새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결정했습니다. 통합당은 8월 31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새롭고 공모한 당명 후보 '국민의힘', 한국의당 위하다 중에 국민의힘을 선택했습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장 무난하지 않느냐. 국민이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나라 헌법정신에 맞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명에 대해 외부는 물론 내부 반응도 엇갈립니다. '국민의당과 헷갈린다', '약칭은 어떻게 쓰냐', '정당이름 같지 않다', '누가 쓰던 이름 같다' 등등 부정적 반응이 내부에서 나왔습니다통합당은 91일 상임전국위원회와 92일 전국위원회 의결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당명을 확정할 계획입니다국민의힘 새 당명으로 갑론을박 통합당,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결국은 '민주'였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새로 당명을 만들 때 주문했던 것은 두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부르기 쉬울 것, 두 번째는 탈이념 탈진영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라는 당명에 욕심을 내면서 아쉬움을 표현한 바 있습니다.

미래통합당 당명 개정을 위한 국민공모 결과 총 17000건이 접수가 됐는데, 국민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들어갔고, 뒤를 이어 자유, 한국, 미래, 행복, 함께 등이 많이 거론됐습니다. 이중에서 결국 국민을 택한 겁니다. 그런데 과거 당명에 '국민'을 사용한 정당들이 중도 혹은 진보계열 정당이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금은 이념이라고 하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다. 이념적인 측면에서 당명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국민이라는 단어는 2000년대 민주당을 지지하는 정치시민단체에서 자주 쓰던 것입니다. 2003년 발족된 노사모의 시민단체 버전 생활정치 네트워크 국민의 힘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대표를 맡았던 정청래 의원은 명백한 이름 훔치기라며 통합당의 '국민의힘' 사용에 반발했습니다. 2010년에는 민주적인 야권당일정당을 만들자는 운동으로 배우 문성근씨가 주도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이라는 단체 혹은 시민운동도 있었습니다.

영어로는 Democracy와 People's Power 로 다르지만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民主)와 '국민의 힘'은 그 의미가 상당히 유사합니다. 결국은 김종인 위원장이 원한대로 '민주'라는 의미에 최대한 근접한 당명이 된 것입니다. 통합당의 최근 탈이념 행보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 짧아지는 교체주기

한국 특유의 장개업 정치' 영향으로 여야 할 것 없이 당명교체가 잦습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보수정당은 당명을 덜 바꿨습니다. 보수정당 역사를 보면 1990년 민주자유당 이후 1995년 신한국당, 1997년 한나라당, 2012년 새누리당으로 이어졌습니다. 한나라당 당명은 15년간 썼지만, 새누리당은 5, 자유한국당 3, 미래통합당 6개월로 당명 교체주기가 짧아지고 있습니다. 3년반만에 3번째 당명입니다. 당 이름이 자주 바뀐다는 것은 당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전통적으로 당명을 자주 변경하는 정치세력은 현재 여당인 민주당이었습니다. 특히 2000년대 중반의 당명변경은 그야말로 '현란'합니다. 열린우리당에서 김한길계가 20072월 탈당해 '중도개혁통합신당'을 만들었고, 이를 반대한 일부가 6월에 '중도통합민주당'을 만들었고 다시 이를 반대한 이들과 열리우리당이 합쳐서 그해 8월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었습니다. 그해 12월 대선에서 패배한 뒤 창당 6개월만인 20082월 '통합민주당'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7월 민주당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이처럼 잦은 당명 변경은 정치세력의 지리멸렬과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당명은 선거 전후에 바뀝니다. 국민의힘 당명 유지는 내년 4월 보궐선거와 내후년 3월 대선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3. 국민의힘 괜찮다는 국민의당

국민의힘 당명 관련 여당에서는 정청래 의원이 강하게 반발을 했고, 여당 지지자들은 국민의짐당이 될 것’, ‘국민의힘이 아닌 극우의힘당등 비판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입니다. 안철수 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당명 이름이 유사하다는 질문에 "다른 당 이름에 대해 내가 의견을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 언뜻 듣기로는 유사 당명 같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당명이 유사하면 먼저 있던 당에서 반발하기 마련인데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겁니다.

최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에 야권 후보 경선에 안철수 대표가 참가할 것을 요청하며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일부에서는 당명에 국민이 포함된 것을 두고 국민의당에 보내는 통합당의 러브콜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사 당명이 합당을 염두에 둔 거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 대표는 "그런 논리라면 다른 모든 '국민'이 들어간 당도 합당해야하지 않나"라고 말했습니다.

176석 거대 여당에 맞서 야당이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출범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합니다. 국민의당 공보실은 "우리 국민의당처럼 중도정당, 실용정당이 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평가하지만, 당명 변경과 함께 실제 내용이 변하고 혁신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미래통합당이 실용주의 노선으로 가면 결국 국민의당과 색깔이 비슷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선거과정에서 국민의힘-국민의당 선거연대, 소위 '국민연합전선'의 성사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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