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전 세계에서 프랑스어보다 한국어를 배우는 인구가 더 많다?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0.09.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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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한류 열풍이 지속되는 추세다. K-pop을 필두로 한 ‘신한류’의 영향으로,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들 역시 증가하고 있다. 2019년 한국능력시험(TOPIK) 지원자 수는 375,871명, 합격자 수는 208,473명이었다. 2015년에 206,778명이 지원에 129,227명이 합격했던 것과 비교하면 6년 만에 무려 2배 가까이 상승한 숫자다.

이와 관련해 최근 SNS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불어(프랑스어)를 배우는 인구보다 한국어를 배우는 인구가 많다”는 내용의 글이 큰 화제를 모았다. 해당 게시물은 1만5천회 리트윗되고 7천여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한류 열풍이 아무리 거세다고 해도, 과거 많은 나라를 식민지배했던 프랑스보다 한국의 언어를 배우는 인구가 많다는 것은 쉽게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어보다 한국어를 배우는 인구가 많다는 것은 사실일까.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프랑스어권 국제기구(OIF)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3억 명에 육박한다. 프랑스를 제외하고 프랑스어를 표준어, 공용어, 비공용어 등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과거 프랑스가 식민 지배했던 가봉, 기니, 콩고민주공화국, 세네갈, 모나코, 니제르 등 29개국이다. 반면 한국어를 사용하는 국가는 대한민국과 북한에 불과해 총 7,730만 명 남짓이다. 무려 4배가량의 차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홈페이지 갈무리

그런데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수를 비교하면 좀 달라진다. 세계적인 언어 정보 제공 사이트인 에스놀로그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어의 모국어 사용자 순위는 14위다. 반면 프랑스어는 한국어보다 한 단계 낮은 15위를 기록했다.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는 3억 명 중 7,720만 명에 불과했다. 모국어 사용자 순위 1위는 약 9억 1,800만 명의 인구가 사용하는 만다린 중국어였고, 2위는 4억 8,000만 명의 스페인어, 3위는 3억 7,900만 명이 사용하는 영어가 차지했다.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와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어떨까. 프랑스어를 공식적으로 제2외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인구는 1억 9,930만 명이었다. 이는 전 세계에서 3번째로, 1위는 8억 9,840만 명이 사용하는 영어, 2위는 2억 9,530만 명이 사용하는 힌디어였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인구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바 없지만, 교육부가 발표한 ‘2017년 해외 초중등학교 한국어 채택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28개국 총 1,423개의 학교에 한국어반이 개설돼 운영 중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자료에 의하면, 해외에서 운영 중인 한국어 보급 기관의 수 역시 약 2,000여 개로, 이 기관에 등록된 수강생 수는 25만여 명에 이른다. 


정리하자면, ①전세계적으로 프랑스어를 쓰는 인구는 여전히 한국어와 비교하면 월등히 많다. ②제2외국어 채택 비율 역시 한국어의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어 사용 인구가 훨씬 많다. ③모국어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인구보다 많은 게 사실이다. 이는 프랑스 인구보다 남북한을 합친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SNS에서 나오고 있는 이야기는 이 통계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불어를 배우는 인구보다 한국어를 배우는 인구가 많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한류의 확산으로 한국문화에 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한국어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7월에는 인구 13억 8,000만 명의 세계 인구 2위 인도가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언어는 경제, 안보만큼이나 그 나라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국제 한국어 교육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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