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수문만 세운다고 쓰나미 막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10.0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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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기사 좀 꼼꼼히 쓰자. 베낄 땐 확인 좀 하자.

지난달 15일 연합뉴스는 <"3.5m 쓰나미 막는다" 삼척에 최대규모 침수방지시설 내년 준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보도 이후 각종 매체들이 우후죽순 베끼기 기사를 내보냈다. 

연합뉴스는 기사에서 "이 시설은 동해 북동부 해역(일본 북서근해)에서 발생한 진도 7.0 이상의 해저 지진으로 동해안에 해일파고 1m 이상의 쓰나미가 밀려올 경우 항입구에 설치된 수문을 내려 지역주민을 지진해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수문이 해수면으로부터 3.6m 높이에 설치돼 3.5m의 파고를 막아낼 수 있다" 고 설명했다.

YTN 등 다수의 언론은 연합뉴스 기사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 기사를 작성했다. 기사를 본 독자들은 댓글로 "웃겨 죽겠네. 수문 옆엔 뻥 뚫려 있어. ㅋㅋㅋ 바닷물이 수문 옆으로 다 밀려 들어오지"라는 등 비웃음을 날렸다.

독자들의 의문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수문만 덜렁 세운다고 쓰나미를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수문 바로 뒷쪽은 일정 정도 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만 나머지 공간은 해일에 휩쓸릴 것이 자명하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해봤다. 과연 수문만으로 쓰나미를 막을 수 있을까?

①반쪽짜리 기사 쓴 연합뉴스

연합뉴스 기사의 내용은 반쪽의 사실이다. 이 사업은 강원도 환동해본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일본 북서부에서 지진 해일이 발생할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삼척항의 내항인 정라항과 배후지역을 해일로부터 보호하는 시설물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핵심은 정라항 입구에 게이트형 수문을 세우고 방호벽을 쌓는 것이다. 평상시 들려있는 수문은 높이 7.1m 규모이다. 해일이 발생하면 수문을 내려 해수면 아래로 3.5m, 수면 위로 3.6m 높이가 되도록 고정한다. 

수문과 함께 총연장 947m의 방호벽을 쌓아 해일로부터 항만과 배후지역을 보호한다. 방호벽은 지반으로부터 1.6m 높이로 설치되지만 지반이 해면으로부터 2m 정도 높기 때문에 수문과 함께 3.6m 높이의 해일을 막아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연합뉴스는 방호벽에 관련된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수문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 때문에 독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데 실패했다.

삼척 정라항에 설치 중인 지진해일 침수방지 시설 조감도. 침수방지용 수문과 함께 붉은 색으로 표시된 방호벽이 표시돼 있다. 출처: 강원도 환동해본부
삼척 정라항에 설치 중인 지진해일 침수방지 시설 조감도. 침수방지용 수문과 함께 붉은 색으로 표시된 방호벽이 표시돼 있다. 출처: 강원도 환동해본부

 

②베끼기에 급급한 매체들

YTN 기사를 보자. <"쓰나미 막는다" 국내 첫 지진해일 방지시설>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기사와 같은 내용이다. 연합뉴스 보도가 나간지 보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추가된 내용은 없다. 방호벽에 대한 언급은 없다.    

파이낸셜뉴스,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 대부분의 매체가 방호벽에 대한 설명을 싣지 않았다. 잠시만 생각해봐도 수문만으로는 밀려오는 해일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한데도 대부분의 매체들은 오로지 수문에만 집중했다.

강원도환동해본부가 제시한 삼척 정라항 침수방지시설 계획 평면도. 수문과 함께 방호벽(파란 점선)으로 해일을 막아내는 개념이다.
강원도환동해본부가 제시한 삼척 정라항 침수방지시설 계획 평면도. 수문과 함께 방호벽(파란 점선)으로 해일을 막아내는 개념이다.

 

방호벽을 언급한 매체는 국민일보 정도다.  이 매체는 "항구의 낮은 도로와 시설 주변에는 길이 790m의 방호벽을 설치해 해일 피해를 2중으로 차단 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이것도 핵심을 잘못 짚었다. 수문과 방호벽이 동시에 해일을 막아내는 것이지 수문이 1차로 해일을 막아내고 낮은 곳은 방호벽이 막아내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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