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30초만에 코로나 잡는 공기살균제?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10.0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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휙 뿌리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30초 만에 제거할 수 있는 소독약이 나왔단다. 그것도 인체에 안전한 천연유래 성분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말이다. 정부로부터 공기소독용 살균제로 승인받았고 공신력있는 시험 기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살균력을 인증받았다고 한다. 말 그대로라면 굉장한 희소식이다. 업체 대표는 한 매체에 "코로나19 조기종식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까지 말했다.

사실일까? 뉴스톱이 파헤쳐봤다.

피톤치드를 주성분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공기소독용 살균제를 제조했다는 '씨엘바이오'
피톤치드를 주성분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공기소독용 살균제를 제조했다는 '씨엘바이오'

 

①공기소독으로 코로나19를 잡는다고? - 대체로 거짓

중견바이오기업 씨엘바이오는 피톤치드 전문기업 숲에온과 공동 개발한 살균제 '닥터 포레스트 F-120 피톤치드’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30초만에 99.99% 사멸시켰다는 실험결과를 지난 16일 밝혔다. 이 살균제는 주로 공기소독용으로 공간에 뿌리는 용도로 판매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케이알바이오텍 질병제어연구소에 의뢰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살균소독시험을 실시했다고 밝히며 시험성적서를 공개했다. 연구소에 문의한 결과 공개된 성적서는 원본과 동일했다. 그렇다면 정말로 업체의 주장대로 살균제를 뿌리면 30초만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멸하는 것일까? 사실과 달랐다.

연구소는 "업체가 시험해 달라고 가져온 원액을 가지고 살균 실험을 했다"고 밝혔다. 뿌리는 형태의 실험은 하지 않았다는 취지이다. 연구소는 "우리는 의뢰받은 대로 실험을 진행했을 뿐이다. 업체가 공기 중에 뿌리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잡는다는 방식으로 광고해 우리도 입장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업체들은 공기소독용으로 판매하는 제품의 살균력을 실험하면서 단위 공간당 얼마 정도를 뿌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하는지 등을 실험하지 않았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잡기 위한 살균제의 사용 조건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는 이유이다.

출처:씨엘바이오 홈페이지
출처:씨엘바이오 홈페이지

이 제품은 공기소독용으로 뿌려진다. 제조업체는 "100% 자연유래 원료로만 제조해 면역력이 약한 아기부터 임산부까지 사용해도 안전하다"라고 광고한다. 100% 자연유래 성분이라고 모든 상황에서 다 안전한 것은 아니다. 섭취했을 때 아무 문제가 없는 밀가루도 대량을 흡입했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흡입가능성이 큰 공기소독용 소독제는 흡입독성 여부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 제품은 흡입독성을 판단할만한 시험 자료를 제시하지 않는다.

업체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시험 기관에 흡입독성 시험을 의뢰했지만 대기 물량이 많아 내년 봄에나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봄까지는 흡입독성을 판단할 자료가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최근 공기 전파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긴 했지만 코로나19의 주요 감염 경로는 비말, 접촉 전파이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코로나19바이러스를 100% 제거한다고 해도 옆 사람의 재채기, 기침, 대화, 호흡 등 과정에서 튀어나오는 비말로 인한 감염 전파까지 막지는 못한다.

 

②정부에서 공기소독용으로 승인받았다? - 절반의 사실

업체는 해당 제품을 '정부 승인을 받은 공기살균제'라고 광고한다. 관련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문의했다. 해당제품은 환경부의 안전기준 적합확인 신고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용도는 살균제(공기소독용) 등이다. 

기술원에 따르면 공기소독용 살균제는 주성분으로 에틸알코올, 이소프로필알코올, 벤질-디메틸-테트라데실암모늄 등이다. 피톤치드는 공기소독용 살균제의 주성분으로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해당 제품은 공기소독용으로 안전기준적합확인 신고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신고된 살균제 주성분이 무엇인지 물었지만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알려 줄 수 없다"며 "위법한 사항이 있으면 환경부와 상의해 조치하겠다"고만 답할 뿐이었다.

뉴스톱이 환경부에 확인한 결과는 의외였다. 환경부 화학제품관리과 한미옥 사무관은 "해당제품은 알코올 20%로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씨엘바이오는 '무알콜'이라며 해당제품을 광고한다. 업체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100% 천연 유래 물질로 만들고 주성분은 피톤치트"라고 설명했다.

(주)씨엘바이오는 에어그린 복합 피톤치드 방역기를 판매하며 '무알콜'이라고 광고한다. 뉴스톱이 환경부에 질의한 결과 이 방역기에 사용되는 공기소독용 살균제는 주성분이 알코올 20%로 확인됐다.
(주)씨엘바이오는 에어그린 복합 피톤치드 방역기를 판매하며 '무알콜'이라고 광고한다. 뉴스톱이 환경부에 질의한 결과 이 방역기에 사용되는 공기소독용 살균제는 주성분이 알코올 20%로 확인됐다.

 

③공기소독 하지말라 해놓고 왜 공기소독용 살균제 허가?

환경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방역소독과 관련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라는 지침을 내놓고 있다. 이 지침은 "소독제의 성분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효과를 보이는 농도라면 피부, 눈, 호흡기에도 자극을 주게 됩니다. 따라서 공기 중에 분무/분사 등의 인체 노출 위험이 높은 소독방식은 권장하지 않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어마어마하게 뿌리지 않으면 공기 중 미생물을 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엄청난 양을 뿌리지 않는 한 공기(공간)소독은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왜 환경부는 '공기소독용 살균제'라는 신고항목을 마련해 놓은 것일까? 이에 대해 환경부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정해놓은 분류라 지금 상황과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많은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들이 대중의 공포심을 자극하며 '공기소독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벽걸이형부터 스프레이건, 초미립자살포방역기, 분사용 알미늄캔 등 다양한 형태로 '공기 중에 뿌려 바이러스를 잡는 소독약'을 판매하는 중이다. 


10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발생시킨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업체들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화학제품을 판매했다. 정부는 사실상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편리함 만을 추구했고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에 대해 맹신했다. 

코로나19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살균제 제조·판매업자들은 제품의 위해성, 적절한 사용량, 사용법을 올바로 알리기보다는 그저 안전하고 편리하다고 광고하기에 급급하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정부 당국은 살균제가 어떻게 판매되고 사용되는지 점검할만한 능력이 없다. 소비자들은 공포심에 젖어 광고를 맹신하며 살균제를 구입해 뿌리면서 위안을 얻는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정부가 명확한 시그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공기소독용 살균제' 분류를 없애거나 전문 방역업자의 방역현장이 아닌 일반 가정 또는 사무실에서 '공기소독용 살균제'의 사용을 금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의원은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불행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기 않게 하기 위해서는 화학제품의 안정성이 중요하다. 특히 공기소독용 살균제 같은 호흡 관련 화학제품에 대한 안전성은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국감 때 관련 내용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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