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감수성 없으면 좋은 정치 할 수 없다" 최연소 최고 박성민의 소신

  • 기자명 배현정 기자
  • 기사승인 2020.09.0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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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최연소 정당 최고위원이 정치권에 탄생했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박성민 최고위원은 1996년생으로 만24세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청년대변인과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자리를 거치며 청년과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냈다. 그가 최고위원에 지명되자 최연소’, ‘대학생타이틀이 그를 어김없이 수식했다. 일각에서는 최연소 타이틀을 두고 어린 나이에 정치를 할 수 있겠냐’, ‘보여주기식 지명 아니냐등의 반응을 보였다. 과연 우려와 의심을 불식할만한 능력과 정치적 소신을 겸비한 자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뉴스톱>이 박 최고위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으로 그려나갈 정치, 청년과 여성이 겪는 사안에 대한 그의 시선에 대해 중점적으로 질문했다. 국회의사당 소통관 앞에 있는 정자에서 그와 만났다. '86세대'로 가득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박성민이라는 청년의 목소리가 더해지면 어떠할까?

질문에 답변하는 박성민 최고위원 모습
질문에 답변하는 박성민 최고위원 모습

 

Q. 역사상 최연소로 최고위원직에 올랐습니다. 일찍이 정치를 시작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고등학생 때 세월호 참사를 겪었습니다. 당시 발생하는 현실에 대해 충분히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부채 의식이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이후에 대학생이 되고 좋은 집과 직업에 목표를 두고 사는 삶에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취업 준비도 했지만 스펙을 위한 대외활동일 뿐이었습니다. 저 자신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질문했고, 이러한 질문 끝에 공정영역에서 인생을 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행복과 안위를 추구하는 삶이 저한테는 중요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저처럼 평범한 사람이 한국에서 어렸을 때부터 정당 활동을 시작한 경우가 드뭅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할 수 있는 것이 정치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린 나이부터 정치를 해보자고 결심했어요.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죠.

 

Q. 2018년부터 더불어민주당에 소속돼 활동을 해왔습니다민주당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정치를 시작한 이유가 곧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제 생각이 염원으로 그치지 않을 곳이 민주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과제가 많았고, 펼치는 정책들이 제가 생각하는 정치적 방향과 일치했습니다. 실제로 국민 앞에 약속한 과제를 해내는 모습을 보고 결심에 확신이 생겼습니다.

 

Q. 공직자 자녀들의 입시와 취업 공정성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학 입시 문제는 우리나라 정서상 굉장히 중요하고, 국민분들도 엄격하게 바라보시는 문제입니다. 입시 과정에서 발생한 특혜는 확실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당에서 규제하기는 어려우니, 공직자 개인의 자기검열도 필요하죠. 가장 중요한 건 평범한 국민의 눈높이를 잊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취업 공정성은 단순히 공정의 개념을 넘어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 차별받는 것이 문제입니다. 취업 공정성에 어긋난 행위를 하면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자정 능력을 기업에 기대하고 넘어가는 건 또 다른 문제를 발생할 여지를 남기죠. 취업 절차 안에서 공정성이 보장될 수 있게 기업에서도 노력해야 하고, 이를 당과 국민들이 함께 지켜봐야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Q. 청년 취업률이 더욱 저조해진 상황입니다. 정부가 역대 최고 예산을 투입하기도 했죠.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코로나19는 전대미문 사태죠. 갑자기 강제로 사직을 당하는 노동자가 발생하는 것처럼 노동 사각지대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현장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하는데, 당과 정부가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을 발 빠르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피해 당한 당사자를 직접 만나서 여러 사례에 대한 데이터를 구축하는 노력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외에도 현재 정부에서 펼치는 정책을 계속 관철해 나가야 합니다. 재난지원금지급이나 전국민고용보험제도와 같이 현재 진행하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직과 무급휴직을 당한 사람에게 사회적 안전망 장치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시 돼야하는 것이죠.

 

Q. 청년단독가구빈곤율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입니다. 청년 주거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청년이 자립하기 힘든 사회입니다. 청년이 되어서도 부모님에게 학비, 집세, 취업 준비 비용을 도움받습니다. 우리 사회가 청년들이 스스로 생활을 관리하고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자립하기 힘든 기형적인 사회 구조를 하루빨리 깨야 하는 것이죠. 단기적으로는 국토교통부가 지급하는 주택 공급을 청년에게 충분히 배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더불어 적극적으로 주거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을 보호할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는 청년들이 원하는 지역이 한정돼 있습니다. 모든 인프라가 수도권에 밀집돼 있어서 그런 것이죠.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지역과 수도권 간에 격차를 줄여나가야 합니다. 우리 당이 세종으로 행정 수도를 옮기거나, 지역 균형 발전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Q. 작성한 논평을 읽으면, 여성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권력형 성폭력 사건과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피해자가 겪은 고통을 방관하거나 공감하지 않고 바라보는 수동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실질적으로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호소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하죠. 당원들이 젠더폭력신고센터를 상설화하는 것을 꾸준히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인력배치 등의 문제로 상설적으로 이 센터를 운영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기구를 신설할 때 전폭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완전히 2차 가해, 권력형 성폭력 등의 피해를 근절하기 위해서 앞으로 또 다른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할 계획입니다.

 

Q. 당내 성폭력 문제가 올해 연달아 발생했습니다. 당내 젠더감수성, 여성 인권과 관련해 부족한 점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민주당이 성폭력 문제를 대처하는 방식은 사과문을 내고,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에서 윤리의식을 높이겠다고 말하고, 이 문제를 상시 의논하지 않는 것은 사건을 수습하는 정도로밖에 안 보입니다. 따라서 민주당에서 젠더 문제를 다루는 방안에 대한 쇄신이 필요합니다. 성인지 감수성이 무뎌지지 않고, 과거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하죠. 이를 위해서 끊임없이 당내에서 젠더 문제를 의제화하고, 토론하여 문제 제기를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당원들이 자기검열을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면 안되는 말과 행동을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죠. 단순히 교육을 받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타인에게 지적받고, 이를 통해 느낀 긴장감과 반성을 내면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사는 현 시대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정치인이 좋은 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시대가 왔음을 많은 당원이 깨닫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Q. 지명 당시부터, ‘보여주기식 최고위원타이틀이 생겼습니다, 타이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를 지명한 것이 보여주기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여주기식으로 청년과 여성을 쓰고 싶으셨다면 권한이 막강한 최고위원직에 저를 지명하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실수가 생기면 임명권자에게 더 큰 책임이 가중될 수 있고, 위험부담이 큰 일이니까요. 그리고 보여주기식이라는 의심들에 대해선 결과와 과정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임기가 끝나갈 즈음 두 가지 평을 받고 싶은데요. 첫 번째는 청년, 여성이라서 일을 못 할 줄 알았는데 잘했다는 평을 받고 싶습니다. 제가 만든 긍정적 인상을 통해 청년과 여성의 정치 영역을 확장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두 번째는 민주당이 놓친 소외된 문제들을 발견했다는 평을 듣고 싶습니다. 현안에 치여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소외된 의제들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Q. 최연소 24세 최고위원으로서, 활동 포부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젊다는 이유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뤄낸 일들을 평가절하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편협한 시각을 깰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최고위원직 포부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청년과 여성에게 존재하는 유리천장을 깨고 싶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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